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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발 작품

카카시 열전 챕터 별 스토리 요약

by 미도착 원고함 서고지기 2026. 4. 12.

 

 

 

[서장]

 

 

하타케 카카시는 험준한 바위산을 넘어 20일간의 강행군 끝에 드디어 레다쿠국의 국경에 다다랐다. 전설 속에서는 사계절 내내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오아시스라 칭송받던 곳이었지만, 카카시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황량하고 메마른 불모지였다. 수도에 들어선 그는 마을을 감도는 불길한 고요함과 코를 찌르는 송장 냄새에 미간을 찌푸렸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갓길에는 바싹 마른 가축들의 사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카카시는 버드나무 그늘에서 영양실조로 쓰러진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급히 다가가 수둔으로 만든 물을 먹였다. 아이는 품에 안고 있던 차갑게 식은 갓난아기에게도 물을 달라며 애원했고, 카카시는 이미 숨이 멎은 아기에게 물을 먹이는 척하며 비극적인 현실에 씁쓸함을 느꼈다.

 

 

마을을 더 깊숙이 살피던 카카시는 시신들이 방치된 참혹한 광경을 지나 건초를 짊어진 노파와 마주쳤다. 그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이웃 마을에서 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나라의 사정을 물었다. 노파는 선왕이 의문사한 뒤 마나리 여왕이 즉위하면서부터 비가 내리지 않아 물 부족이 시작되었다고 한탄했다. 왕가에 전해지는 보구인 수구를 사용하여 비를 내려야 할 여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덧붙였다. 카카시는 상황이 심각함을 직감하고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려 왕궁의 성벽을 타고 잠입했다.

 

 

왕궁의 높은 거처에서는 마나리 여왕과 재상이 대치하고 있었다. 재상은 아사자가 늘어가는 상황을 몰아붙이며 여왕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마나리는 과거에 수구를 폭주시켰던 트라우마 때문에 다시 지팡이를 잡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재상은 그녀에게 수구를 다룰 적성이 없다며 교묘하게 자존감을 깎아내렸다. 재상은 물을 얻기 위해 타국을 침략하자는 전쟁 선포를 강요했고,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한 여왕은 수구를 포기하고 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카카시는 이 모든 대화를 지켜보며 재상의 독재와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재상이 '떨거지'라 부르며 내쫓았던 여왕의 남동생 나나라 왕자에게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수도에서 떨어진 나가레 마을에서는 나나라 왕자가 친구 스무레와 함께 6대 호카게의 전설을 흉내 내며 들판을 누비고 있었다. 나나라는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6대 호카게의 무용담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고, 닌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어른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언젠가 자신도 영웅이 되기를 꿈꿨다. 왕궁에서 쫓겨나 시골 마을에 살게 된 처지였지만, 그는 오히려 자유로운 지금의 생활을 즐기며 닌자 기술을 연습하는 데 몰두했다. 그때 나나라의 시녀 마고가 나타나 장난을 멈추고 새로 부임한 가정교사를 만나러 가자며 그를 재촉했다.

 

 

나나라는 이전의 선생들처럼 장난 몇 번에 울며 도망가게 만들 작정으로 기세 좋게 거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지금까지 보았던 고리타분한 학자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은빛 머리카락을 반짝이며, 졸린 듯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타케 카카시의 모습에 나나라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카카시는 자신을 새로운 가정교사라고 소개하며 조용히 나나라를 맞이했다.

 

 

[1장]

 

 

새로운 가정교사 하타케 카카시를 처음 본 나나라의 인상은 맹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졸린 듯한 눈빛에 덥수룩한 머리칼을 가진 그를 보고 별것 아니라고 판단한 나나라는 의자에 앉아 공부 대신 6대 호카게의 전설을 들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카카시는 6대 호카게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나라는 불의 나라 영웅이자 최강의 닌자인 그를 모른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무식한 놈이라고 속으로 비웃었다. 카카시는 공부를 하러 온 목적을 분명히 하며 집안에 책이 없는 것을 의아해했고, 나나라는 재상이 귀중한 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반년 전부터 서고를 폐쇄했음을 알려주었다. 카카시는 일단 서고로 안내해 달라고 청했고 두 사람은 마을 가장자리 절벽 끝에 세워진 서고로 향했다.

 

 

서고 문은 쇠사슬과 놋쇠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으나 카카시는 법을 어기는 것은 불법이라는 나나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태연히 자물쇠에 손을 대어 열어버렸다. 나나라가 뜨겁게 달아오른 자물쇠를 보고 놀라는 사이 카카시는 서고 안으로 들어가 책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규칙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는 카카시의 말에 나나라도 덩달아 책을 찾기 시작했고, 표지에 소용돌이 마크가 그려진 6대 호카게의 책을 발견해 기뻐했다. 저택으로 돌아온 카카시는 나나라에게 직접 책을 읽으라며 글자 공부를 시키려 했지만, 나나라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며 금세 싫증을 내고는 친구들과 전쟁놀이를 하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카카시는 창밖의 햇살을 보며 서군이 눈부실 테니 동군이 이길 것이라 중얼거렸고, 실제로 나나라가 속한 서군은 예언대로 참패했다.

 

 

점심을 먹은 나나라는 오후 수업을 빼먹고 승마를 하러 가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시는 오늘 같은 날은 말을 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경고했으나 나나라는 이를 무시하고 들판으로 달려갔다. 숲속에서 친구 스무레와 말을 타던 중 갑자기 말이 발작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나나라는 친구를 구하려다 말의 발굽에 깔릴 위기에 처했지만, 그 순간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강풍이 불어와 나나라의 몸을 안전한 곳으로 날려 보냈다. 어느새 나타난 카카시는 말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진정시킨 뒤, 이 말이 버드나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날뛰었음을 설명해 주었다. 또한 전쟁놀이에서 동군이 이긴 이유도 태양의 위치를 고려한 지식 덕분이었음을 밝히며, 책에 적힌 지식이 실생활에 얼마나 유용한지 나나라에게 일깨워 주었다.

 

 

그날 이후 나나라는 마음을 고쳐먹고 아침부터 붓을 잡아 글자를 익히기 시작했다. 마을 공동 취사장에서 함께 식사 준비를 할 때 카카시는 마을 여자들에게 미남이라며 인기를 끌었고 왕가의 매인 레와도 금세 친해졌다. 나나라는 냄비를 태워 먹는 카카시의 멍한 모습에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공부를 계속 이어갔다. 오후 수업에서 카카시는 커다란 지도를 펼쳐 세계의 넓음을 가르쳐 주었다. 레다쿠국이 산속에 고립된 작은 나라인 반면 불의 나라는 아주 멀리 떨어진 대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나라는 큰 충격을 받았다. 카카시는 전쟁보다 무역을 통해 풍요를 얻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며, 6대 호카게가 바로 그런 경제적 평화의 시대를 만든 인물임을 설명해 주었다. 나나라는 자신이 동경하는 영웅이 만든 세계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지도를 바라보며 설레어했다.

 

 

카카시와 함께한 지 열흘이 지나자 나나라는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제법 늘어났고 수업 시간은 지식을 나누는 대화로 채워졌다. 마을에 육등놀이 축제가 찾아온 밤, 두 사람은 개울가에 앉아 등을 흘려보냈다. 나나라는 카카시에게 과거 육도선인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왕에게 비를 내리는 법구를 선물했다는 전설을 들려주었다. 카카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인 '이챠이챠 파라다이스'를 언급하며 나나라가 어른이 되면 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나라는 주황색 등불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지금쯤 수도에서 국왕으로서 그 전설의 법구를 들고 훌륭하게 공무를 수행하고 있을 누나 마나리를 떠올렸다.

 

 

[2장]

 

 

선왕의 기일을 맞아 수도로 오라는 전갈을 받은 나나라는 방에 틀어박혀 가기를 거부했지만, 자신을 대신해 보호자인 마고가 처벌받을 것을 우려한 카카시의 설득에 결국 카카시의 동행을 조건으로 귀성을 수락했다. 여정 첫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 나나라는 카카시에게 과거 자신이 왕위의 무거운 책임을 피하기 위해 누나인 마나리의 다정함을 이용해 그녀에게 왕위를 떠넘겼으며, 그 죄책감 때문에 수도에 가기 두려웠다고 털어놓았고 카카시는 그런 나나라를 위로하며 누나와 직접 대화해 볼 것을 권했다. 

 

 

한편, 나나라가 좋아하는 6대 호카게의 전설 책을 읽던 카카시는 과거 규칙을 어겨 동료를 구하고 자결한 아버지 사쿠모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의 비난을 들으며 고통스러워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과, 이후 미나토와 오비토, 린을 통해 아버지의 진심을 이해하고 호카게로서 평화를 지키고자 다짐하게 된 옛 기억을 회상했다. 며칠 뒤 수도에 도착한 두 사람은 융성한 북쪽 구역을 지나 왕궁에 들어섰고, 마나리는 나나라를 반갑게 맞이하며 아버지의 유품인 푸른 보석 목걸이를 몰래 쥐여주었으나 곧이어 나타난 재상은 카카시를 노골적으로 불신하며 그를 왕족의 식사 자리에 배제한 채 습기 찬 외딴 방으로 쫓아냈다. 식사 자리에서 재상은 레다쿠국의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주 닌자 50명을 고용하여 풍요로운 불의 나라를 침공할 계획임을 밝혔고, 마나리는 아무런 반박 없이 이에 동조해 나나라를 혼란스럽게 했다. 

 

 

같은 시각, 시녀를 기절시키고 변신술로 시녀로 위장해 왕궁을 조사하던 카카시는 재상이 닌자들을 주둔시키고 있다는 사실과 과거 마나리가 수구를 폭주시켜 홍수가 났었다는 정보를 엿들었으며, 출입이 금지된 선왕의 집무실에 잠입해 고대어로 적힌 육도선인의 사본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잠시 뒤 재상이 나타나 닌자의 변신술을 의심하며 그를 압박했으나 카카시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고, 방으로 돌아와 찾아낸 사본을 매에 묶어 나뭇잎 마을의 나루토에게 은밀히 전달했다. 이후 식사 자리에서 돌아온 나나라가 전쟁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품자, 카카시는 그를 데리고 귀족들이 사는 북쪽이 아닌 일반 백성들이 사는 남쪽 구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나라는 극심한 가뭄과 기아로 인해 거리에 시체가 널려 있고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처참한 참상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고, 충격과 죄책감에 휩싸인 나머지 자신이 가진 유일한 귀중품인 아버지의 보석 목걸이를 굶주린 어린 소녀에게 쥐여주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재상은 최근 누군가 몰래 저수조를 채워놓은 일을 언급하며 카카시를 떠보았고, 나나라는 재상과 누나에게 왜 선왕처럼 수구를 사용해 물 부족을 해결하지 않느냐고 정면으로 추궁했지만 재상은 수구는 기밀이라며 험악한 태도로 그의 입을 막았다. 

 

 

오후가 되어 카카시와 함께 왕궁을 떠나 다시 남쪽 구역을 지나가던 나나라는 전날 자신이 보석을 주었던 그 어린 소녀가 누군가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물을 구걸하는 참혹한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고, 굶주린 자들 사이에서 힘없는 아이에게 값비싼 보석을 준 자신의 섣부른 동정심이 오히려 아이를 지옥 같은 폭력의 표적으로 만들었음을 깨달은 채 카카시의 손을 꽉 붙잡고 오열했다.

 

 

[3장]

 

 

수도에서 나가레 마을로 이어지는 거친 황토 길 위로 말발굽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말에 올라탄 나나라는 아무 말 없이 손등에 시선을 떨구고 있었는데, 고삐를 쥔 그의 손바닥에는 어느덧 배어 나온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툭 내뱉듯 누가 그 아이를 때린 것일까라고 중얼거리는 나나라를 향해 카카시가 시선을 던지며 때린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나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녀를 때리고 보석을 강탈한 이도 결국 물이 부족해 곤란했을 것이라 답했다. 정말 나쁜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소녀에게 보석을 준 자신의 어리석음과 국민이 아이를 때려야 할 만큼 궁핍한 상황을 만든 왕궁의 지도자들이었다. 재상과 마나리는 수원을 얻기 위해 불 나라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쉰 명의 닌자가 열흘 동안 나가레 마을에 머물게 될 예정이었다. 나나라는 카카시에게 닌자들을 먹이는 데 필요한 보리의 양을 물었고, 돌아온 답변은 예상보다 훨씬 거대하여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이틀 후 정오가 지났을 무렵 일행은 보리 수확이 한창인 나가레 마을에 도착했다. 낫으로 보리를 베는 남자들과 이를 옮기는 아이들, 그리고 이삭을 꼬아 탈곡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었다. 쾌활하게 인사를 건네는 마고를 보며 나나라는 자연의 은혜에 감사하는 이 풍경을 사랑한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이 보리의 대부분이 전쟁을 위해 바쳐져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려왔다. 나나라는 밭 사이 돌쌓기공 위에 올라가 마을 사람들을 향해 수확한 보리를 창고로 옮기지 말라고 선언했다.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곧 수도에서 여왕의 군대가 올 것이며 그들이 먹을 식량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마을에는 불온한 정적이 감돌았다. 쉰 명의 인원이 열흘간 머문다는 카카시의 보충 설명에 사람들은 말을 잃었고, 나나라는 재상이 결정한 일이며 불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덧붙였다. 수원을 찾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체념 섞인 한숨을 내쉬며 고생해 수확한 보리를 모두 빼앗기게 된 처지를 슬퍼했다.

 

 

마을로 돌아온 뒤에도 나나라는 카카시의 버섯 도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채 고민에 빠졌다. 재상의 말대로 전쟁을 해야 나라가 풍족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카카시의 말처럼 나뭇잎 마을의 닌자들에게 패배해 비극을 맞이할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나나라는 도감 위에 엎드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다면 편했을 것이라며 카카시를 원망하듯 바라보았다. 카카시는 세상을 안다는 것은 그런 것이며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면 강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나라가 자신은 왕이 아니라며 회피하자 카카시는 자신 또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스스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상의 군대를 힘으로 막는 선택지도 있다는 카카시의 말에 나나라는 닌자 쉰 명을 이길 수 없다며 소리를 지르고는 방을 뛰쳐나갔다.

 

 

그날 밤 카카시는 과거 호카게로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선택들을 떠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도자로서 증오와 존경을 동시에 받아내야 했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이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길이라 생각했다. 그때 나나라가 방으로 들어와 불 나라와 싸우는 대신 친구가 되고 싶다는 결론을 전했다. 나나라는 6대 호카게가 지향했던 공존과 공영을 본받아 대등한 입장에서 지원을 부탁하겠다고 말했지만, 카카시는 재상이 가는 길에 방해할 것이라며 대신 편지를 쓰라고 제안했다. 카카시는 선왕의 집무실에서 발견한 6대 호카게의 친서를 보여주며 왕가의 매인 레가 이미 불 나라를 오갔던 전령임을 알려주었다. 나나라는 아버지가 동경하던 6대 호카게와 교류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정성스럽게 탄원서를 작성해 레의 다리에 묶어 날려 보냈다.

 

 

하지만 레가 떠나자마자 산등성이 너머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재상과 여왕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닌자 부대를 선두로 한 삼백 명의 포병군과 마흔 개의 대포가 마을을 압박해왔다. 카카시는 재상이 나나라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이토록 거대한 화력을 끌고 온 것이라 분석했다. 마을에 당도한 재상은 여왕의 명령이라며 식량을 내놓으라고 고압적으로 외쳤고, 나나라는 재상 앞을 가로막으며 전쟁에 반대한다고 맞섰다. 재상은 천문학 연구소에서 원군이 올 것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 채 마을의 비축 식량까지 전부 내놓으라고 명령하며 주둔지로 돌아갔다. 마을 사람들은 공포와 절망에 휩싸였지만, 나나라는 침략 전쟁에 협력할 수 없다며 힘을 써서라도 막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카카시는 나나라의 결의를 확인하고는 가슴 앞에서 기묘한 수인을 맺은 뒤 땅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거대한 흙벽이 솟아올라 마을의 삼면을 견고하게 에워쌌다. 나나라는 카카시가 닌자였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그의 엄청난 위력에 눈을 빛냈다. 분노한 재상은 대포를 발사했으나 흙벽은 끄떡도 하지 않았고, 이어 탈주 닌자가 나타나 뇌절이라는 기술로 벽을 공격했다. 토둔의 약점인 뇌둔 공격에 벽이 무너질 듯 보였지만, 카카시는 토석영의 술을 사용하여 벽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유리로 변화시켜 공격을 무효화했다. 닌자는 설마 전설적인 5둔의 달인이 이곳에 있을 리 없다며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며 물러났다.

 

 

마을 사람들은 카카시의 정체를 의심하며 스파이가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카카시는 싸움이 끝나면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자리를 피해주었고, 혼자 남은 나나라는 광장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려 애썼다. 그러나 대포의 위협 앞에 사람들은 항복을 주장했고, 한 남자가 선왕이 무능해서 이 사단이 났다고 욕하자 나나라는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카카시는 나나라를 붙잡아 망루로 데려가 왜 왕도 아니면서 나라를 지키려 하느냐고 다그쳤다. 나나라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가 사랑한 이 나라를 지키고 싶고 누나의 잘못을 멈추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카카시는 혈통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굴레를 마주 보아야 한다고 격려하며, 행동으로 인정받아 유대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때 멀리서 레가 돌아왔고, 전해진 편지에는 7대 호카게 우즈마키 나루토의 서명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나나라는 이 소식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렸고, 전설적인 이름이 주는 용기에 힘입어 절반 이상의 주민들이 밤에 거사를 치르기로 뜻을 모았다. 나나라가 광장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카카시는 반나절 넘게 유지해온 거대한 토류벽으로 인해 소진된 차크라를 다스리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전설의 이름이 새겨진 편지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고, 나나라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뒤에 숨지 않고 스스로의 발로 서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4장]

 

한밤중의 짙은 구름 뒤로 달이 숨어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가운데, 나나라와 카카시,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거대한 흙벽 앞에 모였다. 새벽까지 남은 시간은 단 몇 시간뿐이었고, 연락원 마고는 모든 마을 사람의 피난이 완료되었음을 보고했다. 재상에게 끝까지 거스르는 것을 반대하며 수도로 돌아갈 걱정을 하던 마고는 결국 나나라를 혼자 둘 수 없다며 냄비를 머리에 쓰고 전투에 합류했다. 마을 사람들은 냄비나 바구니를 투구 삼아 쓰고 호미와 낫 같은 농기구로 무장한 채, 가축 가죽으로 만든 물주머니를 허리에 찼다. 카카시가 닌자들을 상대하는 사이 마을 사람들이 포병 진지로 돌입해 대포의 추진제인 인산염을 물로 적셔 무력화하고, 나나라는 여왕을 찾아 설득한다는 계획이었다. 카카시가 가슴 앞에 손을 맞잡아 토둔술을 해제하자 거대한 흙벽은 조금의 소음도 없이 공기 중으로 소멸하듯 녹아내렸고, 나나라와 스무레를 선두로 마을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뛰쳐나갔다.

 

 

주둔지의 초병 중 하나는 토류벽이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정교한 차크라 컨트롤에 넋을 잃었다가 은빛 머리칼을 가진 닌자에게 목 뒤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카카시는 기척을 지운 채 주둔지 곳곳을 누비며 재상이 고용한 탈주 닌자들을 하나씩 제압하기 시작했다. 장기 대국에 열중하던 동쪽의 감시자들을 순식간에 기절시켰고, 북쪽을 지키던 닌자들도 서로 박치기를 시키거나 명치를 타격해 소리 없이 쓰러뜨렸다. 카카시는 과거 아카데미 교장 이루카에게 배웠던, 적을 죽이지 않고 잠재우는 수면혈 기술을 유용하게 활용하며 텐트 안에서 선잠을 자던 닌자들을 차례로 무력화했다. 도중에 한 닌자가 깨어나 침입자를 알리며 소동이 일었지만, 카카시는 화톳불 옆에 걸린 냄비 뚜껑을 무기 삼아 몰려드는 적들을 농락했다. 은빛 잔상을 남기며 날아간 냄비 뚜껑은 닌자들을 차례로 쓰러뜨렸고, 카카시는 환술을 섞어 적들의 공세를 가볍게 피하며 26명의 닌자를 단숨에 제압했다.

 

 

이후에도 카카시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수리검을 던지는 나어린 닌자를 분동쇄로 낚아채 방패로 삼는 듯하다가 적의 무기를 직접 잡아 되던지는 실력을 보였고, 연막탄 속에서 풍둔과 화둔 창술로 습격해오는 적들을 짐승 같은 몸놀림으로 따돌렸다. 창술사가 승리를 확신하며 휘두른 일격은 환술에 속아 제 동료의 다리를 찌르는 결과로 돌아갔고, 연기 너머로 드러난 카카시의 얼굴을 확인한 적은 그가 전설적인 6대 호카게라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며 의식을 잃었다. 특히 나뭇잎 마을 출신의 탈주 닌자였던 신 하쿠비가 복수심을 불태우며 뇌둔 수리검을 날리며 덤벼들었으나, 카카시가 서클렛을 들어 올려 드러낸 왼쪽 눈의 사륜안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륜안의 위용에 압도된 하쿠비까지 제압당하면서 재상이 고용한 50명의 닌자는 모두 무력화되었고, 카카시는 마지막 남은 공을 가로채려던 닌자까지 처리하며 포병 진지로 향했다.

 

 

그 사이 나나라와 마을 사람들은 대포가 늘어선 진지에 도착해 화약통에 물을 붓고 인산염을 적시며 사투를 벌였다. 마고는 한 포병에게 협력을 구하며 설득하려 했으나, 수도의 가족이 인질로 잡혀있던 포병은 마고를 때려눕히고 결국 대포 한 발을 발사했다.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포탄이 마을을 향해 날아가자 주둔지는 혼란에 빠졌고, 나나라는 다급히 누나인 마나리를 찾아 텐트 사이를 누볐다. 그러다 수도에서 온 부랑자 출신의 병사에게 붙잡혀 목에 칼날이 들어오는 위기를 맞았다. 병사는 나나라의 목숨을 담보로 마을 사람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스스로 몸을 묶으라 협박했고,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도구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하늘을 선회하던 매 '레'가 급강하하여 병사의 얼굴을 쪼아대며 틈을 만들었고, 나나라는 그 틈에 탈출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병사를 포위했다. 나나라는 곧이어 북동쪽 절벽 위에서 진홍빛 법의를 입은 재상과 누나 마나리를 발견하고, 그들을 멈추기 위해 가파른 벼랑을 오르기 시작했다.

 

 

[5장]

 

 

바위 절벽 위에 선 마나리는 떨리는 손으로 수구를 쥔 채 연기에 휩싸인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포탄이 마을 가옥을 파괴하는 광경을 보며 그녀는 과거 수구의 힘을 폭주시켜 홍수를 일으켰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책했다. 재상은 왕에게 따르지 않는 마을은 사라져야 한다며 수구의 힘으로 마을을 쓸어버리라고 압박했으나, 마나리는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재상은 혀를 차며 마나리에게서 수구를 강제로 빼앗았고,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정교한 수류를 조종해 그녀를 밀쳐냈다. 재상은 이미 선왕이 서거한 직후 몰래 수구와 계약을 맺어 그 힘을 독점하고 있었으며, 벼랑을 기어 올라오는 나나라를 발견하자 수구를 높이 들어 거대한 격류를 쏟아부었다.

 

 

벼랑에 매달려 죽음을 예감하며 눈을 감은 나나라의 머리 위로 갑자기 뜨거운 열풍이 몰아쳤다. 거대한 불새가 나타나 밀려오는 물줄기를 단숨에 증발시켜 안개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6대 호카게의 기술인 화둔 미즈키리를 사용하며 나타난 카카시는 나나라를 옆구리에 끼고 가볍게 도약해 재상 앞에 내려앉았다. 카카시는 왼쪽 눈을 가린 서클렛을 드러내며 재상과 대치했고, 재상이 왕족도 아니면서 수구를 다룰 수 있었던 이유가 몰래 맺은 계약 때문임을 밝혀냈다. 재상은 자신이 30년 넘게 나라에 헌신했음에도 핏줄 때문에 왕이 되지 못한 불만을 터뜨리며 수구로 물새를 형상화해 공격했으나, 카카시는 다시 한번 불새를 불러내 이를 압도하며 수증기 안개를 상공으로 쏘아 올렸다.

 

 

싸움이 이어지며 카카시의 차크라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는 오히려 여유로운 태도로 재상을 도발했다. 카카시는 서클렛을 벗어 붉게 빛나는 사륜안을 드러냈고, 전설적인 닌자의 위압감에 재상은 공포를 느끼며 손을 떨었다. 카카시는 사실 변신술로 사륜안을 흉내 내어 허세를 부린 것이었지만, 환각 연막탄의 효과와 맞물려 재상을 완벽히 속여넘겼다. 이어 카카시는 안개가 사라진 미래는 죽음뿐이라고 경고했고, 그 순간 싸움의 열기로 만들어진 적란운에서 거대한 낙뢰가 떨어져 피뢰침 역할을 한 수구를 든 재상을 관통했다. 굉음과 함께 재상이 쓰러지자 카카시는 변신술을 풀고 나나라와 함께 재상의 심장을 압박하고 인공호흡을 실시하여 간신히 그의 목숨을 구했다.

 

 

재상의 숨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카카시는 나나라에게 수구 속에 숨겨져 있던 계약의 두루마리를 건넸다. 마나리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나나라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권했고, 나나라는 카카시의 안내에 따라 손가락 끝을 베어 혈서로 이름을 적어 넣음으로써 수구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나나라가 벼랑 끝에서 수구를 높이 치켜들자 마침내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내리기 시작해 마른 땅을 적셨다. 비는 주둔지의 대포들을 무력화시켰고 전장의 사람들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비를 반기며 싸움을 멈췄다. 나나라는 곁에서 자신을 지켜준 카카시가 묵묵히 고통을 참으며 누군가를 지켜온 지도자였음을 깨닫고 깊은 경외심을 느꼈다.

 

 

마을 광장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나나라는 누나의 퇴위와 자신의 왕위 계승을 알리며, 미숙한 자신을 도와달라는 진심 어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연설 도중 뒤편에 서 있는 카카시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지었으나, 연설을 마치고 그를 찾았을 때는 이미 카카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카카시는 나나라의 주머니 속에 그가 되찾아준 아버지의 유품인 파란 보석만을 남겨둔 채 조용히 마을을 떠났다. 나나라는 홀로 남겨진 보석을 만지며 그가 가르쳐준 지도자의 무게를 가슴에 새겼다.

 

 

[에필로그]

 

 

하타케 카카시가 레다쿠국을 떠난 지 반년이 흐른 어느 겨울, 현왕 나나라는 왕위에 오른 후 첫 번째 겨울을 맞이했다. 가을 내내 나나라가 정성을 다해 다스린 덕분에 온 나라는 풍요로웠고, 강물은 가득 차 밭마다 보리가 수분을 충분히 머금었다. 덕분에 어느 마을이나 한겨울을 보내기에 충분한 식량을 비축할 수 있었다. 집무실에서 내정 보좌를 맡게 된 마나리와 영리한 새 레가 나나라를 찾아왔을 때, 레의 발톱에는 나뭇잎 마을의 7대 호카게 우즈마키 나루토가 보낸 작은 소포가 들려 있었다. 포장을 풀자 나온 것은 전연령판으로 새로 나온 '이챠이챠 파라다이스'였고, 그 띠지에는 6대 호카게의 추천사라며 윙크를 하며 엄지를 치켜세운 카카시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었다. 나나라는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던 카카시를 나쁜 놈이라 생각하며 킥킥 웃음을 터뜨렸지만, 한편으로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 가르쳐준 최고의 지도자 카카시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

 

 

한편 레다쿠국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보름 만에 나뭇잎 마을로 돌아온 카카시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이 모여 있는 신시가지의 선술집으로 향했다. 기척을 지우고 슬쩍 연회 자리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려던 카카시는 취기가 잔뜩 오른 제자 사이에게 어깨를 잡히며 요란한 환영을 받았다. 술자리는 이미 무르익어 있었고, 아내 이노의 부축을 받는 사이를 비롯해 키바와 카루이, 혼자 닭튀김을 다 먹는다며 구박받는 쵸지 등 장성하여 각자의 삶을 사는 제자들이 북적이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카시는 부모가 되거나 닌자로서 제일선에서 활약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동료와 다음 세대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고, 그 옆에 앉은 현 호카게 나루토와 잔을 부딪쳤다. 나루토는 전쟁의 불씨를 막아준 카카시에게 감사를 표하며 레다쿠국의 국왕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힘찬 목소리와 달리 그의 여윈 얼굴에는 호카게의 격무와 지병으로 인한 피로가 짙게 깔려 있었다.

 

 

잠시 피로를 느끼며 가게 밖으로 나온 카카시는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던 시카마루와 마주했다. 시카마루는 사쿠라와 사스케가 여전히 천문학 연구소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나루토의 위중한 병세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깊은 우려를 표했다. 두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무거운 대화를 나누던 중 보루토와 사라다, 미츠키가 발랄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카카시와 시카마루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서둘러 표정을 고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들을 맞이했다. 사라다는 부모님의 부재 중에 자신을 돌봐주는 이루카에게 줄 딸기 찹쌀떡을 자랑했고, 미츠키는 그동안 마을에서 보이지 않았던 카카시에게 어디에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카카시는 나루토의 병세와 비밀스러운 잠입 임무를 아이들에게 감추기 위해 그저 온천 여행을 다녀왔다며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고, 항상 온천만 다닌다며 기가 막힌 듯 쳐다보는 보루토의 시선을 뒤로하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