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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발 작품

소설·나츠메 우인장~ 타마유라의 집 스토리 요약

by 미도착 원고함 서고지기 2026. 4. 12.

 

 



<타마유라의 집>

 

 

늦여름의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나츠메 타카시는 길 위에서 정체모를 그림자 요괴로부터 편지 한 통을 건네받았다. 그 편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 나츠메 레이코 앞으로 온 초대장이었으며, 무언가를 찾았으니 꼭 와달라는 내용이 정갈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나츠메는 할머니의 지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심코 편지를 받았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나츠메의 학교 생활에는 기괴한 푸른 불꽃이 나타나 연필이나 시험지를 태우는 일이 반복되었다. 야옹 선생은 초대받은 장소로 오지 않는 나츠메에게 편지가 주의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대요괴인 자신과 함께 있을 때는 불꽃이 나타나지 않으니 초대에 응해보라고 조언했다.

 

 

며칠 뒤 나츠메는 니시무라, 타누마 등 친구들과 함께 산천어 낚시를 하러 깊은 산속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야옹 선생이 도시락 냄새를 맡고 가방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홀로 선생을 찾아 숲속을 헤매던 나츠메는 일전에 보았던 그림자 요괴를 다시 마주쳤고,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언덕 정상의 작은 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불당 안으로 들어선 순간 문이 사라지며 미로 같은 복도가 끝없이 펼쳐졌다. 그곳은 사실 살아있는 요괴인 ‘타마유라의 집’이었으며, 집주인은 과거 레이코와 승부에서 졌던 기억을 품은 채 그녀를 대신해 나츠메를 영원히 자신의 안에 가두려 했다. 나츠메는 복도에 늘어선 수많은 문을 열 때마다 자신이 어린 시절 전전했던 친척집들의 기억과 조우했다. 어떤 방에서는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다른 방에서는 술에 취한 친척에게 매를 맞거나 구박을 받던 아픈 과거가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집주인은 인간이 남기고 간 삶의 온기를 그리워하며 나츠메에게 자신의 안에서 행복한 기억 속에 머물라고 유혹했다.

 

 

그러나 나츠메는 그 기억들이 허상임을 깨닫고, 자신을 괴롭혔던 과거의 인물들에게 당당히 작별을 고하며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갔다. 마침내 연회를 즐기던 야옹 선생을 찾아낸 나츠메는 집주인 요괴의 진짜 의도를 듣게 되었다. 요괴는 과거 자신에게 이름을 붙여준 주인 ‘후지에’가 죽고 집이 허물어진 뒤 방황하다가 레이코를 만났고, 그녀와 다시 승부하고 싶어 편지를 보냈던 것이었다. 나츠메는 우인장에서 요괴의 이름을 찾아 되돌려주었고, 그 순간 레이코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레이코는 과거 이 집을 방문해 승부에서 이겼으나 그 안에 머물지 않았으며,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있는 바로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었다.

 

 

이름을 되찾은 타마유라의 집은 마침내 평온을 찾으며 조용히 사라졌고, 정신을 차린 나츠메는 ‘도깨비의 침실’이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 위에서 깨어났다. 나츠메는 발아래 펼쳐진 마을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지금 자신이 있는 이 후지와라가의 집이 바로 진정으로 머물러야 할 곳임을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겼다.

 

 

 

<레이코의 초상>

 

 

고등학생 시절 나츠메 레이코의 초상을 그렸던 노부테루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이사했던 시골 마을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건설 현장 주임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곳을 전전하던 그는 고모부 부부의 오래된 집 다락방에 머물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공간의 형태에 따라 색을 느끼는 공감각을 가졌던 그는 네모난 방에서 죽음의 색을 느끼며 공포를 느꼈지만, 삼각형 모양의 다락방에서는 연한 녹색의 안정감을 얻으며 숨어 지냈다. 그러던 고등학교 1학년 무렵, 그는 마을 변두리 언덕에서 처음으로 나츠메 레이코를 만났다. 초원에서 갑자기 허공을 향해 고함을 치던 그녀는 자신을 지켜보던 노부테루와 눈이 마주치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언덕 꼭대기의 큰 바위인 도깨비의 침실로 올라가 낮잠을 청했다.

 

 

학교에서 레이코는 예쁜 외모와 달리 기행을 일삼고 난폭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유명인이었다. 노부테루는 사촌인 미츠코로부터 그녀와 엮이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지만, 홀로 막대기를 휘두르거나 비통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어느 날 하굣길에 레이코는 자신을 괴롭히던 타 학교 학생들에게 둘러싸였으나, 갑자기 발생한 기압 차로 인한 회오리바람이 상대의 옷을 찢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면서 마녀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노부테루는 그 광경을 목격하면서도 그녀가 느끼는 고독과 슬픔을 어렴풋이 짐작하며 그녀를 향한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여름방학 내내 언덕에서 그림을 그리던 노부테루는 다시 레이코와 마주쳤고,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공간의 색을 보는 자신의 비밀을 그녀에게 털어놓으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레이코는 노부테루에게 도깨비의 침실 너머 숲에는 영력이 남아 있으며 자신은 그곳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부테루는 어느 날 다락방에서 소인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숲의 주인인 도깨비가 레이코와 승부하기 위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학기가 시작되자 학교에서는 레이코가 저주를 걸어 남학생을 쓰러뜨렸다는 헛소문이 퍼졌고, 그녀는 차가운 시선을 뒤로한 채 학교를 떠나 숲으로 향했다. 노부테루는 그녀가 이 세계를 영영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고모의 금기를 깨고 도깨비의 침실 너머 숲으로 달려갔다. 안개 자욱한 숲속에서 그는 형태 없이 색채로만 존재하는 기묘한 저택인 사람을 잡아먹는 집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저택 내부는 기묘하게 뒤틀린 구조였으나 노부테루가 그리워하던 따스한 색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저택의 주인인 이형의 존재와 마주쳤으나, 저택의 물을 마신 탓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혼미한 의식 속에서 그는 레이코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도깨비와 승부를 벌여 이기고 저택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레이코는 인간 세계에서 상처받으면서도 노부테루를 구하기 위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노부테루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저녁노을이 마을을 물들이고 있었고, 그는 짐승의 형상을 한 존재가 자신을 도깨비의 침실까지 옮겨다 준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이삿날이 다가오자 노부테루는 레이코의 초상화 한 장만을 남기고 짐을 정리했다. 기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며 차창 밖을 바라보던 그의 눈에는 단풍이 붉게 물든 산 전체가 마치 레이코의 색채처럼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꼬마 여우의 여행>

 

 

은행나무 잎과 송이버섯이 가득한 숲에서 꼬마 여우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스스로 강해졌다고 다짐했다. 예전의 울보 여우가 아니라 이제는 길을 막고 있는 커다란 나무도 거뜬히 치울 만큼 힘이 셌고, 숲의 생태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여우는 이 숲에 현장 학습을 왔던 다정한 인간 나츠메를 기억했다. 비 오는 날 나뭇잎 우산을 건네주었을 때 환하게 웃어주던 나츠메의 모습은 여우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여우는 나츠메의 도움이 되고 싶어 자신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건네며 부하로 삼아달라고 청했지만, 나츠메는 주인과 부하가 아닌 좀 더 다른 관계가 되고 싶다며 부드럽게 거절했다. 나츠메가 친구들과 함께 먼 마을로 돌아간 뒤에도 여우는 그 다른 관계라는 것이 무엇일지 매일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우는 수풀에 숨어 있다가 숲의 요괴들이 나츠메를 흉보는 소리를 들었다. 요괴들은 나츠메가 요괴를 보이는 대로 때리는 아주 성질 더러운 극악인이라고 떠들고 있었다. 소중한 친구가 오해받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여우는 불쑥 튀어나와 소리를 질렀지만, 요괴들은 떠돌이 요괴 사쿠로가 퍼뜨린 이야기라며 억울하면 직접 사쿠로를 찾아가 정정하라고 비웃었다. 여우는 나츠메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쿠로가 있다는 인간의 마을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어머니께 배웠던 기차 타는 법과 인간 세상의 규칙들을 떠올리며 낯선 길을 걸어갔다. 한참을 걷다 전철역을 지나 마을에 도착했을 때, 여우는 지독한 냄새와 소음에 기진맥진해졌다. 마침 눈에 띈 어느 집 마당의 빈 개집에 몸을 뉘인 여우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여우는 켄이치와 하나라는 두 남매에게 발견되었다. 아이들은 여우를 죽은 반려견 시로 대신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라 믿고 정성껏 돌보기 시작했다. 여우는 난생처음 인간의 집에서 우유를 마시고 목욕을 하며 치비타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창문이 닫혀 있어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지만, 엄마 없이 아빠와 사는 남매의 다정함에 여우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오면 치비타를 공원으로 데려가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하고 함께 술래잡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우는 즐겁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나츠메도 어린 시절 저렇게 웃으며 놀았을지 궁금해했다.

 

 

그 무렵 나츠메 역시 야옹 선생과 함께 사쿠로라는 요괴를 찾고 있었다. 할머니 레이코를 알고 있다는 사쿠로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츠메는 관청 주차장에서 만난 사쿠로에게 이름을 돌려주었다. 이름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나츠메는 사쿠로의 기억을 보게 되었다. 사쿠로는 과거 외톨이였던 레이코를 위해 그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안락한 장소를 찾아 오랫동안 세상을 떠돌던 요괴였다. 사쿠로는 레이코를 향한 그리움을 나츠메에 대한 짓궂은 소문으로 풀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해를 푼 사쿠로는 나츠메에게 꼬마 여우가 근처 마을에서 인간에게 잡혀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사쿠로는 떠나기 전 꼬마 여우를 찾아가 창문을 깨뜨려 탈출할 틈을 만들어 주었다. 사쿠로는 여우에게 자기가 있을 곳이 어디인지 스스로 결정하라고 충고했다. 여우는 아이들의 다정함에 머물고 싶기도 했지만, 결국 나츠메가 있는 숲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을을 배회하던 여우는 마침 자신을 찾아온 나츠메와 야옹 선생을 극적으로 만났다. 나츠메는 여우에게 일숙일반의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마음을 서로 전하는 것이라며 다정하게 격려해 주었다. 용기를 얻은 여우는 이나리 신사의 심부름꾼 여우를 찾아가 하룻동안 일을 도와주는 대가로 인간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가면을 빌렸다.

 

 

여우는 가면을 쓰고 인간 아이의 모습이 되어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여우는 마지막으로 켄이치, 하나와 함께 신나게 술래잡기를 하며 땀을 흘렸다. 해가 저물어갈 때쯤 여우는 아이들에게 치비타는 건강하게 숲으로 돌아갔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떠났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치비타가 지내던 개집에는 감사의 선물로 신사의 커다란 은행잎들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었다. 숲으로 돌아온 여우는 붉게 물든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어머니에게 자신이 드디어 은혜를 갚고 돌아왔음을 고했다. 여우는 훗날 정말로 인간으로 둔갑할 수 있을 만큼 어른이 되면, 다시 그 다정한 남매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으며 숲의 생활로 돌아갔다.

 

 

<에필로그>

 

 

젊은 퇴마사 나토리 슈이치는 주언을 외워 요괴를 항아리에 봉인한 뒤 부적을 붙여 가방 속에 집어넣고 한숨을 돌렸다. 이 모든 과정을 천장 대들보 위에서 숨죽여 지켜보던 카마이타치 요괴 사쿠로는 퇴마사와의 조우를 재수 없게 여기면서도, 건물의 틈새를 통해 언제든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사쿠로가 이 집에 들어온 것은 바람을 타고 여행하던 중 유독 공기의 색깔이 달라 보이는 건물이 신경 쓰여 호기심에 틈새로 들어온 것이었는데, 그 안의 공간은 묘하게 기분이 좋아 자신이 찾던 집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마음이 망가져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려던 바위 모양의 거구 요괴가 살고 있었고, 사쿠로가 만류했음에도 그 요괴는 결국 이 집 주인의 손을 다치게 한 끝에 나토리에게 봉인되고 말았다.

 

 

나토리가 이 저택을 처음 방문한 것은 2주 전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였는데, 그는 당시 대들보 위에서 원망스러운 기운을 풍기며 사람을 내려다보던 요괴를 발견했으나 촬영 스태프들의 눈과 도구의 부재로 인해 즉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퇴마사들 사이에서 '새집'이라 불리는 이 저택들은 인간과 요괴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인근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환경이 변하고 공기의 흐름이 깨지면서 살던 요괴들이 난폭해지는 사례가 늘고 있었다. 나토리는 촬영이 끝난 후 휴가를 내어 건축에 관심이 있다는 구실로 다시 집을 찾았고, 식신인 사사고와 우리히메를 이용해 뒤뜰에서 소동을 일으켜 주인 여성의 주의를 돌린 뒤 신속하게 봉인 의식을 마쳤다.

 

 

요괴를 처리한 나토리는 집주인 키사라기 미츠코가 내어온 허브티를 마시며 그녀의 사촌이자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 미시마 노부테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츠코는 건축 디자인 기록이 담긴 앨범을 보여주었는데, 그 안에는 건물의 도면들 사이에 끼어 있던 정체모를 한 소녀의 스케치 사진이 있었다. 미츠코는 그 소녀가 고등학교 시절 반 친구였으며 미시마와는 언덕에서 만난 사이였으나, 주위의 오해로 인해 심한 짓을 당했던 특이한 아이였다고 회상하며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토리는 스케치 속 소녀가 띤 희미한 미소를 뇌리에 남긴 채, 추억에 젖어 미안해하는 미츠코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나토리가 떠난 뒤 집 안의 공기를 살피던 사쿠로 역시 바람을 타고 집을 나섰으나, 곧 나토리의 식신들에게 붙잡혀 근처 공원으로 끌려갔다. 나토리는 사쿠로가 이전부터 바위 요괴에게 사람을 덮치지 말라고 충고해온 것을 식신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를 봉인할 생각은 없었으나, 요괴가 인간을 얕보지 않도록 경고를 주기 위해 그를 불러 세운 것이었다. 이때 사쿠로는 봉인된 요괴가 원래 이 땅이 황무지였을 때부터 살던 주인이며, 오랫동안 여주인이 베를 짜는 소리를 들으며 평온을 찾았으나 집의 구조가 바뀌고 나쁜 기운이 고이면서 병들었을 뿐이라는 진심을 목숨을 걸고 전했다. 나토리는 사람과 요괴가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사쿠로를 풀어주었고, 회오리바람을 타고 사라지는 요괴의 뒷모습과 위태롭게 서 있는 저택을 바라본 뒤 자신이 사는 세계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