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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발 작품

사스케 열전 챕터 별 스토리 요약

by 미도착 원고함 서고지기 2026. 4. 12.

 

 

[서장]

 

 

추운 겨울날, 한 남자가 솜조차 제대로 들지 않은 얇은 이불 속에서 몸을 덜덜 떨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보름 전 레다쿠국의 수도 교도소에서 이곳 타타루 천문학 연구소로 이송된 그는 가축만도 못한 대우와 끝도 없는 토목 작업에 시달리며 극도의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강도 살인 행위가 그저 먹고살기 위한 정당방위였으며, 밧줄에 묶인 채 방치되어 동사한 일가족의 죽음은 운 나쁜 사고였을 뿐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했다. 열악한 환경에 대한 원망과 억울함이 극에 달한 그는 결국 날이 밝는 대로 이곳을 탈옥하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아침, 기상을 알리는 징 소리에 맞춰 일어난 남자는 식당에서 기회를 엿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대상은 수감번호 487번 사스케였다. 사스케는 조각 같은 외모와 압도적인 실력으로 다른 죄수들을 단숨에 제압했던 이질적인 존재였다. 남자는 사스케의 맞은편에 앉아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는 자신이 아카데미를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차크라를 다룰 줄 아는 닌자라고 밝히며, 젓가락을 흔들어 보이는 등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남자는 사스케에게 함께 담을 넘어 도망치자고 제안하며 유혹했다.

 

 

하지만 사스케는 무표정한 얼굴로 밖은 그저 황무지일 뿐이며 마을까지 가기도 전에 쓰러질 것이라고 차갑게 경고했다. 더욱이 자신은 스스로 이곳에 들어온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식당을 떠나버렸다. 무시당했다는 기분에 분노한 남자는 결국 홀로 탈옥을 감행하기로 했다. 그는 순라꾼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연구소를 둘러싼 10미터 높이의 돌담으로 향했다.

 

 

남자는 과거에 배운 대로 손바닥에 차크라를 집중시켜 매끈한 돌담을 개구리처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절반 정도 올라갔을 때까지만 해도 탈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그 순간, 지면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노란 눈동자와 마주치고 말았다. 연구소의 공포스러운 감시자인 마노였다. 예상치 못한 마노의 등장에 극심한 공포를 느낀 남자는 차크라 컨트롤을 놓치고 말았고, 그대로 담장에서 미끄러져 추락했다. 의식이 멀어져 가는 찰나, 남자는 자신의 옆구리를 꽉 깨물고 있는 마노의 눈을 바라보며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1장]

 

 

마노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박아 넣은 남자의 몸을 안뜰 한복판에 떨어뜨렸다. 기어서라도 도망치려는 남자의 등을 발톱으로 짓밟은 마노는 남자를 질질 끌고 가더니, 다른 죄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잔혹하게 살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고통에 찬 비명이 안뜰을 가득 채우고 붉은 피가 웅덩이를 만들었지만, 마노는 일부러 죽이지 않고 천천히 내장을 물어뜯으며 공포를 극대화했다. 탈출을 꿈꾸던 죄수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남자의 비명이 잦아들 무렵, 타타루 천문학 연구소의 소장인 잔슬이 은테 안경을 번뜩이며 나타났다. 그는 죄수들에게 마노의 디저트가 되기 싫으면 제자리로 돌아가라며 서늘한 경고를 던졌고, 인파 속에 섞여 있던 사스케는 식인 옥지기라 불리는 거대한 도마뱀 마노를 유심히 관찰했다. 직립보행을 하며 가공할 탄력을 가진 마노의 존재는 이 연구소를 열쇠 없이도 탈출 불가능한 감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사스케는 다른 죄수들과 함께 얼어붙은 땅을 곡괭이로 파내며 일과를 보냈다. 1년 넘게 계속된 이 의미 없는 작업은 거대 망원경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지만, 해발 5천 미터의 혹독한 추위는 죄수들을 한계로 몰아넣었다. 옆에서 작업하던 지지는 추위에 몸을 떨며 새로 온 미인 의사와 레다쿠국의 결혼 반지 풍습에 대해 수다를 떨었지만, 사스케의 머릿속은 온통 불 나라에 남겨진 나루토뿐이었다. 나루토가 앓고 있는 원인 모를 병을 고치기 위해 육도선인이 이곳에 머물며 남겼다는 기록을 찾는 것이 그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사스케는 점점 악화되는 나루토의 상태를 떠올리며 초조함을 억누른 채 다시 괭이를 휘둘렀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감방에는 도박광 펭지라와 자신의 발톱에 그림을 그리는 노인 간노가 있었다. 간노는 한 달 동안 돌을 부수고 자신의 발가락 가죽을 삶아 만든 안료로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이는 국가 반역죄로 17년형을 선고받은 화가로서의 마지막 집념이었다. 사스케는 마노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야바위 게임에 끼어들었다. 그는 차크라를 응용해 흙의 원소를 재배치하여 순식간에 루비를 만들어내 판돈으로 걸었고, 바람을 조작해 주사위 눈을 맞추며 펭지라를 이겼다. 승리의 대가로 자신이 방을 비울 때 순라꾼의 눈을 속여달라는 부탁을 남긴 사스케는 곧장 죄수들의 출입이 금지된 본동으로 향했다.

 

 

화려한 본동 복도에 숨어 기회를 엿보던 사스케 앞에 마침내 마노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스케는 마노를 제압해 정보를 얻기 위해 사륜안을 발동하고 강력한 환술을 걸었지만, 마노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채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환술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당황한 사스케는 얼음 수리검을 만들어 마노의 몸에 깊은 상처를 입혔고, 치명상을 입은 마노는 비명을 지르며 창밖으로 도망쳤다. 소란을 피우지 않으려던 계획이 어긋난 것에 혀를 차며 사스케는 다시 감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식당에서 내려다본 안뜰에는 어젯밤 깊은 상처를 입었던 마노가 흉터 하나 없이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스케가 경악하며 창밖을 응시하자 등 뒤에서 소장 잔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노에게 손을 댄 것을 눈치챈 잔슬은 적의를 드러내며 다가왔고, 사스케는 즉시 사륜안을 발동해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잔슬의 안경 너머에 있는 것은 생기 없는 유리 의안이었기에 사륜안의 동술은 무용지물이었다. 잔슬은 비웃듯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일개 닌자 따위가 자신에게서 마노를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사스케의 귓가에 차갑게 속삭였다.

 

 

[2장]

 

 

다음 날 아침 점호 시간, 순라꾼은 눈을 피했다는 트집을 잡아 처음으로 사스케에게 매질을 시작했다. 즐거운 듯 휘두르는 봉이 사스케의 어깨와 쇄골, 등을 차례로 때렸고, 일반인의 매질 정도는 끄떡없던 사스케였으나 무의미한 통증에 저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순라꾼은 이를 반항으로 간주해 따귀까지 때리며 기세를 올렸다. 작업 중에도 괴롭힘은 계속되어, 뒤에서 순라꾼이 오는 줄 모르고 악담을 하던 지지가 배를 맞자 사스케는 지지의 수다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영문 모를 이유로 세 배나 더 많은 매를 맞아야 했다. 사스케는 소장 잔슬이 자신을 노리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직감했다. 하루 종일 여덟 명의 순라꾼 전원에게 돌아가며 매를 맞은 사스케는 퇴교 시간 무렵 머리가 길다는 사소한 이유로 다시 봉변을 당하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나루토를 위한 잠입 임무를 되새겼다. 동료 죄수인 펭지라와 간노가 그를 위로했지만, 사스케는 초조함이 섞인 말투로 괜찮다고 답하며 지지의 추궁을 뒤로한 채 소등 시간을 맞이했다.

 

 

모두가 잠든 것을 확인한 사스케는 낮에 순라꾼에게서 슬쩍한 붉은 천을 손목에 감고 감방 밖으로 나섰다. 붉은 천은 감옥의 파수꾼인 마노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통행증이었으나, 복도를 걷던 사스케는 청소도구함에 갇혀 울고 있는 야윈 남자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괴롭힘을 당해 붉은 천마저 빼앗긴 채 공포에 떨던 남자를 본 사스케는 그를 그대로 두면 마노에게 목숨을 잃을 것을 직감하고 자신이 가진 붉은 천을 풀어 남자에게 건네주어 피신시켰다. 천이 없는 상태로 복도에 남겨진 사스케의 뒤로 마노가 소리 없이 나타나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사스케는 천장으로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한 뒤 마노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어젯밤 베어버렸던 배의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고 경이로운 회복력에 의문을 품은 사스케는 다시 한번 사륜안을 시도했지만 마노에게는 환술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격렬한 공방 도중 마노의 발톱이 사스케의 뺨을 살짝 스쳤고, 그 순간 사스케는 강렬한 현기증과 함께 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마노의 발톱에 묻은 강력한 독이 몸에 퍼지자 사스케는 수둔으로 물을 만들어 마시려 했으나 손끝이 떨려 차크라조차 제대로 쥐어짜지 못했다. 숨이 가빠지고 시야가 하얗게 흐려지는 위기 상황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스케는 필사적으로 초점을 맞추며 마지막 힘을 다해 환술을 걸 준비를 했지만, 배후에서 나타난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눈을 가렸다. 익숙한 체온과 함께 들려온 목소리는 다름 아닌 아내 사쿠라였다. 의무실에서 정신을 차린 사스케는 사쿠라의 치료를 받으며 그녀가 이곳에 의사로 잠입하게 된 경위를 들었다.

 

 

사쿠라는 나루토가 앓고 있는 병이 과거 육도선인이 겪었던 것과 같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곳 레다쿠국에 숨겨진 운석의 힘인 '극립자'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전했다. 육도선인은 극립자를 두 개로 나누어 '땅에 내려온 하늘'과 '떨어지지 않고 도는 별'에 숨겼으며, 그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천체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임무의 핵심이었다. 사스케는 위험한 곳에 잠입한 사쿠라를 걱정하며 돌아가라고 했으나, 사쿠라는 자신의 실력과 파트너로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완강히 버텼다. 대화 도중 지지가 상처 치료를 핑계로 의무실에 들이닥쳐 사쿠라에게 수작을 걸자, 사스케는 참지 못하고 나타나 사쿠라가 자신의 아내임을 밝히며 지지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의무실을 나와 복도를 걷던 사스케는 지지로부터 부부란 언제나 함께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장기 임무로 집을 오래 비웠던 사스케에게 지지의 말은 낯설었지만, 사쿠라와 자신의 유대감은 거리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사스케는 지지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한 뒤, 극립자를 찾기 위한 단서인 '천체도'에 대해 물었다. 지지는 그런 책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서고를 담당하고 있는 펭지라에게 찾아가 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3장]

 

 

붉은 석양이 비치는 안뜰을 가로질러 사스케는 본당 앞에 우뚝 선 서고로 향했다. 변색하기 쉬운 양피지 문헌을 보관하기 위해 사암과 홍토로 지어진 그곳은 통풍이 잘되어 감방동보다 훨씬 추웠고, 환기용 작은 창으로 스며드는 햇빛만이 마루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사전에 협의한 대로 남쪽 책장 앞에서 책을 찾는 시늉을 하던 사쿠라와 합류한 사스케는 주위의 시선을 피해 서고 담당인 펭지라를 공략할 계획을 세웠다. 펭지라는 사스케와 같은 방을 쓰는 죄수로 도박을 무척 좋아했는데, 사쿠라가 나중에 합류하여 그를 유도하기로 하고 사스케가 먼저 잠든 펭지라의 어깨를 두드려 깨웠다. 잠에서 깬 펭지라는 가석방을 노리는 모범수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정작 그가 보던 용수 도감에는 침을 흘려 페이지가 찢어지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펭지라가 가리킨 찢어진 그림 속에는 티탄이라 불리는 목이 긴 거대 생물이 그려져 있었고, 사스케는 이 땅에 과거 공룡이라 불리는 용수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본론을 꺼냈다.

 

 

사스케가 천체도라는 책을 찾는다고 말하자 펭지라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사스케를 치켜세우며 장서 목록을 내주었다. 낡은 목록의 첫 페이지에서 사스케는 천체도가 지하 서고 '이24' 구역에 있음을 발견했으나, 펭지라는 그곳이 최고 징벌인 고문이 뒤따르는 금지된 구역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때 지나가던 행인처럼 나타난 사쿠라가 천문학 연구를 핑계로 지하 서고의 열쇠를 요구하며 도박 승부를 제안했다. 펭지라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사쿠라의 간곡한 부탁과 도박의 유혹에 결국 넘어가 이 연구소에 전해 내려오는 '별 세우기'라는 게임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사스케는 환술로 간단히 끝내려 했으나 사쿠라는 정당한 승부를 고집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펭지라가 가져온 호화로운 상자 안에는 12가지 그림이 그려진 60장의 카드가 들어 있었고, 바다를 헤엄치는 백마부터 늪을 기어다니는 개구리와 민달팽이까지 각기 다른 모티브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게임의 규칙은 6장의 카드를 나누어 가진 뒤 교환을 통해 '별'이나 '흙' 같은 조합을 먼저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사쿠라는 단 한 번 설명을 듣고 모든 짝의 조합을 외워버렸으며, 펭지라는 그녀의 심상치 않은 태도에 긴장하며 카드를 나누어주었다. 사쿠라는 의사다운 정교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배분하며 펭지라를 도발했고, 서고의 죄수들이 몰려들어 두 사람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펭지라는 두 번째로 높은 점수인 '흙' 조합을 완성하며 승리를 확신하고 패를 펼쳤으나, 사쿠라는 놀랍게도 펭지라와 완전히 똑같은 조합을 내놓으며 무승부를 만들었다. 이후 30분 동안 이어진 다섯 번의 대결에서 사쿠라는 매번 펭지라와 소름 돋을 정도로 동일한 패를 내놓으며 그를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결국 펭지라는 사쿠라의 신비로운 능력에 질려 패배를 인정하고 지하 서고의 여벌 열쇠를 건네주었다. 그는 과거 오로치마루라는 사자가 찾아와 금술책을 빌려 갔다는 기묘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날 밤 지지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사스케는 서고 앞에서 사쿠라와 합류해 지하로 향했다. 어두운 서고 안에서 두 사람은 화둔의 불꽃으로 앞을 비추며 나아갔는데, 사스케는 사쿠라를 향한 지지의 관심을 경계하며 토둔술을 응용해 루비가 박힌 은반지를 즉석에서 만들어 그녀의 약지에 끼워주었다. 기혼자의 증표를 선물 받은 사쿠라는 수줍어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사스케는 짐짓 쌀쌀맞은 척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지하 서고 문을 연 사쿠라는 펭지라와의 승부 비결이 카드의 미세한 흠집을 모두 암기한 덕분이었다고 고백하며 츠나데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거미줄 가득한 지하실에서 사쿠라는 벽 너머에 소장실과 연결된 숨겨진 나선 계단이 있음을 차크라로 감지해냈고, 마침내 깊은 청색 표지의 천체도를 찾아냈다.

 

 

책을 펼치자 그 안에는 나뭇잎 마을의 닌자 사이가 그리는 수묵화와 유사한 기법의 그림들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육도선인이 과거 이곳에 머물며 이 그림들을 그렸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천체도에 그려진 12장의 그림은 '별 세우기' 카드의 도상과 완벽히 일치했으며, 사쿠라는 그림 속 미세한 점들을 연결해 이것이 별자리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민달팽이 그림이 북두오성을 가리킨다는 것을 발견한 두 사람은 이 그림들이 월별로 관측되는 하늘을 나타낸다고 추측했다. 그러던 중 사스케는 책의 뒤표지에서 '별이 늘었다'라는 문구와 함께 나뭇잎 마을의 문양이 그려진 종이 조각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다음 날 아침 사쿠라는 하룻밤 사이 분석한 별자리 일람표를 사스케에게 전달하며 1월의 너구리부터 12월의 노인까지 정리된 자료를 건네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4장]

 

 

죄수들은 매일 일출과 함께 일어나 노동을 하고 해가 질 무렵 방으로 돌아오는 단조로운 생활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들은 틈틈이 자신들만의 놀이를 즐기며 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펭지라는 도박에 빠졌고 간노는 손톱과 발톱에 그림을 그렸으며 지지는 교도소의 파수꾼인 마노가 나타나는 시간을 맞추는 내기를 했다. 지지는 마노가 며칠 만에 모습을 드러낼지, 그가 나타나는 시프트가 언제일지를 정확히 맞히며 열흘 연속 적중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평소 소심한 펭지라는 마노를 무서워했지만 지지는 규칙만 어기지 않으면 마노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지지는 간노가 쓰던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쇠창살 틈새로 내밀어 마노를 유혹했다. 마노는 마치 고양이처럼 가르릉거리며 나뭇잎에 코를 비벼댔다. 지지는 마노가 아몬드 나무의 냄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간노에게 마노를 만져보라고 권했다. 간노가 조심스럽게 마노의 이마를 쓰다듬자 마노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모습을 본 펭지라도 용기를 내어 다가갔으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움직이다가 그만 발가락이 감방의 경계선을 넘고 말았다. 그 순간 얌전하던 마노가 돌변하여 덮쳐들었고 지지가 펭지라를 뒤로 잡아당긴 덕분에 화를 면했다. 이 과정에서 마노가 쇠창살에 부딪히며 전등을 건드리는 바람에 뜨거운 기름이 마노의 배 위로 쏟아졌고 마노는 비명을 지르며 복도 끝으로 달아났다.

 

 

사스케는 바닥에 쏟아진 기름과 전등의 불꽃을 바라보며 나루토와 쿠라마를 떠올렸다. 그는 문득 천체도에 그려진 열두 개의 별자리가 사실은 미수들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구리는 일미 수학, 고양이는 이미 마타타비, 거북이는 삼미 이소부와 같은 식이었다. 화톳불처럼 보였던 아홉 개의 꼬리는 바로 구미 쿠라마였고 땅에서 태어나는 거인은 십미를 의미했다. 사스케는 서고에서 사쿠라를 만나 이 사실을 알렸고 두 사람은 소장 잔슬의 방에 잠입할 계획을 세웠다. 마침 수도에서 재상의 사신인 훈달이 온다는 소식을 접한 그들은 이를 기회로 삼기로 했다.

 

 

사쿠라는 정문에 도착한 사신 훈달을 마중 나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훈달을 한적한 방으로 안내한 뒤 기습하여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사쿠라는 변신술을 사용하여 훈달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했고 사스케는 훈달이 들고 있던 지팡이로 변신했다. 사쿠라는 지팡이가 된 사스케를 짚으며 잔슬의 소장실로 향했다. 잔슬은 아무런 의심 없이 사쿠라를 방으로 들였고 사쿠라는 재상의 전언을 전달하는 척하며 능청스럽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녀는 잔슬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한 틈을 타 사스케가 변신한 지팡이를 침실 입구 쪽으로 던졌다.

 

 

지팡이 상태에서 풀려난 사스케는 기척을 죽이고 침실 안쪽의 백동문으로 다가갔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사스케는 차크라를 이용해 토둔으로 즉석에서 열쇠를 만들어냈다. 사쿠라가 밖에서 훈달의 가족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시간을 버는 동안 사스케는 정교하게 열쇠 구멍을 조작했다. 중간에 열쇠가 부러지는 위기도 있었으나 사스케는 침착하게 다시 차크라를 집중하여 결국 잠금을 풀었다. 사쿠라가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쳐 소음을 덮어준 덕분에 사스케는 무사히 문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어두운 나선 계단을 내려간 사스케는 지하실의 철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무서운 병기가 아니라 수십 마리의 닭과 정체 모를 바위 더미였다. 사스케는 깃털이 날리는 지하실 한복판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에 당혹감을 느끼며 걸음을 멈췄다.

 

 

[5장]

 

 

사쿠라가 카카시가 보낸 매로부터 전령을 받은 것은 재상의 사신이 다녀간 지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서신에는 레다쿠국의 재상이 여왕 마나리와 손을 잡고 나가레 마을을 침공했다는 소식과 함께, 동생인 나나라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하기로 했으며 카카시가 이를 전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는 긴박한 상황이 담겨 있었다. 사쿠라는 재상의 사신이 잔슬에게 진척 상황을 물으며 전력을 보낼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잔슬이 말한 전력이 분명 재상의 군대를 지원하기 위한 것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이 극북의 연구소 어디에 그런 거대한 전력이 숨겨져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사쿠라는 서둘러 현 상황을 정리한 서신을 매의 다리에 묶어 보내고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사스케를 찾아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저녁 배식을 받으려는 죄수들로 북적였지만 사스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고민에 빠진 사쿠라의 머릿속에는 잔슬과 재상의 관계, 극립자의 소재, 별자리가 그려진 천제도의 의미 등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때 사스케의 감방 동료이자 손톱에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가진 노인 간노가 다가와 맞은편에 앉았다. 간노는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면이 회전해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냈고, 사쿠라는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을 되돌아보며 대화에 응했다. 간노는 사쿠라의 반지를 보고 결혼했느냐고 물었고, 사쿠라는 남편이 다정하고 순수하며 때로는 너무 올곧아서 걱정될 정도지만 본인의 멋진 외모에는 관심조차 없는 점이 좋다고 털어놓았다.

 

 

간노는 사쿠라의 말을 듣고 사스케가 행운아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당황하는 사쿠라에게 간노는 사스케가 늘 창가에 앉아 바깥의 나무에 언제 꽃이 필지 신경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나무는 벚꽃이 아닌 고지의 아몬드 꽃이었지만, 사쿠라는 사스케가 그 꽃을 보며 자신의 이름을 연상하고 자신을 생각해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귀까지 새빨개졌다. 의무실로 돌아온 사쿠라는 책상 위에 꽂아둔 동백꽃을 보며 사스케를 떠올렸다. 그러다 간노가 말한 천문학적 관점과 인간의 주관에 대해 생각하던 중, 닌자가 맺는 인이 십이지의 이름을 딴 것에 착각이 있을 뿐 본래는 편의상 붙여진 이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12개의 별자리와 12개의 인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쿠라는 비명을 지르며 의무실을 뛰쳐나갔다.

 

 

그 무렵 사스케는 본동 옥상에서 지지와 함께 살구를 수확하는 작업에 동원되어 있었다. 지지는 사스케 때문에 자신까지 고생한다며 투덜거렸지만, 사스케는 묵묵히 살구를 닦으며 먼 곳의 풍경을 감상했다. 그러다 벼랑 아래 분화구에 빗물이 고여 만들어진 작은 호수를 발견했다. 지지는 그 호수가 낮에 보면 하늘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푸르고 투명하다고 설명해주었다. 그 순간 사스케는 육도선인의 문구에 등장하는 '땅에 내려온 하늘'이 바로 이 호수임을 직감했다. 사스케는 지지에게 작업을 떠맡기고 서둘러 사쿠라를 찾아 나섰고, 계단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가 알아낸 단서를 공유했다.

 

 

사쿠라는 천제도의 별자리들이 사실은 극립자를 손에 넣기 위한 인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십이지와 별자리를 대조한 메모를 보여주며, '별 세우기' 게임에서 가장 점수가 높은 조합인 '별'과 '흙'이 각각 극립자가 숨겨진 장소와 그곳에서 맺어야 할 인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백마, 양치기, 고양이, 화톳불, 거인, 거북이로 구성된 '별'의 조합은 진, 술, 축, 신, 유, 인의 인을 의미했고, 사스케가 찾아낸 '땅에 내려온 하늘'인 호수에서 이 인을 맺으면 봉인이 풀릴 것이 분명했다. 사스케는 소등 후에 호수로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하며 자리를 떴다.

 

 

깊은 밤, 두 사람은 기척을 죽이고 연구소 뒷편의 절벽을 내려가 호수에 도착했다. 밤하늘을 완벽하게 반사하는 호수의 아름다움에 사쿠라는 넋을 잃었고, 사스케는 이곳의 이름이 육도선인의 이름을 딴 '리쿠코'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사스케는 잠시 사쿠라의 손을 잡으며 마을에 남겨진 딸 사라다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떨어져 있어도 변치 않는 유대감에 대해 진솔한 마음을 전했다. 사쿠라는 사스케의 진심 어린 고백에 미소 지으며, 마을로 돌아가면 평범한 반지를 맞추자는 그의 제안에 화답했다. 이어 사쿠라는 준비해온 인을 차례대로 맺기 시작했다.

 

 

수면이 환하게 빛나며 호수 밑바닥에서 빛기둥과 함께 대나무함이 떠올랐다. 그 안에는 엄청난 차크라를 머금은 극립자가 봉인되어 있었다. 마침내 미션을 달성한 순간이었지만, 사스케는 별 세우기 카드 뒷면에 그려진 도마뱀과 바위 그림을 보고 의구심을 품었다. 사쿠라는 그것이 과거 이 지역에 서식하다 운석 충돌로 멸종한 '용수'와 운석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스케는 지하실에서 보았던 거대한 바위 파편과 닭, 그리고 오로치마루의 예토전생 기술을 떠올리며 잔슬의 진짜 목적이 용수의 화석을 이용해 고대의 괴수들을 부활시키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 소름 끼치는 결론에 도달한 찰나, 연구소 방향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고 잿빛의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용수들이 하늘을 뒤덮으며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6장]

 

 

부활한 익룡들이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며 사스케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하늘을 뒤덮은 십여 마리의 익룡을 본 사스케는 혀를 차며 연구소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사쿠라에게 먼저 연구소로 가서 잔슬을 찾으라고 지시했고, 흩어지면 잡기 힘든 익룡들을 자신이 직접 쫓기로 했다. 사쿠라가 연구소 쪽으로 달려가자 사스케는 스사노오를 꺼내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익룡 한 마리가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익룡의 등 위에서 내린 잔슬은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며 사스케를 맞이했다. 사스케는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용수를 부활시킨 목적을 물었으나, 잔슬은 대답 대신 사스케의 신분을 들먹이며 조롱했다.

 

 

사스케는 대화를 이어가며 잔슬에게 환술을 걸 기회를 엿보았지만, 유리로 된 그의 의안 때문에 시선을 맞춰도 환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고심했다. 그때 연구소 쪽에서 담벼락이 무너지는 굉음이 들려왔고 잔슬의 시선도 그쪽을 향했다. 사스케는 잔슬이 안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주변 정보를 감지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잔슬은 되살린 용수들을 무기로 사용해 재상의 음모를 도우려 했으며, 죄수들을 용수의 먹이로 처리하려는 잔혹한 계획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았다.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지르며 재상에 대한 광적인 충성심을 드러내는 잔슬을 보며, 사스케는 그를 고문하더라도 정보를 얻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

 

 

사스케는 사륜안을 발동해 잔슬의 체내 차크라를 확인했다. 그러나 잔슬의 차크라 양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고, 이는 그가 이 거대한 술법을 부리는 술사가 아니라는 반증이었다. 사스케가 당혹감에 빠진 순간 배후에서 살기가 느껴졌고, 마노가 나타나 그의 옷자락을 물어뜯었다. 잔슬은 마노에게 사스케를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린 뒤 다시 익룡을 타고 상공으로 도망쳤다. 사스케는 마노와 대치하며 이 술법이 자신이 아는 예토전생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마노를 멈추기 위해 아마테라스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사스케는 고통 속에 짐승을 가두고 싶지 않아 다른 길을 택했다.

 

 

사스케는 칼을 뽑아 마노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그의 배에 남은 화상 자국을 살폈다. 그는 마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칼을 놓은 채 손을 뻗었다. 수둔과 풍둔을 조합해 만든 얼음으로 마노의 화상 부위를 부드럽게 감싸 치료해주며, 사스케는 지난 전투에서 상처를 입혔던 일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마노는 경계하며 사스케의 오른팔을 강하게 깨물었지만, 사스케는 팔이 물린 상태에서도 도망치고 싶어 하는 마노의 마음을 다독였다. 마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찰나 사스케는 사륜안의 안력을 집중했다. 그는 물린 팔을 마노의 입속으로 더 깊숙이 밀어 넣어 혀의 점막을 통해 직접 차크라를 주입하며 환술로 기존의 조종 술법을 덮어씌웠다. 거세게 저항하던 마노는 이내 기운을 잃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잠시 후 천천히 눈을 뜬 마노는 이전의 살기 어린 모습 대신 온순한 눈빛으로 사스케를 바라보았고, 사스케의 몸 위로 올라타 상처 난 팔을 정성스럽게 핥으며 마음을 열었다.

 

 

[7장]

 

 

땅이 거대하게 갈라지며 정체모를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자 평화롭던 연구소 안뜰은 순식간에 비명과 선혈이 낭자한 살육의 현장으로 변했다. 지하실 천장을 뚫고 튀어 올라온 익룡과 스피노사우루스는 겁에 질린 죄수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했고, 파키케팔로사우루스는 단단한 머리로 판잣집 같은 감방 건물을 들이받아 사람들을 매몰시켰다. 도망치던 무리가 담벼락 앞에 몰려 죽음을 직감하며 절망에 빠진 순간, 벽을 부수는 굉음과 함께 의무실의 사쿠라가 나타나 탈출구를 열어주었다. 죄수들을 밖으로 유도하며 전열을 가다듬은 사쿠라는 사태의 원흉인 잔슬을 찾아내 술법을 해제하기 위해 연구소 본동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텅 빈 소장실을 지나 복도를 수색하던 사쿠라는 계단에서 지지와 마주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지지는 걱정하는 척 사쿠라를 끌어당기더니 돌연 그녀의 등에 독이 발린 쿠나이를 깊숙이 박아 넣었다. 온몸의 세포가 타들어 가고 감각이 마비되는 고통 속에 쓰러진 사쿠라는 지지가 잔슬과 결탁한 실제 전생술의 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지는 움직이지 못하는 사쿠라의 주머니에서 극립자가 든 함을 빼앗고는, 애인과 닮은 그녀를 죽이는 것이 아깝다는 조소를 남기며 거대 공룡 티타노사우루스를 소환했다. 산더미 같은 위용을 드러낸 공룡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건물의 토대가 파괴되었고, 결국 연구소 본동은 굉음을 내며 사쿠라 위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현장에 도착한 사스케는 처참하게 붕괴된 건물 잔해를 보며 경악했다. 잔슬의 공범이 지지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달려왔으나, 아내의 차크라조차 느껴지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 그는 필사적으로 바닥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한편, 무거운 기둥과 돌무더기에 깔린 채 의식을 잃어가던 사쿠라는 독 기운 때문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마침내 사스케가 잔해를 걷어내고 사쿠라를 발견하여 품에 안았고, 자신의 차크라를 주입해 그녀의 몸속에 퍼진 독을 정화했다. 사쿠라는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지지가 진정한 흑막임을 알렸고, 사스케는 그런 아내를 다독이며 차갑게 가라앉은 분노를 드러냈다.

 

 

같은 시각, 티타노사우루스의 등 위에서 참상을 내려다보던 잔슬은 수도로 진격할 계획을 세우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지지에게 사쿠라를 확실히 처리하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고, 지지는 익룡을 타고 다시 사쿠라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지상에서는 사스케의 지시를 받은 마노가 죄수 간노를 보호하며 동족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사스케가 합류하여 마노에게 차크라를 공급하자, 작은 체구였던 마노는 압도적인 힘을 얻어 자신보다 몇 배나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마저 힘으로 찍어 누르며 승리했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한 잔슬은 모든 용수에게 총공격 명령을 내렸고, 굶주린 짐승들이 일제히 사스케와 마노를 향해 달려들며 전장은 더욱 격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8장]

 

 

떼 지어 덤벼드는 용수들을 마주한 사스케는 스사노오나 치도리를 사용해 한 번에 정리하려 했으나, 마노가 자신을 지키듯 앞을 막아서는 모습을 보고 계획을 바꾸었다. 사스케는 마노에게 가장 큰 놈을 상대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녀석의 몸통을 끌어안아 티타노사우루스를 향해 힘껏 던졌다. 그 과정에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익룡들을 전격으로 기절시켜 추락시켰고, 방향을 잃고 돌진하던 용수들이 서로 충돌하며 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마노는 티타노사우루스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잔슬이 타고 있는 등 위로 접근했다. 당황한 잔슬은 익룡의 목덜미에 매달려 상공으로 간신히 도망쳤고, 마노는 티타노사우루스의 등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찢어버린 뒤 사스케가 눈짓한 호숫가 방향으로 달렸다. 거대한 티타노사우루스가 마노를 쫓아 바위를 부수며 뒤따르는 사이, 지상에서 전력을 잃어가는 모습에 분노한 잔슬은 익룡들에게 사스케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사스케는 풍둔으로 추락하는 용수들을 받아내며 전생술의 진짜 사용자는 잔슬이 아닌 지지라는 사실을 폭로해 그를 도발했다.

 

 

마노는 사스케의 지시대로 티타노사우루스를 유도해 호숫가에 도달했고, 배 밑으로 파고들어 녀석의 통나무 같은 뒷다리 힘줄을 깊숙이 물어뜯었다. 균형을 잃은 거구는 그대로 늪과 같은 호수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무거운 체중 탓에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수면 위로 목만 내밀게 되었다. 다급해진 잔슬은 익룡들에게 지상으로 내려가 티타노사우루스를 끌어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용수들은 한꺼번에 복수의 명령을 수행할 수 없었고, 익룡은 새로운 명령을 따르기 위해 발톱에 쥐고 있던 잔슬을 공중에서 그대로 놓아버렸다. 

 

 

잔슬은 비명을 지르며 암벽 아래로 추락해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잔슬이 죽자 용수들에 걸려 있던 명령이 지워졌고, 뿔뿔이 흩어진 괴물들은 다시 죄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스케는 카카시가 보낸 매로부터 레다쿠국의 쿠데타가 성공했으며, 왕궁 시녀였던 마고라는 여성이 신왕을 돕고 있다는 소식을 확인한 뒤 서둘러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 근처에서 사쿠라는 죄수들을 지키며 필사적으로 용수들과 맞서고 있었다. 그녀는 전생술에 의해 강제로 부활해 고통받는 용수들의 처지에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멈추지 않는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독 기운이 남은 탓에 현기증을 느끼며 무너지는 찰나, 지지가 나타나 사쿠라를 향해 쿠나이를 날렸다. 사쿠라는 즉시 몸을 피해 인근 벽으로 유인했고, 지지가 다가오는 순간 미리 설치해둔 매복계 결계를 발동시켰다. 

 

 

붉은 차크라 실에 묶여 꼼짝 못 하게 된 지지에게 사쿠라는 이미 의무실에서부터 그의 정체를 간파했음을 알렸다. 곧이어 강력한 차크라 기척과 함께 사스케가 마노를 이끌고 나타났다. 사스케는 지지로부터 극립자와 독액을 회수하며 그가 펭지라를 구했던 행동을 들어 그의 진심을 물었다. 지지는 자신이 본래 모래 마을 닌자였으며, 연인 마고가 죽었다는 재상의 거짓말에 속아 그녀를 전생술로 되살리기 위해 이 일에 가담했음을 고백했다.

 

 

사스케는 지지에게 카카시의 편지를 보여주며 마고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진실을 전했다. 충격적인 사실에 지지는 오열하며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고, 스스로 전생술을 해제하는 인을 맺었다. 그러자 연구소를 뒤덮고 있던 용수들의 몸이 먼지가 되어 하늘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스케와 유대감을 쌓았던 마노 역시 아쉬운 듯 그의 몸에 머리를 비비며 평온하게 피안으로 돌아갔다. 하늘에서 내리는 가랑눈과 전생술의 먼지가 뒤섞여 빛나는 가운데,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쿠라에게 당해 반쯤 사라져가던 티라노사우루스가 마지막 증오를 담아 지지에게 달려들었다. 

 

 

전생술을 풀고 방심하고 있던 지지는 피할 틈도 없이 녀석의 발톱에 가슴과 목을 관통당했다. 사쿠라가 급히 치료를 시도하며 마고를 만나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지지는 자신의 죄를 자책하며 마고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른 채 쓸쓸히 눈을 감았다.

 

 

[종장]

 

 

신왕 나나라는 위령비 앞에 꽃다발을 가지런히 놓은 뒤 손가락 끝을 모아 경건하게 합장했다. 윤기 나는 화강석 위에는 지난해 이 땅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죄수 예순두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위령비 너머로 보이는 과거의 천문학 연구소는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건물과 함께 붕괴한 고대 문헌과 고가의 관측 기구들은 여전히 잔해 속에 파묻혀 방치되어 있었다. 기도를 마친 나나라는 뒤를 돌아보며 곁에 있던 하인들에게 누나의 소식을 물었다. 

 

 

짙은 갈색 머리칼의 하인 마고는 누나가 북방 시찰을 마치고 내일쯤 이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나라는 그동안 수도와 나가레 마을의 재건에만 힘쓰느라 레다쿠국의 중요한 학문인 천문학을 소홀히 했던 상황을 반성했다. 그는 연구소를 다시 정비하면서 고생물학 연구소도 함께 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러자 마고는 누나인 마나리의 말투를 흉내 내며 세금의 사용처를 신중히 골라야 한다고 꾸중을 들을 게 뻔하다며 농담을 던졌다. 곁에 있던 다른 하인이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나나라는 혼이 나더라도 일단 제안해 보겠다며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라는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던 말에게 달려가 가볍게 등 위로 올라탔다. 그는 자신을 오랫동안 보살펴준 마고와 지리 안내를 위해 특별히 동행한 모범수 지지를 돌아보며, 다음 목적지인 호수를 향해 기운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나뭇잎 마을의 어느 평화로운 오후, 사쿠라는 구시가의 한 카페 테라스에서 이노와 마주 앉아 소소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노는 아들 이노진의 직모를 고데기로 말아주려다 실패한 이야기나 잠버릇이 유독 심한 시카마루의 소식을 전하며 즐거워했고, 사쿠라 역시 삼색 당고와 앙미츠 크레이프를 맛보며 일상의 여유를 만끽했다. 그러던 중 이노가 호카게실에서 퇴근하는 사스케를 발견했고, 사쿠라는 결혼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변함없이 멋진 남편의 모습에 테이블에 엎드려 감탄을 내뱉었다. 이노는 방금 전까지 함께 장기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사이 아니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사쿠라는 임무 중에는 닌자로서의 스위치가 켜져 있어 잘 느끼지 못하다가 마을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새삼스럽게 신선한 기분이 든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노는 사쿠라의 약지에서 반짝이는 붉은 보석 반지를 발견하고는 드문 일이라며 반가워했다. 그 반지는 사스케가 토둔의 성분을 조절해 직접 만든 것으로, 사스케의 차크라가 미량 섞여 있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사쿠라는 폐허가 된 연구소 잔해 아래에 깔려 생사가 불투명했던 자신을 사스케가 사륜안으로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반지에 섞인 차크라 덕분이었음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비록 의료 닌자로서 일할 때는 방해가 될까 봐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기로 했지만, 사쿠라는 훗날 자신이 할머니가 되었을 때 다시 이 반지를 끼겠다는 다짐을 하며 주머니 속 반지를 소중히 어루만졌다.

 

 

그날 저녁 사쿠라의 집에서는 딸 사라다가 솜씨를 발휘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이루카의 집에서 머무는 동안 요리에 재미를 붙인 사라다는 사스케가 좋아하는 토마토를 듬뿍 넣은 스키야키와 각종 볶음 요리를 식탁 가득 내놓았다. 세 식구가 오랜만에 마주 앉은 자리에서 사스케는 평소처럼 말수는 적었지만 무척 맛있다는 진심 어린 감상을 남겨 사라다를 기쁘게 했다. 단란한 식사가 이어지던 중 현학원의 파일을 들고 찾아온 시카마루가 문을 두드렸다. 사쿠라는 사스케와 사라다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직접 현관으로 나가 시카마루를 맞이했다.

 

 

시카마루가 건넨 파일에는 극립자의 해독 결과와 더불어 천체도에 기록된 '떨어지지 않고 도는 별'에 대한 중간 보고서가 담겨 있었다. 잔슬의 음모는 막아냈지만 육도선인의 병과 관련된 수수께끼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고, 무엇보다 나루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 큰 걱정거리였다. 시카마루는 안정을 취하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매일 호카게실에 출근해 일거리를 찾는 나루토의 고집을 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나루토의 병세를 비밀로 유지하기로 한 두 사람은, 나루토가 다시는 차크라를 쓰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해독을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어두운 밤공기 속에서 무거운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