
[1장 새겨진 서약]
앤은 차가운 석벽을 짚으며 하이랜드 왕국의 왕도 루이스턴의 제1천수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거칠게 깎인 돌벽 사이로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아치형 출구를 지나 원형 정원에 들어서자 가을 햇살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정원 중앙의 원뿔형 탑 앞에는 외날개를 길게 늘어뜨린 샤르 펜 샤르가 서 있었고, 그 발치에는 마지막 은설탕 요정 루루 리프 린이 나른하게 앉아 있었다. 앤은 일주일 전 빈사 상태로 국왕에게 옮겨졌던 샤르의 안색을 살피며 그를 걱정했으나, 샤르는 이제 멀쩡하다며 유난을 떨지 말라고 대꾸했다.
지난해의 은설탕이 힘을 잃어 세상에서 설탕과자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샤르는 국왕과의 서약을 대가로 최초의 설탕 사과나무에서 얻은 은설탕을 건네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간 국왕으로부터는 안정을 취하라는 짧은 서신 외에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샤르의 날개는 여전히 국왕 에드먼드 2세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 침대에서 쉬라는 앤의 간곡한 부탁에 이틀간 얌전히 지내던 샤르는 결국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방을 빠져나온 것이었다. 샤르는 앤에게 연인다운 기발한 방법으로 자신을 침대로 유혹해 보라며 짓궂게 속삭였고, 그 함의를 깨달은 앤은 얼굴을 붉히며 당황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루루는 샤르의 본심이 묻어난다며 그를 놀렸고, 샤르는 농담이라며 화제를 돌렸다.
이때 은설탕 자작 휴 머큐리가 나타나 국왕이 서약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샤르를 부른다는 소식을 전했다. 휴는 샤르에게 골치 아픈 형제들이 있다는 콜렛 공작의 전언을 덧붙이며 묘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샤르는 앤을 이 자리에 배석시키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어떤 위험이 닥쳐도 자신의 곁을 지키겠느냐고 앤의 각오를 확인했다. 앤은 죽음이 갈라놓는 순간까지 함께하겠노라 맹세하며 그를 따랐다. 시종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국왕의 집무실에는 거대한 원형 테이블 위에 순백의 석판이 놓여 있었다.
가장자리에 정교한 덩굴장미가 조각된 석판 중앙에는 인간과 요정이 대지 위에 살아가는 평등한 백성이라는 에드먼드 2세의 서약이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앤과 샤르가 그 아름다운 문장에 전율하고 있을 때, 국왕 에드먼드 2세와 재상 아놀드 콜렛 공작이 들어섰다. 국왕은 서약이 성립되기 위한 조건으로 최초의 은설탕 확보와 세 요정왕의 의지 통일을 내걸었으며, 기한은 설탕 사과가 모두 익어 떨어지기 전까지라고 못 박았다. 샤르는 동행할 장인으로 은설탕 자작인 휴 대신 앤을 지목했다. 이는 앤이 인간의 이익보다 요정의 안위를 우선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었으나, 앤은 요정과 인간 모두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그 멍에를 짊어지기로 결심하고 수락했다. 국왕은 만약 기한 내에 돌아오지 않거나 요정들이 적의를 드러내면 이 석판을 파괴하겠다고 경고하며 엄중하게 서약을 확인했다.
왕이 떠난 후 샤르는 휴에게 비밀스러운 편지 한 통을 건네며 특정 인물에게 철저히 함구하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휴는 설탕과자의 존속을 위해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날 저녁, 샤르는 편지를 마친 뒤 침대 위에서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잠든 앤을 발견했다. 그는 앤의 가냘픈 체온을 느끼며 그녀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다졌고, 잠에서 깨어 당황하는 앤을 품에 안은 채 잠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노크도 없이 들어온 휴가 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을 목격하며 짓궂게 놀려댔고, 앤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혔다. 휴가 실버 웨스트르 성의 장인들에게 상황을 전하러 떠나려던 찰나, 다시 한번 국왕 에드먼드 2세가 그들의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2장 움직이는 요정왕]
석양이 낮게 깔린 복도를 지나 하늘색 상의 차림의 에드먼드 2세가 호위도 없이 샤르와 앤, 휴가 있는 중정에 나타났다. 국왕은 샤르에게 다가와 요정왕과의 서약을 앞두고 느끼는 막연한 불안과 불신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왕이라는 직무에서 벗어난 인간적인 고뇌를 드러냈다. 샤르는 그런 국왕을 나약하다고 비아냥거리면서도 자신 역시 날개를 맡긴 것 외에는 약속을 증명할 방법이 없음을 인정했고, 두 왕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서도 각자의 운명을 걸고 대치하는 야생의 생물처럼 긴장감을 유지했다. 앤은 무릎을 꿇은 채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실패를 예견하기보다 성공을 기도하며 기다려 달라고 국왕에게 간절히 호소했다. 휴는 앤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한 명의 장인이 만드는 설탕과자로는 왕국의 거대한 미래를 바꿀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는 국왕에게 올해의 품평회를 대신하여 왕국 전역의 은설탕과 모든 장인을 집결시켜 전무후무한 규모의 설탕과자를 빚어내자고 제안했다. 에드먼드 2세는 휴의 제안 속에 담긴 결연한 의지를 받아들여 이를 왕명으로 발포할 것을 약속했고, 휴는 전력을 다해 최대의 행복을 부르는 설탕과자를 만들겠다고 맹세했다.
샤르는 그날 밤 앤의 방으로 찾아가 최초의 은설탕을 찾기 위한 여정을 바로 시작하자고 재촉했다. 앤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최소한의 짐과 소중한 도구를 챙겨 샤르의 손에 이끌린 채 어두운 천수각 계단을 내려갔다. 두 사람은 야반도주하듯 성을 빠져나가려다 출입문 근처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미리 짐작하고 기다리던 루루와 마주쳤다. 루루는 앤을 자신의 마지막 제자라 부르며 신뢰를 보냈고, 샤르는 500년의 세월을 견뎌온 루루에게 진심 어린 경의를 표했다. 앤은 루루의 배웅을 받으며 반드시 최초의 은설탕을 찾아 돌아오겠다고 다짐했고, 샤르와 함께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성을 완전히 벗어났다.
같은 시각 빌세스 산맥의 깊은 곳에서는 에릴이 최초의 설탕 사과나무 아래에서 잠을 깨어 붉은 눈의 은설탕 요정 필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곧이어 피 냄새를 풍기며 돌아온 라팔은 상인들에게서 빼앗은 수많은 요정의 날개 뭉치를 에릴에게 내밀며, 이것으로 가신들을 지배하고 인간과 싸워 요정의 세계를 되찾으라고 종용했다. 에릴은 잘린 날개들을 보며 극심한 혐오와 공포를 느꼈고, 설탕 사과나무의 기맥을 이용해 순식간에 전사 요정들이 대기하고 있는 숲으로 이동했다. 에릴은 뒤쫓아온 라팔의 만류를 뿌리치고 요정들에게 그들의 날개를 아무런 조건 없이 돌려주었다. 날개를 되찾은 요정들은 에릴의 고결한 행동에 감복하여 스스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진정한 왕으로서 충성을 맹세했다. 라팔은 에릴이 자신의 기대대로 진정한 요정왕으로 거듭났다며 환희에 젖었으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의 중심에 서게 된 에릴은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여 몸을 떨었다.
[3장 모든 것은 왕도로]
샤르는 루루에게 들은 대로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앤을 데리고 무사히 왕성을 빠져나왔다. 그는 곧장 근처 마차 대여점에서 말을 한 마리 빌려 루이스턴 교외를 향해 거칠게 몰았다. 사실상 말을 훔친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에 앤이 우려를 표하자 샤르는 나중에 돌려줄 방법을 마련했다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과거 홀리리프 성에서 도망친 요정들이 은신처로 삼았던 블러디 가도 인근의 울창한 숲이었다. 달빛이 부서져 내리는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선 샤르는 나뭇가지마다 매달린 하얀 천 조각을 이정표 삼아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엉이 소리와 뱀의 기척에 앤이 몸을 움츠리며 긴장하던 찰나, 숲 너머에서 희미한 오렌지색 불빛이 일렁였다. 그곳에는 커다란 고목 곁에 작은 랜턴을 켜둔 채 등을 돌려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이는 다름 아닌 키스 파웰이었다.
키스는 앤을 보자마자 반갑게 달려와 그녀의 무사를 확인했다. 앤은 키스의 고백을 거절했던 기억 때문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키스는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앤의 긴장을 풀어주며 다정하게 손을 맞잡았다. 알고 보니 샤르는 미리 휴를 통해 키스에게 편지를 보내 여행 채비와 말을 준비해 숲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려두었던 것이다. 샤르는 자신이 타고 온 말을 키스에게 넘기며 대여점에 돌려줄 것을 부탁했다. 키스는 위험해 보이는 이 여정에 대해 캐물었지만, 샤르는 추궁당했을 때 대답하지 못하도록 키스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샤르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앤을 지키겠다고 단호하게 약속했다. 그 진심을 읽은 키스는 앤을 샤르의 손에 맡기며 꼭 무사히 돌아와 다시 함께 일하자고 배웅했다. 앤은 멀어지는 키스의 뒷모습을 보며 그가 보여준 다정한 우정에 감사하며 다시 북쪽으로 향하는 길 위에 몸을 실었다.

앤은 샤르의 품에 안겨 말을 타고 달리며 홀리리프 성에 남겨진 미스릴 리드 포드와 다시 마주하게 될 라팔, 에릴을 떠올렸다. 라팔의 검에 꿰뚫렸던 옆구리가 여전히 아려오는 듯했지만 앤은 설탕과자의 기원을 찾기 위해 공포를 억눌렀다. 한편, 왕도 루이스턴에서는 은설탕 자작 휴가 콜렛 공작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잠을 깼다. 공작은 요정왕과 앤이 왕성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전하며 휴를 몰아세웠다. 휴는 짐짓 모르는 체하며 샤르가 키스에게 보냈던 편지를 떠올렸다. 공작은 샤르와 앤이 향한 '최초의 설탕사과 나무'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으나 휴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대신 휴는 국왕의 명에 따라 올해의 품평회를 중지하고 왕국의 모든 은설탕과 장인들을 루이스턴으로 소집하는 큰 계획에 착수했다. 그는 3대 파벌의 본공방과 각 성에 서신을 보내 장인들을 불러 모았고, 설탕과자의 명맥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을 빚어낼 준비를 시작했다.
그사이 앤과 샤르는 나흘 동안 쉬지 않고 강행군을 이어가며 빌세스 산맥의 깊은 품으로 들어섰다. 날씨는 북쪽으로 갈수록 급격히 차가워졌고, 말의 기력이 다하자 두 사람은 말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그날 밤은 샤르가 태어나 리즈와 함께 자란 세인트 하이드 성 근처의 작은 동굴에서 노숙하기로 했다. 성 주변에 낯선 요정 사냥꾼들의 기척이 느껴지자 샤르는 조심스럽게 흔적을 지우며 앤을 데리고 몸을 숨겼다. 불도 피우지 못한 채 추위에 떨던 앤의 허리를 샤르가 가만히 감싸 안았다. 내일이면 라팔과 대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앤은 샤르에게 영원히 그를 좋아할 것이라고 고백했다. 샤르는 앤의 고백에 화답하듯 주변의 풀 덩굴과 알록달록한 열매를 엮어 정교한 반지를 만들었다. 샤르는 앤의 약지에 그 반지를 끼워주며 영원히 그녀를 아끼겠다고 약속했고, 앤의 손등 위로 그의 한쪽 날개가 스쳤다.
샤르는 앤을 품에 안고 눕히며 연인끼리 나누는 입맞춤과 그 이상의 감정들에 대해 나직이 속삭였다. 앤은 샤르의 다정함 속에서 긴 입맞춤을 나누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요새에 들어온 듯한 평온함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마침내 설탕 사과의 달콤한 향기가 풍겨오는 좁은 협곡에 도달했다. 은회색 가지 끝에 붉은 열매가 보석처럼 빛나는 설탕 사과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숲속에서 무기를 든 수십 명의 전사 요정들이 나타나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라팔과 에릴의 이름을 언급하며 살벌한 기세로 위협했다. 샤르는 그들이 날개를 돌려받고 라팔의 수하가 되었음을 직감하고는 은빛 검을 뽑아 드는 대신 앤을 번쩍 안아 들었다.
요정들이 함성을 지르며 추격해오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샤르는 숲을 가로질러 거침없이 질주했다. 샤르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기력이 바닥을 보일 즈음, 숲 한가운데 자리한 잔잔한 연못과 그 위로 비치는 거대한 최초의 설탕 사과 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샤르는 앤을 더 세게 끌어당기며 멈추지 않고 연못을 향해 몸을 날렸다. 죽음을 각오해야만 나무에 닿을 수 있다는 고대 선인들의 말을 되새기며, 두 사람은 차가운 물 속으로 깊숙이 가라앉았다. 수면 아래로 잠기는 찰나 몸이 뒤집히는 기묘한 감각과 함께 눈부신 백색광이 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4장 사라져 버리면 좋을 것을]
왕도 루이스턴의 성벽 안으로 마차가 들어서자 마차에 타고 있던 요정과 장인들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왕성과 연결된 개선 거리를 따라 거대한 흰 천이 지붕처럼 길게 드리워져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기묘한 백색 터널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설탕 요정 견습생 노아는 창밖의 광경에 정신을 뺏겨 벌떡 일어났고, 그 바람에 어깨에서 밀려난 미스릴이 마차 밖으로 튕겨 나갈 뻔했으나 캣이 날쌔게 손을 뻗어 그를 낚아챘다. 캣의 머리 위에서 잠들어 있던 벤자민까지 깨어나 소동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마차는 고요한 터널 속을 하염없이 나아갔다. 거리 곳곳의 기둥에는 은설탕 자작 휴 머큐리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으며, 이는 이 이례적인 광경이 자작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래드클리프 공방의 마커스와 스텔라, 페이지 공방의 엘리엇 등 루이스턴에 집결한 각 파벌의 수장들과 장인들은 의구심을 품은 채 자작의 별저로 향했다.
별저에서 장인들을 맞이한 휴는 최초의 은설탕을 구할 방도인 최초의 설탕사과 나무가 실존하며, 오직 그 위치를 아는 샤르와 앤이 함께 여정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렸다. 휴는 국왕의 엄명에 따라 나라 안의 모든 은설탕과 장인을 동원해 전례 없는 대규모 설탕과자 제작을 선포했다. 캣이 거대한 천막의 정체와 목적을 따져 묻자, 휴는 설탕과자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이끌겠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장인들에게 설계 도면을 내밀었다. 도면을 확인한 장인들 사이에서 경탄과 전율이 터져 나왔고, 그들은 곧바로 각자의 역할을 배정받으며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캣 역시 휴의 보좌가 되어 홀리리프 성의 요정들과 각 파벌을 통솔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으며, 장인들은 전신을 타고 흐르는 흥분을 억누르며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그 시각 앤과 샤르는 수면 아래의 공간이라 믿기 힘든 신비로운 정원에 발을 들였다. 그곳은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모든 풀잎과 나무가 정교하게 빚어진 듯 완벽한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앤은 그곳에서 눈이 시릴 만큼 푸른 잎사귀와 보석처럼 찬란한 열매를 맺은 거대한 최초의 설탕사과 나무를 발견하고 기쁨에 젖어 달려 나갔다. 그러나 나무 뒤에서 불쑥 나타난 라팔이 살기를 내뿜으며 검을 휘둘러 앤을 습격했다. 찰나의 순간 샤르가 앞을 가로막으며 두 요정왕 사이의 치열한 검극이 시작되었고, 사방으로 은빛 불꽃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백색 광채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감쪽같이 사라졌으며, 은색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를 지닌 은설탕 요정 필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로를 이 공간의 전능한 지배자라 칭한 필두는 형제 싸움을 허락하지 않겠다며 라팔을 보이지 않는 힘으로 밀쳐내 제압했다.
뒤늦게 달려온 에릴은 라팔이 앤을 다시 죽이려 했다는 사실에 놀랐으나, 이내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라팔이 죽어가던 앤의 숨을 붙여놓은 것이 바로 에릴의 '생명을 잇는 힘'이었다는 사실을 단번에 간파하고 추궁했기 때문이었다. 에릴은 자신이 앤을 살렸다는 비밀을 가장 두려워하던 상대인 라팔에게 들키자, 배신자로 찍힐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당황에 휩싸여 몸을 떨었다. 라팔은 에릴의 어깨를 거칠게 뒤흔들며 자신을 배신한 이유를 물었고, 에릴은 겁에 질린 채 앤을 죽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며 울먹였다. 라팔은 에릴의 대답에 깊은 절망과 배신감을 느끼며 밖에서 결판을 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정원을 떠났으며, 혼란에 빠진 에릴 역시 앤의 따뜻한 위로를 뒤로한 채 빛이 되어 사라졌다. 홀로 남은 앤은 필두에게 다가가 설탕사과를 나누어 달라고 간청했으나, 필두는 천 년에 한 번 찾아오는 나무의 휴식기인 전환기에 대해 설명하며 세상에서 설탕과자가 사라지든 말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정원 밖으로 나간 에릴은 숲속에서 라팔을 찾아내 그의 팔에 매달리며 용서를 구했다. 라팔은 에릴의 약한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자신을 진정으로 기쁘게 하고 싶다면 앤이 정제할 은설탕을 빼앗아 그들을 정원 밖으로 유인하라고 명령했다. 앤의 다정함과 라팔의 슬픈 얼굴 사이에서 고통받던 에릴은 결국 라팔의 뜻에 따르기로 결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팔의 자애로운 품에 안긴 에릴은 비참한 기분 속에서도 더 이상 스스로 생각하고 고뇌하는 형벌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에 사로잡힌 채 마음을 닫아버렸다.
[5장 은설탕 요정 필두의 요구]
앤은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다는 은설탕 요정 필두의 냉담한 말에 아득한 정신으로 그의 말을 되뇌었다. 삼천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이곳을 지키며 요정왕들에게 최초의 은설탕을 건네주었다는 그는 이제 지상의 일에 완전히 질려버린 상태였다. 필두는 허공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그려 일렁이던 푸른 하늘을 창백한 빈 공간으로 바꾸더니, 이 장소와 외부를 잇는 경계를 닫아버렸다. 그는 오백 년 전부터 발길이 끊겨 설탕과자가 이미 멸망했을 것이라 단정하며, 설탕사과를 뺏으려는 샤르의 위협에도 이곳에서는 자신이 전능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나른하게 날개를 매만졌다. 앤은 설탕과자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며 간곡히 설득하려 했지만, 무기력의 늪에 빠진 그의 눈동자에는 그 어떤 생기의 광채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돌려야 했던 앤은 필두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의 눈동자를 끈질기게 응시하며 시험을 제안했다. 살아있는 생명은 결코 완벽하게 채워질 수 없으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게 마련인데, 자신은 충분하다고 단언하는 필두의 논리가 틀렸음을 증명하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자신이 만든 것을 보고 필두가 조금이라도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설탕사과를 내어달라는 내기를 건 것이다. 앤은 자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손끝에 닿는 은설탕의 힘을 믿기로 하며 도전장을 내밀었고, 필두는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순식간에 풀밭 위에 작업대와 최상급 은설탕 통들을 만들어냈고, 앤이 내기에서 질 경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영원히 이곳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가혹한 대가를 조건으로 걸었다.
앤은 비장한 각오로 작업대 앞에 섰으나,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망설임과 압박감 때문에 첫 번째 은설탕 반죽에서 박자를 놓치며 실패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필두는 배를 거머쥐고 숨이 넘어갈 듯 앤의 미숙함을 비웃었지만, 앤은 부끄러워하는 대신 설탕과자를 대하는 그의 불성실한 태도에 분노하며 호통을 쳤다. 온 힘을 다해 부딪치는 장인을 비웃으려면 당신의 대단함을 먼저 증명해 보이라며 도발하자, 필두는 서늘한 위압감을 뿜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찰나의 순간에 청색 은설탕을 완벽하게 반죽해내며 신(神)에 가까운 압도적인 기예를 보여주었고, 앤은 그 경이로운 광경 앞에서 그가 사무치게 외로운 존재임을 깨달았다.
필두의 붉은 눈동자에서 희미한 호기심을 발견한 앤은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며 이번에는 협력을 요청했다. 자신의 미숙한 부분을 필두의 가르침으로 채워 그에게 꼭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겠다고 제안하자, 필두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직기와 플라이휠을 소환하여 은설탕 실을 뽑고 직물을 짜는 기술을 앤에게 보여주었다. 평소의 오만한 태도와 달리 그는 앤의 눈 깜빡임과 호흡에 맞춰 손놀림을 늦춰주는 자상한 스승의 모습을 보였고, 앤은 그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잃어버렸던 기술을 마법처럼 되찾았다.
앤은 필두에게서 배운 기술을 토대로 연푸른색 은설탕 실을 자아내어 영롱한 직물을 짜기 시작했다. 석양빛이 투과하는 아름다운 은설탕 직물을 보며 앤은 자신이 구상한 형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고, 필두는 흥미로운 눈길로 그녀의 곁을 지켰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샤르는 앤이 설탕사과 나무 그 자체인 필두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음을 직감하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전능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앤을 소유하려 든다면 자신은 그녀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샤르는 장인으로서의 긍지를 다해 작업에 몰두하는 앤의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6장 과거의 왕과의 해후]
노을빛 오렌지색이 감청색 어스름으로 내려앉자 앤은 침침해진 손끝을 보며 고개를 들었다. 필두는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어 하늘을 어루만졌고, 그러자 설탕사과 나뭇가지와 잎사귀마다 보리알 같은 하얀 불빛이 일제히 서려 공간을 은은하게 밝혔다. 필두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서 설탕과자를 만들었다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고, 앤은 그의 모습에 긴장을 풀며 다시 작업대로 시선을 떨구었다. 앤은 여러 색의 은설탕을 섞어 실처럼 자아내고 면을 틔우며 정성스럽게 무언가를 빚기 시작했다. 필두의 쓸쓸한 맨발에 어울리는 신발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었던 앤은 연푸른 은설탕 끈을 얽어 고풍스러운 샌들을 만들고 그 위에 무지갯빛 꽃장식과 빨간 알갱이를 수놓았다. 작업을 마친 앤이 완성된 설탕과자 신발을 내밀자 샤르가 험악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앤은 필두에게 이곳을 나가려면 신발이 필요하다며, 홀로 지내는 외로움에서 벗어나 밖의 세상으로 함께 나가자고 제안했다. 필두는 앤의 말에 생기를 되찾는 듯했으나 이내 미지의 존재를 마주한 듯 근원적인 충격에 휩싸여 고통스럽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는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며 분노 섞인 웃음을 터뜨렸고, 다급히 달려오는 샤르를 향해 손을 내리쳤다. 그 순간 샤르의 모습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사라졌고 앤은 절망감에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필두는 앤의 손에서 설탕과자를 낚아챘으며, 앤은 자신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머금은 채 망연자실했다.

같은 시각 은설탕 자작 휴 머큐리는 에드먼드 2세의 집무실로 향하며 흩어진 복장을 정돈했다. 루이스턴에는 이미 각 파벌의 장인들이 집결하여 설탕과자 제작을 앞두고 있었고, 휴는 국왕의 호출에 따라 진행 상황을 보고하러 갔다. 집무실 안에는 콜렛 공작과 재무대신 바이곳 백작이 있었는데, 요정 상인 길드에 유리한 세율 조정과 시장 확대 안건이 통과되는 것을 본 휴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휴는 국왕에게 설탕사과가 낙과하기 전인 이레 안에 설탕과자를 완성하겠다고 보고했으며, 여드레 뒤까지는 반드시 최초의 은설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왕은 요정왕이 제시간에 돌아올지 초조해했고 휴는 성공을 염원하며 그를 안심시켰다. 보고를 마치고 나오는 휴를 불러세운 콜렛 공작은 요정 상인들의 정보망을 통해 알아낸 빌세스 산맥으로 가서 직접 최초의 설탕 사과나무를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휴는 자신이 국왕의 명을 받드는 은설탕 자작임을 내세워 독단적인 행동을 거부했고, 샤르와 앤이 은설탕을 가져오리라 믿으며 작업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렬한 빛에 휩싸여 어딘가로 내던져진 샤르는 온통 하얀 공간 속에서 눈을 떴다. 그곳에는 자신과 똑 닮은 모습을 한 초대 요정왕 리제르바 시릴 새슈가 서 있었다. 리제르바는 자신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의 염원이 형상화된 존재라고 설명하며, 이곳이 최초의 설탕 사과나무 기맥임을 알려주었다. 리제르바는 과거 인간의 왕 세드릭과 싸워야 했던 비극을 언급하며, 자신 혼자의 힘으로는 주변의 간계와 증오를 막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미래의 요정왕들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세 개의 보석을 남겨 세 명의 요정왕이 공존하게 했으며, 그 다양한 가능성이 곧 전쟁을 피할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르는 리제르바의 말을 통해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깨달았고, 리제르바가 가리킨 출구를 향해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리제르바는 떠나는 샤르를 보며 그가 앤을 향해 품은 지독한 연모의 마음을 언급하며 미소 지었다. 샤르는 수치심을 뚫고 붉은 빛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졌고, 마침내 차가운 풀밭 위로 돌아왔다. 빌세스 산맥 중턱에 떨어진 것을 확인한 샤르는 앤이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앤이 들려주었던 지리학적 지식과 바람의 흐름을 이용해 방향을 잡았고, 한시라도 빨리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둠이 깔린 산맥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7장 같은 마음의 형태]
망연자실해 있던 앤은 양손에 설탕과자를 든 은설탕 요정 필두를 올려다보며 힘없이 물었다. 필두는 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지 못했으니 넘겨줄 명분도 없다며, 인간의 세월로 따지면 200년은 족히 더 살 수 있는 이곳에서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 지내자고 답했다. 승리를 확신하는 그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앤은 절망에 휩싸였다. 최초의 은설탕을 얻지 못한 것도 모자라 영원히 갇히게 된 현실에 앤은 발작적인 충동으로 도구함에서 대형 나이프를 움켜쥐었으나, 도구를 피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장인으로서의 본능 때문에 차마 목을 긋지 못했다. 앤은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떠올리며 요정 시장의 동료들과 샤르를 위해 반드시 은설탕을 손에 넣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나이프를 풀숲에 떨어뜨린 채 무릎에 이마를 묻고 깊은 무기력에 빠져들었다.
필두는 앤의 곁에 앉아 고요해진 그녀를 다정하게 채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풀숲에 떨어진 나이프를 주워 도구함에 정리했다. 그가 작은 도구 하나를 집어 든 순간, 필두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곧이어 앤의 뒤에서 천국을 찾는 어린 소녀의 환영이 나타났다. 온몸이 진흙으로 얼룩진 소녀는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상태였다. 필두의 기억이 형상화된 이 환영 속에서 소녀는 필두에게 자신을 천국으로 보내달라고 미소 지으며 부탁했고, 필두는 성가셔하면서도 서툰 솜씨로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환영 속의 소녀는 앤과 비슷한 또래의 아가씨로 성장했다. 소녀는 설탕과자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말을 믿고 필두에게 설탕과자 만드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매달렸다. 앤은 그 소녀의 옆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인 에마라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환영 속의 에마는 이곳에서의 삶이 무덤 속에 있는 것과 같다며, 밖으로 나가 고생을 하더라도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고 싶다고 필두에게 호소했다. 필두는 거세게 반대했으나 에마의 완강한 태도에 결국 그녀를 내보내 주었고, 에마는 필두의 문양이 새겨진 도구 하나를 소중히 품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환영이 사라진 뒤 필두는 앤에게 이 모든 것이 백 년 전의 사실임을 확인해주었다.
앤은 어머니 에마가 이곳에서 8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며 필두에게 기술을 배웠기에 그토록 독보적인 실력을 갖출 수 있었음을 이해했다. 필두는 20년 전 이곳을 떠나 돌아오지 않은 에마를 그리워하며 그녀가 남긴 도구를 어루만졌다. 앤은 어머니가 2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고, 필두는 인간의 생이 찰나와 같다며 고독한 슬픔에 잠겼다. 앤은 필두의 손을 잡으며 어머니의 마음이 이 도구를 통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라 위로했다. 필두는 앤이 만든 설탕과자가 비록 자신이 원하던 본질은 아니었으나, 에마와 똑같은 마음의 형태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앤이 자신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존재함을 증명했다며 그녀를 실패자가 아닌 장인으로 대우하기 시작했다.
필두는 최초의 설탕 사과나무 한 그루에서는 오직 한 움큼의 은설탕만 정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앤에게 정제 도구들을 내어주었다. 앤은 어머니의 의지가 자신을 이끌었음을 느끼며 기뻐하며 눈물을 닦고 나무 아래로 달려가 붉은 열매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필두는 수천 년을 살아온 자신조차 인간 소녀를 연모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으며, 세상의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샤르를 멀지 않은 곳으로 날려 보냈으니 곧 돌아올 것이라는 농담 섞인 말을 건네며 앤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같은 시각 루이스턴의 서쪽 광장에서는 은설탕 자작 휴 머큐리가 3대 공방의 장인들과 요정 견습생들을 집결시켰다. 휴는 올해 은설탕이 정제되지 않는 위기 상황을 알리며, 국왕의 명령을 빌미로 모든 장인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거대한 설탕과자를 만들자고 일갈했다. 장인들은 파격적인 그의 선언에 전율하며 7일이라는 짧은 기한 동안 자신들의 긍지를 지키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한편 에릴은 라팔과의 약속 때문에 앤의 은설탕을 빼앗아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면서도 결국 연못 속으로 몸을 던졌다. 앤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오던 샤르는 숲 근처에서 콜렛 공작의 병사들이 요정들을 소탕하기 위해 매복 중인 것을 발견했다. 샤르는 인간과 요정의 서약이 깨질 위기에 처했음을 직감하고, 사랑하는 연인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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