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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발 작품

나루토 신전 챕터 별 스토리 요약

by 미도착 원고함 서고지기 2026. 4. 12.

 

 

[서장]

 

 

어지럽게 널브러진 골판지 상자와 두루마리들이 가득한 호카게실에 7대 호카게 우즈마키 나루토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루토는 읽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로 툭 던지며 상담역인 나라 시카마루를 향해 아버지와 자식의 날이 무엇인지 물었다. 시카마루는 신시가에서 들어온 청원에 따라 휴일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려는 것이라 설명했으나, 나루토는 여전히 휴일에 이름을 붙인다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나루토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나란히 솟은 호카게 바위와 그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신시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십수 년 전 페인의 습격과 제4차 닌계 대전을 거치며 나뭇잎 마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으나, 마을 사람들은 끝내 무너지지 않은 호카게 바위를 이정표 삼아 이 땅에서 다시 부흥할 것을 다짐했다. 그 간절한 마음은 마을의 경이적인 발전을 이끌어내어 과거의 잡화점은 24시간 만물상으로 변했고 마을 안팎에는 전철이 달리는 철도가 깔렸다. 호카게 바위 뒤편으로는 고층 빌딩들이 들어섰으며 거대 모니터에서는 각국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닌자가 아닌 이주자들이 급격히 늘어났고, 아카데미조차 인술과보다 보통과의 비중이 커질 만큼 마을은 불의 나라 제1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나루토는 신시가에 사는 비닌자 주민들도 모두 똑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했지만, 정해진 근무 시간 없이 임무가 없을 때가 곧 휴일인 닌자들과 달리 정기적인 휴양을 원하는 일반 주민들의 생활 방식은 달랐다. 주민들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휴일 외에도 특별한 기념일을 만들어 쉬기를 원했고, 이번 안건 역시 그 일환이었다. 나루토는 이름이 붙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서류에 흔쾌히 호카게의 도장을 찍어 승인했다. 이로써 나뭇잎 마을에는 아버지와 자식의 정을 깊게 한다는 의미를 담은 아버지와 자식의 날이라는 새로운 휴일이 공식적으로 만들어졌다.

 

 

서류가 통과 상자로 던져지는 것을 보며 나루토는 문득 이 날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날인지 다시 물었다. 시카마루는 결국 아버지와 자식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쇼핑이나 여행을 즐기게 해달라는 취지라고 답했다. 아버지와 자식의 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루토의 표정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고 그의 머릿속에는 아들 보루토와 딸 히마와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낸 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해진 나루토의 마음을 읽은 듯, 시카마루는 스케줄에 여유가 생기도록 도울 테니 이번 기회에 집에서 아이들과 대화하며 가족 서비스를 하라고 조언했다. 나루토는 시카마루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이내 두 사람의 시선은 책상을 넘어 바닥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서류 뭉치로 향했다. 시카마루는 허망함이 섞인 목소리로 정말 여유가 생길 수 있을지 읊조리며 산더미 같은 업무를 내려다보았다.

 

 

[제1장 아버지와 딸, 나뭇잎 마을을 달리다]

 

 

나루토는 며칠 동안 이어진 격무로 비틀거리며 해도 안 뜬 이른 아침의 주택가로 들어섰다. 새로 제정된 ‘아버지와 자식의 날’을 준비하느라 쏟아진 서류와 상인들의 요청을 처리하느라 한숨도 자지 못한 터라 그의 발걸음은 취객처럼 위태로웠다. 길가에 쌓인 쓰레기봉투가 침대처럼 보이고 담장 위에서 자는 고양이가 부러워질 만큼 수면욕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나루토는 겨우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잠든 가족들을 깨우지 않으려 조심스레 문을 열었지만, 현관에는 딸 히마와리가 담요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었다.

 

 

나루토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자 겨우 눈을 뜬 히마와리는 품 안에 소중히 간직하던 종이 전단을 펼쳐 보였다. 그것은 ‘구미인 쿠라마’라는 이름의 한정판 장난감 광고였다. 히마와리는 아빠가 전날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서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인형을 사달라며 밤새 현관에서 아빠를 기다린 것이었다. 아내 히나타가 아이들을 맡기고 친정인 휴우가 가문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루토는 자신의 부재를 대신해준 아들 보루토의 기특한 흔적을 부엌에서 발견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피로가 몰려왔지만 나루토는 실망한 딸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묶고 히마와리와 함께 마을로 나섰다.

 

 

두 사람이 도착한 단골 완구점 앞은 이미 신제품을 사려는 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개점 전부터 모여든 어머니들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 있던 나루토는 그곳에서 아카데미 동기인 키바를 만났다. 키바 역시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고, 그는 쿠라마 인형의 수량이 매우 적다는 정보를 건넸다. 마침내 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아수라장이 펼쳐졌고 나루토는 히마와리의 손을 꼭 잡은 채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 간신히 알 모양의 상자 하나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기쁨에 겨워 가게 밖으로 나온 나루토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을 때, 그 안에는 여우가 아닌 뚱뚱한 너구리 모양의 일미 인형 ‘수학’이 들어 있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서둘러 집어 든 바구니가 쿠라마 옆에 놓여 있던 재고 상품이었던 것이다. 히마와리는 실망감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나루토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은 나루토는 반드시 오늘 안에 쿠라마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하며 히마와리를 등에 업고 마을의 다른 상점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루토는 이노의 꽃집에서 해바라기를 선물 받고, 낡은 막과자 가게에서 종이접기를 배우며 마을 곳곳을 누볐다. 텐텐이 운영하는 닌구점에서는 쓸쓸하게 가게를 지키던 텐텐에게서 독특한 귀걸이와 쿠나이를 샀지만, 그 어디에도 쿠라마 인형은 남아있지 않았다. 날이 저물어갈 무렵, 신시가를 수색하던 키바가 역전 매점에서 마지막 쿠라마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나타났다. 하지만 키바의 닌견 아카마루가 물어온 봉투 안에는 인형 대신 햄버거 세트가 들어 있었다. 누군가 인파 속에서 교묘하게 봉투를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범인을 발견한 나루토는 지친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추격전을 벌였다. 골목 끝에서 붙잡은 범인은 마을의 하급 닌자였으며, 그는 변방 조사 임무 때문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아들에게 줄 선물을 구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마가 끼어 도둑질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나루토가 그를 문책하려던 찰나, 뒤따라온 히마와리가 남자의 품에서 떨어진 쿠라마 봉투를 주워 그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히마와리는 자신에게는 아빠가 사준 수학 인형과 오늘 하루 함께 보낸 시간이 더 소중하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나루토는 딸의 깊은 마음에 감동하며 도둑질을 한 닌자에게 처벌 대신 마을 정문을 지키는 경비직으로 보직을 변경해 주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호카게로서의 배려였다. 모든 소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나루토는 히나타를 반갑게 맞이했고, 토라져 있던 아들 보루토에게는 텐텐의 가게에서 산 특별한 쿠나이를 선물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나루토는 마음속에서 투덜대는 진짜 쿠라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평온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막간1 시노 선생님과! 밥!]

 

 

나루토가 제정한 ‘아버지와 자식의 날’을 맞아 나뭇잎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거리 곳곳에서는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고, 피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늘어선 포장마차에서는 지글지글 튀김 익는 소리가 경쾌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길거리 광대의 묘기에 구경꾼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지는 등 마을 전체가 들뜬 공기로 가득 찼으며, 아카데미 교사인 아부라메 시노 역시 그 인파 속에 섞여 있었다. 시노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에 금속제 고글을 쓰고 있어 속마음을 알기 어려웠으나, 입가에는 분명 미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처음 이 날의 제정 소식을 들었을 때 독신을 경시하는 분위기라며 이의를 신청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막상 축제가 시작되자 독신인 자신도 충분히 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거리로 나섰다.

 

 

시노는 축제의 흥겨움에 취해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거리를 누볐다. 그의 오른손에는 오징어구이와 소시지 꼬치, 초코 바나나가 들려 있었고 왼손에는 커다란 양동이 크기의 팝콘 통이 안겨 있었다. 딱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하나둘 사 모으다 보니 어느새 먹을거리가 한짐이 된 것이었다. 그러던 중 시노는 영화를 보러 가자며 조르는 아카데미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즐겁게 영화관으로 향하는 학생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시노는 잠시 서운함을 느꼈으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에게는 비록 인간 가족은 없을지언정 가슴 속에 늘 함께하는 든든한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체내에 깃들어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온종일 함께 지내온 벌레들은 그에게 가족 이상의 유대감을 주는 소중한 동료들이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은 시노는 오른손에 든 꼬치들을 팝콘 산에 아무렇게나 꽂아두고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가 꺼내 든 것은 탐스러운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귀여운 여우 인형인 ‘쿠라마’였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유행을 파악하려 구매한 물건이었으나, 시노는 어느새 이 인형에 푹 빠져버려 이제는 가족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지극정성으로 아끼고 있었다. 시노는 발밑에 팝콘 통을 내려놓고 인형에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네며 병량환 같은 먹이를 내밀었다. 인형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것을 물고 삼키는 듯 보였고, 시노는 맛있냐고 물으며 인형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인형이 더 달라고 보채는 듯한 기분에 휩싸인 시노는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않을 테니 서두르지 말라며 인형을 다독였다. 그는 나루토가 실제 부리는 쿠라마보다 자신의 인형 쿠라마가 훨씬 지혜롭고 귀엽다며 자식 바보 같은 면모를 보였고,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인형에게 온 신경을 쏟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몸속에서 점심용 차크라를 기다리던 벌레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주인인 시노가 인형에만 정신이 팔려 차크라를 공급해주지 않자, 참다못한 벌레들이 한꺼번에 시노의 차크라를 멋대로 갈라먹기 시작했다. 결국 지극한 사랑으로 인형을 돌보던 시노는 벌레들에게 차크라를 몽땅 뺏긴 채, 인형을 손에 쥔 상태로 2분 만에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졸도하고 말았다.

 

 

[제2장 아버지와 딸, 행복의 형태]

 

 

아버지와 자식의 날을 하루 앞두고 나뭇잎 마을 전체가 들뜬 분위기에 휩싸였으나, 우즈마키 히나타는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급보를 받고 다급히 휴우가 종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히나타는 어린 딸 히마와리에게 할아버지의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자세한 설명도 없이 홀로 집을 나섰고,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장지문 앞에 주저앉아 울먹이는 여동생 하나비를 발견했다. 하나비는 아버지가 가위에 눌려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전했으나, 히나타는 강건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하나비의 태도에서 미묘한 위화감을 느낀 히나타가 백안을 개안하여 방 안을 살피자, 아버지 히아시는 생명에 지장이 있는 병이 아니라 단순히 허리를 삐끗해 누워 있는 상태였다. 하나비는 사실 귀여운 조카들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워 투정을 부린 것이었으며, 히아시는 손주들에게 늙고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가위에 눌린 척 신음하며 손주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히아시는 평소 엄격한 당주의 모습과는 달리 손주인 보루토와 히마와리 앞에서는 맹목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할아버지였으나,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서투른 모습을 보였다. 히나타와 하나비가 방으로 들어가자 히아시는 손주들이 오지 않은 것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고, 하나비는 히나타가 평소 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바람에 아버지가 진짜 노인이 된 기분을 느끼는 것이라며 짓궂게 놀려댔다. 대화 도중 히나타는 보루토가 최근 '게키 시노비에마키'라는 카드 게임에 빠져 있다고 언급했는데, 하나비가 가져온 카드 바인더를 확인한 히아시는 충격에 빠졌다. 역대 호카게들이나 전설의 3닌자가 최고 등급인 SSR로 분류된 것과 달리, 자신은 고작 R 등급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히아시는 손주에게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SSR 등급에 어울리는 공적을 세우겠다고 다짐하며, 만류하는 딸들을 뒤로하고 호카게 관저로 향했다.

 

 

호카게 실에서 시카마루를 만난 히아시는 다짜고짜 고난도 임무를 요구했고, 결국 온천지에서 발생한 폭약 도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딸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자욱한 김과 독성 가스가 가득한 암석 지대를 수색하던 중 히아시는 마스크를 쓴 괴한들을 발견하고 다짜고까 유권법 팔괘 64장을 퍼부어 제압했다. 그러나 그들은 폭약 도둑이 아니라 임무를 의뢰했던 굴착 업자들이었으며, 폭약 도난 역시 단순한 수량 착오로 밝혀지면서 히아시의 공적 세우기는 허망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의기소침해진 히아시를 데리고 인근 온천 여관에 머물게 된 히나타와 하나비는 노천탕에서 단둘이 몸을 녹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하나비는 아버지가 행복해지길 바란다며 히나타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종가로 들어와 살 것을 제안했다. 하나비는 바쁜 나루토가 집을 비우는 동안 히나타가 홀로 고생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가족이 떠난 집을 보여주어야 나루토도 가정을 돌볼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히나타는 자신의 승낙을 얻어내기 위해 결투를 신청한 하나비와 맞붙어 접전 끝에 승리했다. 히나타는 나루토와 신혼여행을 왔던 이 온천 여관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나루토는 항상 약속을 지켜주었고 자신은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고 답했다. 또한 보루토가 더 이상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이 깃든 지금의 집을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음 날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히아시는 어제의 실패를 딛고 다시 기운을 차려 손주들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보루토에게는 햄버거를, 히마와리에게는 달콤한 케이크를 사주겠다며 앞장서서 달려갔고, 히나타는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 역시 자식의 성장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어머니로 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막간2 시노 선생님과! 게마키!]

 

 

겨우 벌레들을 진정시킨 시노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옛 시가의 뒷골목을 한가로이 거닐었다. 주변이 조용하고 사람들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자 그는 마음 놓고 양팔을 활짝 벌려 기지개를 켜려 했다. 하지만 팔을 다 펴기도 전에 시노는 차크라가 끊긴 꼭두각시 인형처럼 어중간한 자세로 굳어 버렸다. 고글 너머로 보이는 광경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휴우가 종가의 당주이자 과거 동료였던 히나타의 아버지, 휴우가 히아시가 과자 가게 앞에 서 있었다. 시노는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서먹해하던 히나타의 모습과 휴우가 이외의 일족을 낮잡아 보던 히아시의 고압적인 옛 모습을 떠올렸다. 비록 지금은 성격이 둥글어졌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아부라메 가의 일원으로서 그와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 시노는 잠시 망설이다가 히아시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히아시는 천천히 몸을 돌려 시노를 바라보더니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이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의 서슬 퍼런 기운은 온데간데없었고, 그는 시노를 히나타의 동료로 친근하게 대우했다. 시노는 명가 중의 명가인 휴우가 일족의 수장이 어째서 이런 소박한 막과자 가게에 있는지 의아해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히아시는 그저 쇼핑 중이라고 답하며 가게의 한 구석을 응시했는데, 시노는 그가 보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하고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것은 요즘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카드 게임인 게키 시노비에마키, 일명 게마키였다.

 

 

시노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자신의 카드가 연달아 나오는 것을 두고 '시노 축제'라 부르며 쓰레기 카드 대행진이라고 한탄하던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고글 덕분에 눈물을 들키지 않았던 순간들을 회상하던 시노는, 히아시 같은 엄격한 인물이 이런 속된 유행에 관심을 갖는 것이 무척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히아시의 관자놀이 부근에서 핏줄이 서는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히아시가 갑자기 백안을 발동한 것이었다. 시노는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긴장했으나, 히아시는 그저 백안의 투시 능력을 이용해 게마키 팩의 내용물을 하나하나 뚫어지게 살펴보고 있었다. 히아시는 낮은 등급의 카드들을 제쳐두고 마침내 최상급 등급인 SSR 카드를 찾아내더니, 보루토에게 줄 좋은 선물을 구했다며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휴우가 일족의 긍지이자 강력한 혈계한계인 백안을 고작 카드 뽑기에 활용하는 기막힌 광경을 보며, 시노는 허탈함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계산대로 향하는 히아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제3장 아버지와 딸, 한 사람의 식탁]

 

 

캄캄한 방 안에서 나뭇잎 마을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겠다고 선언하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자는 뇌신의 심판을 맛보여주겠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뒤따르던 세 사람의 웃음소리가 어둠 속에 섞여 들었다. 남자가 무언가를 과시하며 내밀었지만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는 여자의 핀잔에 라이터를 켜자, 방 안에는 '뇌신의 심판'이라는 이름의 매운 햄버거가 크게 박힌 포스터가 드러났다. 일락 라면의 아야메와 불고기Q의 여주인, 그리고 앙코로도의 노파는 자신들의 가게 상품이 너무 작게 기재된 것에 분개하며 천둥 버거 점장에게 항의했다. 이들은 곧 '아버지와 자식의 날'을 맞아 열릴 대식가 대회의 우승 상품을 논의했고, 앙코로도의 노파는 가게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아키미치 쵸지를 겨냥한 비책이 있다며 단팥죽 새알심 무제한 제공을 약속했다.

 

 

그 시각 아키미치 쵸지는 거실 소파에 누워 감자 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호쾌하게 웃고 있었다. 아내 카루이와 딸 쵸쵸는 그런 쵸지를 경멸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고, 카루이는 쵸지가 자신이 내일 아침에 먹으려던 빵과 우유까지 먹어 치운 사실을 알게 되자 폭발하고 말았다. 화를 내며 장을 보러 나간 카루이의 뒷모습을 보며 쵸쵸는 아빠가 이대로라면 정말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쵸지는 아내의 마음을 되돌릴 방법을 고민하며 쵸쵸와 함께 밤거리를 걷다가, 대식가 대회 포스터를 발견했다. 쵸쵸는 아빠의 매력인 먹성을 보여주면 엄마도 다시 반할 것이라며 동반 출전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며 대회 참가를 결심했다.

 

 

대회 당일 특설 회장에는 시카마루와 시카다이 부자, 사이와 이노진 부자, 그리고 록 리와 메탈 리 부자 등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들었다. 이때 유랑하는 대식가라 자칭하는 거구의 쿠이다오레 부자가 나타나 쵸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곧이어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첫 번째 종목인 일락의 특제 차슈 라면 대결에서 메탈 리가 긴장감에 구토를 하는 바람에 리 부자는 즉시 실격 처리되었다. 이어지는 매운 햄버거 대결까지 무사히 마친 쵸지는 준결승을 앞두고 휴식하던 중 텐트를 찾아온 카루이를 만났다. 하지만 카루이는 대식가 대회를 몸을 망치는 미친 짓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이에 충격을 받은 쵸지는 삶의 의욕을 잃고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게 되었다.

 

 

준결승 종목인 불고기 10인분 대결이 시작되었음에도 쵸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쵸쵸는 홀로 고군분투하며 고기를 먹어 치웠다. 쿠이다오레 부자와 나라 부자가 먼저 결승 행을 확정한 가운데 쵸쵸는 마지막 수단으로 상추에 고기를 싸서 아빠에게 내밀며, 채소를 먹으라는 엄마의 말을 상기시켰다. 채소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 화해할 수 있다는 말에 쵸지는 갑자기 생기를 되찾아 고기 쌈을 전부 먹어 치우고 결승에 진출했다. 마지막 결승 메뉴로 앙코로도의 단팥죽 10인분이 차려졌고, 쿠이다오레 부자의 아들 다오레와 쵸지가 차례로 쓰러지는 이변이 발생했다. 그 순간 쿠이의 입에서 거대한 새알심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는 앙코로도 노파가 토둔 술법으로 새알심을 거대화시킨 비책 때문이었다.

 

 

통제 불능이 된 새알심들은 경기장과 관중석을 집어삼킬 듯이 부풀어 올랐다. 록 리와 메탈 리, 사이와 이노진, 시카마루와 시카다이가 각자의 술법으로 새알심을 막으려 애썼고, 쵸쵸도 거대화한 손으로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 위기의 순간 카루이가 나타나 뇌둔으로 새알심을 굳히며 쵸쵸를 도왔고, 의식을 잃었던 쵸지는 꿈속에서 아버지 쵸자를 만나 '밥은 함께 먹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깨어났다. 쵸지는 배가 찢어질 듯한 고통을 견디며 경기장의 모든 새알심을 먹어 치운 뒤, 나비 날개를 펼치는 비전 술법을 사용하여 그 열량을 전부 소모했다. 모든 사태가 진정된 후 쵸지와 쵸쵸는 대회의 최종 우승자가 되었고, 쵸지는 카루이에게 혼자 먹어서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시상대 위에서 쵸지와 쵸쵸, 그리고 마지못해 합류한 카루이는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가족의 화목을 되찾았다. 쵸지는 단것을 먹었으니 이제 짠 것이 먹고 싶다며 감자 칩을 사러 가자고 제안했고, 카루이는 기가 찬 듯 소리를 질렀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막간 3 시노 선생님과! 부자!]

 

 

북적이는 인파 속을 홀로 걷던 시노의 손에는 ‘아버지와 자식의 날’ 한정판으로 출시된 큼직한 오야코동 봉투가 들려 있었다. 아버지와 자식이 함께 먹도록 평소보다 두 배나 크게 만들어진 이 음식은 혼자서 즐기기엔 다소 과한 양이었지만, 시노는 오히려 혼자이기에 이 넉넉함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미 아침부터 이런저런 군것질을 한 탓에 배가 충분히 불렀음에도 축제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덥석 구매해 버린 음식이었다. 내일 아침이나 도시락 반찬이 될 것이 뻔해 보였으나, 음식을 보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시노는 마치 자신이 아키미치 쵸지가 된 것 같다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때 시노의 귓가에 익숙한 쵸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돌린 곳에는 과자점 앙코로도 앞에서 오랜만에 몰라보게 야윈 모습이 된 쵸지가 서 있었다. 곧이어 그의 딸 쵸쵸가 다가왔고 가게 앞 테이블에 먼저 앉아 있던 아내 카루이가 그들을 맞이했다. 카루이는 감자 칩을 사느라 늦게 온 남편에게 핀잔을 주며 앞에 놓인 그릇을 밀어주었다. 테이블 위에는 윤기가 흐르는 새알심이 가득 담긴 단팥죽이 놓여 있었고, 이를 본 쵸지와 쵸쵸는 환호성을 지르며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카루이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배가 부르니 천천히 먹으라고 쓴웃음을 지었지만, 쵸쵸는 아빠가 새알심을 너무 많이 먹었다며 엄마의 몫까지 탐을 내는 등 활기찬 대화를 이어갔다.

 

 

시노는 쵸쵸의 스승으로서 이 단란한 풍경에 다가가 인사를 건넬까 잠시 고민했다. 평소 카루이에 대해 호카게가 되기 전의 나루토를 찰과상 하나 없이 반 죽여 놓았다는 무시무시한 소문만 듣고 있었기에 인사를 나눌 기회로 삼고 싶었지만, 시노는 결국 발걸음을 멈췄다. 달콤한 단팥죽 향기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세 가족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외부인이 끼어들 수 없을 만큼 따뜻하고 견고해 보였다. 시노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동시에, 이 날이 혼자 즐기는 날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날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이해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묵직한 오야코동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시노는 가끔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가족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제4장 아버지와 딸, 꺼져가는 불꽃과 끓어오르는 불]

 

 

현저하게 발전하여 시끌벅적한 인적이 끊이지 않는 나뭇잎 마을의 풍경을 보며 우치하 사스케는 낯선 기분에 젖어들었다. 긴 시간 마을을 떠나있었던 탓도 있었지만, 소년 시절의 그에게 마을이란 풍경이 아니라 언제나 형인 이타치의 뒷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타치가 떠난 후에도 세상의 모든 것들은 오로지 형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일 뿐이었기에 그에게 그리워할 만한 고향의 정취 따위는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선가 풍겨온 새 목재의 향기가 그의 코끝을 간질이자 잊고 있었던 우치하 저택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부엌에 서 있던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앉아있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과거의 기억에서 깨어난 사스케는 아내와 딸이 기다리고 있을 집을 찾아갔으나, 그가 마주한 것은 집이 아닌 건축 자재가 쌓인 텅 빈 공터뿐이었다. 사스케는 혹시 누군가의 환술인가 의심하며 품 안에서 너덜너덜해진 편지 속 주소를 다시 확인했지만 이곳이 틀림없었다. 당혹감에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의 등 뒤로 딸 사라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아빠의 등장에 사라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와 오늘이 7대 호카게가 만든 '아버지와 자식의 날' 축제라고 들뜬 목소리로 설명했다. 사스케는 딸의 기대 섞인 시선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내 공터를 가리키며 집이 어디로 사라졌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사라다는 아빠의 황당한 질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거두고는, 엄마가 집을 부숴버려 지금 재건 중이며 임시 거처인 아파트에서 이미 저녁을 같이 먹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였다.

 

 

사라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파트까지 안내하겠다며 앞장섰다. 축제 분위기로 들뜬 거리에서 사라다는 오랜 시간 집을 비운 아빠에 대한 서운함을 툭툭 내뱉었다. 사스케는 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빨간 사과 사탕이나 토마토를 권했지만, 사탕은 필요 없다거나 토마토는 질색이라는 차가운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나루토가 딸 히마와리를 업고 거리를 질주하는 다정한 모습을 목격하게 된 사스케는 과거 이타치의 등에 업혔던 따뜻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사라다 또한 그런 다정함을 원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기꺼이 등을 내어주었지만, 사라다는 감동하기는커녕 웅크린 아빠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홀로 남겨진 사스케는 인적이 드문 뒷골목을 걷다 다리 위에서 하타케 카카시와 재회했다. 은퇴 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카카시는 제자의 딱한 처지를 비웃으며 연애 소설인 '러브러브 파라다이스'를 비장의 무기라며 꺼내 들었다. 사스케는 시시하다며 무시하려 했으나, 딸과 친해지는 비법을 전수해주겠다는 스승의 열변에 못 이겨 다시 사라다를 찾아 나섰다. 사스케는 카카시가 가르쳐준 대로 사라다에게 다가가 '귀여운 땅콩'이라는 해괴한 애칭을 부르는가 하면, 춥지도 않은 딸의 어깨에 자신의 커다란 외투를 억지로 걸쳐주었다. 하지만 맞지도 않는 옷에 파묻혀 꼴사나운 모습이 된 사라다는 결국 폭발하여 아빠가 짜증 난다는 말을 남기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낙담한 사스케는 다시 다리로 돌아가 카카시를 원망하며 책을 강에 던져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때 마침 다리를 건너던 아키미치 쵸지와 그의 딸 쵸쵸 부녀를 만났고, 사스케는 몰라보게 살이 빠진 쵸지를 알아보지 못해 결례를 범할 뻔하기도 했다. 쵸지는 딸과 사이좋게 지내는 비결로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라고 조언하면서도, 사라다에 대해서라면 자신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사스케를 집으로 보냈다. 드디어 임시 거처인 아파트 문 앞에 선 사스케는 아내 사쿠라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오랜만에 집안으로 발을 들였다.

 

 

사쿠라는 사스케의 길어진 머리를 다정하게 잘라주며 사라다와의 일을 고민하는 남편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사쿠라는 사라다가 아빠를 누구보다 동경하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도 큰 것이라 설명하며, 사스케가 어린 시절 아버지의 관심을 갈구했던 마음을 떠올려 보라고 조언했다. 아내의 진심 어린 조언에 사스케는 무언가 깨달은 듯 사라다가 수리검 수행을 하고 있을 숲속 폭포로 향했다. 격렬한 물줄기 속에서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지 못해 애를 먹고 있던 사라다 앞에 나타난 사스케는 아무 말 없이 수리검을 던져 딸의 수행을 방해하며 승부욕을 자극했다.

 

 

두 사람은 불꽃 튀는 수리검 대결을 펼쳤고, 사스케는 딸에게 자신이 한때 잘못된 길을 가려 했던 호카게 지망생이었음을 고백했다. 그는 나루토를 친구라고 부르며, 그 바보 같은 친구의 등을 보고 자라는 사라다라면 결코 길을 잃지 않고 훌륭한 호카게가 될 것이라고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넸다. 아빠의 예상치 못한 격려에 힘을 얻은 사라다는 마지막 수리검을 던졌고, 사스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수리검으로 딸의 수리검을 밀어주어 과녁 정중앙에 명중하게 도왔다. 기뻐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사스케는 과거 아버지가 자신에게 해주길 바랐던 칭찬을 건네려다, 그 말은 딸이 더 큰 꿈을 이뤘을 때로 아껴두기로 했다. 다시 임무를 위해 떠나야 하는 사스케는 서운함에 눈물을 훔치는 사라다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 쥐며 다음번 귀향 때는 화둔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막간 4 시노 선생님과! 괴물?]

 

 

나뭇잎 마을의 번화가를 평소처럼 걷던 아부라메 시노는 정면에서 마주 오던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상대방 역시 시노를 확인하고는 자리에 멈춰 섰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학생이나 동료, 학부모를 상대하는 일이 익숙해질 법도 했지만, 눈앞의 우치하 사스케는 그에게 있어 가장 대하기 어려운 부류의 상대였다.

 

 

시노가 먼저 음 하고 나지막한 소리를 내자 사스케 역시 응이라고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시노는 사스케와 제대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을 되짚어 보았으나, 아카데미 동기였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로치마루의 마을 습격 당시 칸쿠로 앞에서 두세 마디를 나눈 것이 전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시노는 무심코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사스케는 반대로 땅바닥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던 중 의외로 사스케가 먼저 딸인 사라다가 아카데미에서 신세를 졌다는 말을 꺼내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시노는 교사와 학부모라는 관계를 의식하며 짐짓 옷깃을 바로잡고 헛기침을 했다.

 

 

그는 사라다가 걷고자 하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니 아버지로서 부디 그 험난한 여정을 지켜봐 달라는 진지하고도 무게감 있는 조언을 건넸다. 시노의 말을 들은 사스케는 무언가 깊은 고민에 빠진 듯 턱에 손을 올리고는 아버지로서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 있다고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한 시노가 다시 한번 묻자, 사스케는 딸의 주변에 혹시 나쁜 벌레가 들러붙지는 않았느냐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시노는 멍하니 굳어버렸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참을 인 자를 수없이 그려 넣었다. 고글 너머의 칙칙한 하늘 위로 인내라는 글자를 새기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벌레를 다루는 술사로서의 자존심은 끝내 억눌러지지 않았다. 닌자란 참고 견디는 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시노였지만, 결국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벌레 중에 나쁜 놈은 없다며 사스케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러버리고 말았다.

 

 

[종장]

 

 

'아버지와 자식의 날'을 무사히 마친 다음 날, 나루토는 호카게 집무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맡긴 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매일 보던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단 하루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도 어쩐지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업무에 치여 책상 위 서류만 바라보느라 잊고 지냈던 천장의 질감을 새삼스레 느끼고 있을 때, 복도 너머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시카마루는 나루토의 얼굴을 보자마자 쓴웃음을 지으며 휴가를 다녀온 사람의 안색이 왜 그렇게 초췌하냐고 물었다. 나루토가 뺨을 긁적이며 정말 그렇게 이상하냐고 되묻자, 시카마루는 얼굴에 '녹초'라고 쓰여 있다며 제대로 쉬긴 한 것인지 걱정 섞인 농담을 건넸다. 나루토는 온종일 여기저기 뛰어다닌 탓이라며 목덜미를 주물렀고, 역으로 시카마루에게 휴가를 잘 보냈는지 물었다. 시카마루는 새알심 때문에 죽을 뻔했을 뿐만 아니라, 대결에서 지고 돌아왔다고 불같이 화를 내는 테마리의 기세에 눌려 휴일이 기일이 될 뻔했다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시카마루는 곧 태연한 목소리로, 그저 잠만 자던 평소의 휴일과는 달리 꽤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그 말에 나루토 역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최고의 휴가였다고 화답했다. 나루토가 이런 날이 한 달에 한 번쯤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들뜬 기색을 보이자, 시카마루는 기다렸다는 듯 책상 위에 두툼한 종이 뭉치를 툭 내던졌다. 그것은 아침 일찍 도착한 진정서들이었다.

 

 

시카마루가 내용을 설명하기도 전에 창밖에서 수많은 사람의 고함이 들려왔다. 나루토가 의아해하며 창문을 열자, 호카게 관저 앞은 이미 몰려든 마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부부의 날이나 자매의 날은 왜 없느냐며 각자의 사정에 맞춘 새로운 기념일을 만들어달라고 제각기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독신들을 위한 날을 만들어달라는 절규 섞인 외침까지 터져 나왔다.

 

 

군중 속에서 유독 큰 덩치의 아키미치 쵸자가 나서서 할아버지와 손자를 위한 날을 당장 만들라고 호통을 쳤고, 그 뒤에는 나루토의 장인인 휴우가 히아시가 몸을 숨긴 채 간절한 눈빛으로 동조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는 키바가 개의 날을 만들어달라고 끝없이 소리치고 있었다. 시카마루는 이 모든 요구가 담긴 진정서 더미를 가리키며 정말로 매달 행사를 추진할 것인지 물었다.

 

 

잠시 멍하니 밖을 내다 보던 나루토는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즐겁게 웃었다. 기념일의 이름이 무엇이든, 소중한 사람과 마음을 전하며 같은 시간을 보내는 기회를 얻는 일이라면 아무리 고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루토는 책상 위에서 호카게의 도장을 집어 들었다. 그는 당분간 달력에 적힌 모든 휴일에 이름을 붙여보자며, 도장을 든 손을 높이 치켜들고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