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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발 작품

슈거 애플 페어리 테일 5권- 은설탕사와 보라색 약속 챕터 별 스토리 요약

by 미도착 원고함 서고지기 2026. 4. 14.

 

 

[1장 문장이 없는 성]

 

 

앤과 페이지 공방 일행은 신성제용 설탕과자를 제작하기 위해 임시 작업장으로 계약한 홀리리프 성에 도착했다. 성은 늦가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덩굴에 침식된 채 유령 성 같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왕도 루이스턴에서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정원은 잡초로 무성했고, 성의 창문들은 깨진 채 어두운 구멍처럼 남겨져 있었다. 샤르는 성을 보자마자 유령 성이라며 비아냥거렸고, 앤의 어깨 위에서 겁에 질린 미스릴은 자신이 일행을 지켜주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발렌타인은 이 성이 과거 체임버 가문이 몰살당한 뒤 저주가 서려 국교회에 기증된 '저주의 성'이라는 소문을 전하며 장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나, 이미 막대한 임대료를 지불한 엘리엇과 앤은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이곳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장인들은 서관 1층을 작업장으로, 동관을 생활 공간으로 정하고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앤은 아버지를 등지고 시내 여관에 머물며 합류를 거부하는 브리짓을 걱정했지만, 곧 바쁜 일정에 쫓겨 성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텅 빈 성의 내부는 가구가 약탈당하고 문장이 새겨진 곳마다 의도적으로 파괴되어 있어 더욱 섬뜩한 인상을 주었다. 방 정리를 하던 앤은 귓가에서 자신을 부르며 환영한다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소리를 듣고 달려온 샤르는 겁에 질려 매달리는 앤을 장난스러운 말로 진정시킨 뒤, 성의 파괴된 흔적들이 전 주인인 체임버 가문의 흔적을 지우려는 밀즈랜드 왕가의 무자비한 행위였음을 설명해주었다.

 

 

샤르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방으로 향하던 앤은 작은 홀 벽에 걸린 얼굴이 찢긴 초상화들 중 유독 먼지가 쌓이지 않은 검은 머리 남자의 그림을 발견했다. 한편 샤르는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보라색 옷자락을 쫓아 달려갔으나, 발자국은 막다른 회반죽 벽 앞에서 흔적도 없이 끊겨 있었다. 장인들이 작업장을 정화하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 밤, 홀로 자는 것이 두려웠던 앤은 미스릴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미스릴이 샤르와 함께 자라며 장난을 치던 중, 갑자기 방 안의 촛불이 누군가 숨을 불어넣는 것처럼 흔들리더니 돌연 꺼져버렸다.

 

 

암흑 속에서 앤은 어깨 너머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숨소리와 함께 강렬한 환상을 목격했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채찍을 휘두르며 보라색 옷을 입은 소년을 무자비하게 윽박지르는 광경과 소년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앤의 뇌리를 스쳤다. 미스릴이 다시 불을 켰을 때 환상은 사라졌지만, 앤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에 떨며 미스릴을 꽉 껴안았다. 비명을 듣고 찾아온 샤르에게는 별일 아니라고 둘러대며 그를 돌려보냈으나, 앤은 성에 감도는 불길한 기운을 느끼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같은 시각, 밀스필드에 홀로 남은 브리짓은 정체 모를 아름다운 남자의 곁에서 공허함을 느끼며 홀리리프 성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2장 애완 요정]

 

어젯밤 이후 앤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겁에 질린 마음이 가시지 않아 작은 소리에도 놀랐고, 밤새도록 1층에서 나디르와 발렌타인 등의 방 문을 여닫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탓이었다. 새벽녘에야 겨우 얕은 잠에 들었던 앤은 휘청거리며 2층 작은 홀 식탁으로 나갔다. 먼지 낀 샹들리에와 훼손된 초상화가 걸린 식당에는 이미 몸이 좋지 않은 글렌을 제외한 모든 장인이 모여 있었다. 앤이 크게 하품을 하자 올란드 역시 하품을 내뱉었고, 이를 본 엘리엇이 밤새 무슨 일을 했느냐며 농담을 던졌다. 앤은 이상한 일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대답했는데, 그때 올란드가 자신의 방 열쇠가 이상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몇 번을 잠가도 자려고만 하면 문이 열려 틈새바람에 눈이 떠졌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킹과 나디르, 발렌타인 역시 자신들의 방 문도 똑같이 계속 열렸다며 심각하게 말을 보탰다. 발렌타인은 수평도 맞고 열쇠도 확실히 잠기는 것을 확인했다며 의아해했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차를 마시던 샤르가 네 사람에게 보라색 그림자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나디르는 문 앞에서 푹신해 보이는 보라색 물체를 본 것 같다고 답했다. 샤르가 성안에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고 단언하자 장인들은 하룻밤 만에 태도를 바꾼 그의 말에 경악했다. 이때 미스릴이 주먹을 불끈 쥐며 모두를 지키기 위해 악령 퇴치를 하겠다고 식탁 위에서 선언했다. 엘리엇은 작업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된다며 미스릴에게 일을 맡겼고, 기세가 등등해진 미스릴은 샤르의 어깨 위로 날아올라 자신의 조수가 되라며 으스댔다.

 

 

엘리엇은 이번 작업에 자신도 직접 참여하겠다고 밝히며 두 달간 전원이 총출동해야 기한을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인들은 엘리엇의 참여에 제각각 반응했지만 앤은 그의 빠른 판단과 대응에 감탄했다. 앤은 올란드와 킹이 반죽과 색감을 담당하고 나머지 인원이 모양을 만드는 구체적인 작업 계획을 세웠다. 그때 홀 대문이 열리며 유쾌한 목소리와 함께 은설탕 자작 휴 머큐리와 그의 호위 살림이 나타났다. 휴는 국교회의 의뢰를 받아 선정된 공방이 신성제까지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지 감시하러 왔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페이지 공방이 제때 작품을 만들지 못하면 머큐리 공방의 예비 작품이 쓰이게 될 것이며, 페이지 공방은 보수 없이 1만 크레스라는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어마어마한 금액에 앤은 겁을 먹었지만, 엘리엇과 동료 장인들은 오히려 자신감을 내비치며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앤 역시 동료들의 기세에 용기를 얻어 미소 지으며 의지를 다졌다. 휴가 글렌을 문병하러 간 사이 성 앞마당에 대여 마차가 도착했고, 거기서 아름다운 요정과 함께 브리짓이 내렸다.

 

 

 

 

마차에서 내린 요정은 샤르와 견줄 만큼 키가 컸고 우유 빛깔에 녹색과 파란색이 섞인 듯한 신비로운 머리카락을 가진 미남자였다. 브리짓은 그를 자신이 직접 돈을 주고 산 애완요정 글라디스라고 소개했다. 엘리엇은 용돈으로 살 수 있는 수준의 요정이 아니라며 당황했고, 샤르는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브리짓은 아버지 글렌이 결혼 전까지는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했다며, 글라디스를 자유롭게 두겠다는 조건으로 그를 성에 머물게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녀는 누구의 참견도 받지 않겠다며 엘리엇을 따라 글라디스와 함께 글렌의 방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보던 미스릴은 글라디스가 샤르와 같은 귀석 요정인 것 같지만 종류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샤르는 글라디스가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모호한 성질을 가진 황옥석 요정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해가 질 무렵 서쪽 탑 꼭대기에서 경치를 구경하던 샤르에게 글라디스가 다가왔다. 글라디스는 샤르에게 주인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샤르는 자신에게 주인은 없으며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있다고 답했다. 샤르는 잘생긴 귀석 요정이 브리짓의 적은 용돈으로 팔렸다는 사실을 의심하며 그의 정체를 추궁했다. 글라디스는 자신이 특별한 능력이 없고 싸울 힘도 부족해서 요정 상인이 헐값에 넘긴 것이라며 손바닥에서 아주 작은 청록색 바늘을 만들어 보였다. 그는 샤르의 곧고 강한 눈빛이 인간들의 화를 돋우는 것이라며, 자신처럼 어딜 보는지 모를 멍한 눈을 했다면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글라디스는 샤르와 친해지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지만 샤르는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샤르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멀어지는 글라디스를 보며 그가 매우 까다롭고 위험한 상대임을 직감했다.

 

 

[3장 유령 따위 무섭지 않아]

 

 

브리짓이 찾아오면서 잠시 시간이 지체되었으나 오후가 되자 앤과 엘리엇도 설탕과자 제작을 위해 은설탕 반죽 작업에 합류했다. 장인들이 모두 모여 공을 들인 끝에 상당한 양의 반죽이 준비되었고, 곧이어 엘리엇과 앤, 발렌타인과 나디르는 눈송이 모양을 만드는 섬세한 작업에 들어갔다. 엘리엇의 솜씨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빠르고 정확했다. 그는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은설탕을 얇게 펴더니 조각용 칼을 들어 망설임 없이 형태를 잡아 나갔다. 처음에는 앤과 비슷한 속도로 눈송이를 만들던 엘리엇은 밤이 깊어지자 앤이 하나를 완성할 때 두 개를 만들어낼 정도로 속도를 높였고, 그의 합류로 전체적인 작업 페이스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엘리엇은 작업 내내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으며 분위기를 띄우려 했으나 결국 참다못한 나디르에게 조용히 하라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한시도 쉬지 않고 이어진 작업은 저녁 식사 후에도 계속되었다. 신성제를 앞두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밤샘 작업이 결정되었고, 장인들은 다시 작업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만 유령 퇴치에 전념하겠다던 미스릴만은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장인들을 따라가려던 앤은 복도 창밖을 내다보다가 초승달 아래 앙상한 잡목림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하얀 그림자를 발견하고 숨을 삼켰다. 유령이 아닐까 하는 공포에 움찔하던 앤은 자세히 살핀 끝에 그것이 얇은 잠옷 차림으로 떨고 있는 브리짓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쌀쌀한 늦가을 밤에 홀로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브리짓의 처연한 뒷모습을 보며 앤은 그녀를 진심으로 마주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앤은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으로 달려가 숄을 챙겨 정원으로 나갔다.

 

 

갑작스러운 앤의 방문에 브리짓은 성가신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같이 달을 보자는 제안이나 글라디스의 행방을 묻는 말에도 차갑게 대꾸했다. 하지만 앤은 억지로 브리짓의 손에 숄을 쥐여준 뒤 그녀의 외침을 뒤로하고 서둘러 성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복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올란드는 앤의 참견을 어이없어하며 약혼자인 엘리엇이 신경 쓸 일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브리짓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앤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는 끝내 대답하지 못하고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의 복잡한 마음과 체면 때문에 서로의 진심이 닿지 않는 상황에 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샤르는 미스릴의 부탁에 따라 작은 홀에서 벽난로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다가온 글라디스는 샤르에게 친근한 척 말을 걸며 묘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샤르의 짜증 섞인 반응에도 글라디스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말들을 던졌고, 곧이어 미스릴에게 불려온 하루와 다나가 합류했다. 머리에 골무를 쓰고 온몸에 바늘과 리본으로 무장한 미스릴은 이 성에 극악무도한 악령이 깃들었다고 선언하며 요정 자경단을 결성했다. 흥미를 보인 글라디스까지 단원으로 합류시키며 의기양양하게 순찰을 시작한 미스릴을 뒤로한 채, 샤르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소동에 끼어드는 대신 직접 악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앤의 방으로 향했다.

 

 

밤늦게 작업을 마친 앤은 피로에 젖어 방으로 돌아왔다가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잠든 샤르를 발견했다. 인기척에 깨어난 샤르는 앤에게 자신의 날개를 언제든지 만져도 좋다고 허락하며 깊은 신뢰를 보여주었다. 앤이 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날개를 어루만지며 황금빛으로 변하는 신비로운 광경에 매료되어 있을 때, 샤르는 갑자기 촛불을 끄고 앤을 침대에 눕히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둠 속에서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침대 곁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샤르는 침입자의 움직임을 단숨에 봉쇄했다. 앤이 서둘러 불을 켜자 그곳에는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소년 요정이 붙잡혀 있었다.

 

 

소년 요정은 자신을 하버트 체임버의 시동인 노아라고 소개하며 앤 일행을 도둑이라 부르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미스릴이 나타나 체임버 가문은 이미 멸망했다고 일침을 가했으나, 노아는 주인의 복귀를 믿으며 주먹을 휘둘러 미스릴을 기절시켰다. 샤르는 노아에게 자신의 날개를 보여주며 앤이 요정에게 날개를 돌려주는 인간임을 알렸고, 이 성이 이제 왕가에 귀속되어 정당하게 빌린 곳임을 설명했다. 노아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다시 미스릴을 공격한 뒤 도망치려 했으나, 오랜 굶주림으로 인해 기운이 다해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15년 동안 성을 지키며 비축 식량으로 버텨온 노아의 처참한 상태를 확인한 앤은 서둘러 따뜻한 수프를 만들어왔지만, 노아는 주인이 주는 음식 외에는 먹지 말라는 옛 명령을 고집하며 식사를 거부했다.

 

 

앤은 노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졸음에 빠졌다가, 어젯밤에 보았던 것과 똑같은 비극적인 환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환상 속에서 노아는 검은 수염의 남자에게 채찍질을 당하며 애처롭게 빌고 있었고, 앤은 그것이 노아의 실제 과거임을 직감하며 가슴 아파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노아는 고집스럽게 굶기를 자처하며 앤 일행에게 성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작업장으로 향하던 앤은 복도에서 글라디스와 마주쳤다. 글라디스는 앤에게 다가와 뺨을 만지고 향기를 맡는 등 노골적인 태도를 보였고, 당황한 앤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이 광경을 위층에서 지켜보던 샤르는 글라디스의 뻔뻔한 언행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대립했다. 글라디스는 샤르에게 같은 부류임을 강조하며 샤르가 과거에 머물렀던 어두운 예배당의 기억을 들춰내 미끼를 던졌다. 샤르는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냉정하게 대응했으나, 자신의 과거를 아는 글라디스의 정체에 깊은 의구심을 품은 채 걸음을 옮겼다.

 

 

[4장 비와 소원]

 

 

앤은 점심 식사 전에 글렌의 방으로 음식을 나르며 홀리리프 성에 도착한 이후 보지 못했던 그의 얼굴을 살폈다. 음식을 사이드 테이블에 늘어놓으며 앤은 악령이라 불리는 요정 노아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오전에 시찰을 왔던 휴는 노아를 신기해하며 다이어트 중이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고 떠났지만, 노아는 무례한 그의 태도에 화가 난 상태였다. 앤은 노아가 왜 15년이나 주인의 명령에 묶여 이곳에 남아 있는지 의문을 가졌고, 글렌은 주인이 날개를 가지고 떠나버려 요정이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처지일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앤은 자신의 요정들을 대등하게 대했던 것과 달리 날개를 저당 잡힌 요정들의 처지를 실감하며, 하버트라는 주인이 노아에게 자신이 준 음식 외에는 먹지 말라는 무자비한 명령을 내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글렌은 요정들이 좋아하는 설탕과자를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고, 앤은 그날 밤 작업을 마치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글렌은 이어 브리짓의 안부를 물으며 과거의 딸을 회상했다. 예전에는 브리짓이 설탕과자와 무뚝뚝한 장인 짐 할아버지,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했다는 것과 '금화 네 닢과 꽃 한 송이' 이야기를 즐겨 들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앤은 글렌의 서툰 부모 마음을 느끼며 그가 털어놓은 성의 임대료 이야기를 들었다. 엘리엇을 통해 앤이 사비로 천 크레스를 지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글렌은 미안함을 표했으나, 앤은 장인장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대화 도중 앤은 창밖을 보았고, 정오임에도 불구하고 한겨울에 때아닌 폭우가 쏟아지며 초여름 같은 기온으로 급상승하는 이상 기후를 목격했다.

 

 

작업장의 장인들은 낯선 폭우와 더위에 놀라면서도 신성제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은설탕 결정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앤은 결정의 수를 세며 작업 속도를 점검했고, 엘리엇은 그녀가 장인장으로서 내다보는 작업 전망을 날카롭게 지켜보았다. 앤은 불길한 예감을 떨치며 밤늦게까지 홀로 남아 노아를 위한 연보라색 꽃 모양 설탕과자를 만들었다. 완성된 과자를 들고 복도로 나선 앤은 비가 새는 성안을 지나다 작은 홀의 낡은 초상화 앞에 웅크리고 있는 노아를 발견했다. 노아는 얼굴이 찢겨나간 마지막 성주 하버트의 초상화를 지키고 있었다. 앤은 노아에게 주인이 날개를 가져갔느냐고 물었으나, 노아는 하버트가 날개를 돌려주었다는 뜻밖의 사실을 밝히며 그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성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노아는 하버트가 준 설탕과자 세 개를 다 먹으면 성에서 나가야 한다는 명령 때문에 굶주림을 참으며 마지막 한 알을 남겨두고 있었다. 앤은 하버트가 사실 노아를 전쟁터에 데려가지 않고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그런 명령을 내렸음을 직감했지만, 노아는 주인의 명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고집을 피우다 기력 문제로 기절했다. 이때 나타난 샤르는 가벼워진 노아를 안아 앤의 방 침대에 눕혀주었다. 앤은 노아의 충성심에 가슴 아파했고, 샤르는 울먹이는 앤에게 은설탕사라면 요정이 먹고 싶어질 만한 과자를 만들라며 격려했다. 이어 샤르는 글라디스가 앤의 뺨을 만졌던 흔적을 지우듯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며 다른 이에게 함부로 마음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샤르의 방에서 잠이 든 앤은 꿈을 통해 과거의 환상을 보았다. 하버트는 잔인한 형으로부터 노아를 구해준 자비로운 주인이었으며, 두 사람은 피프 보드 게임을 즐기며 각별한 유대감을 쌓아왔다. 하버트는 전쟁터로 떠나기 전 노아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성에서 나가라는 의도가 담긴 명령을 내렸던 것이었다. 꿈속에서 하버트의 목소리는 앤에게 노아를 구해달라고 부탁했고, 잠에서 깬 앤은 그것이 하버트의 간절한 바람임을 깨달았다. 다음 날 아침, 앤은 네 번째 설탕과자인 하늘색 나비를 만들어 노아에게 내밀었으나 노아는 여전히 거부했다.

 

 

앤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다가 다나와 하루로부터 설탕이 덩어리째 굳어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길한 예감에 서관 2층 저장고로 달려간 앤은 폭우로 인한 습기와 높은 기온 때문에 모든 은설탕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을 확인했다. 신성제 작품을 만들어야 할 은설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앤은 절망감에 눈물을 흘릴 뻔했지만, 엘리엇의 격려에 마음을 다잡았다. 앤은 장인장으로서 슬픔을 누르고 장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방을 데워 습기를 날리고 맷돌을 가져와 은설탕을 다시 빻아 사용하기로 결정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5장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

 

 

킹과 올란드 일행이 맷돌을 가지러 밀스필드로 떠난 사이, 엘리엇과 앤 그리고 미스릴은 성 서관 2층으로 쉴 새 없이 장작을 날랐다. 다나와 하루도 틈틈이 일손을 보탰으며, 이들은 은설탕을 보관하는 방의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숯을 담은 철제 양동이를 곳곳에 놓아 방 안을 숨이 막힐 정도의 열기로 가득 채웠다. 굴뚝에서는 거센 비를 뚫고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점심 무렵 루이스턴에서 온 휴는 인근 모든 공방의 은설탕이 굳어버렸다는 소식을 전하며 작업 기한을 맞출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엘리엇은 단호하게 맞출 것이라 대답했으며, 밤늦게 맷돌 다섯 개를 실은 마차가 도착하자 녹초가 된 장인들을 쉬게 한 뒤 앤과 함께 뜨거운 방 안에서 은설탕 산을 살피며 밤을 지새웠다. 깊은 밤 빗소리가 멎은 복도 끝에서 앤은 엘리엇으로부터 숙련된 장인이 부족해 기한을 맞추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고백을 들었고, 그 순간 엘리엇은 파벌에 속하지 않은 실력자 '캣'을 떠올리며 앤에게 그를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새벽, 앤은 샤르가 모는 말에 올라타 사우스 세인트로 향했다. 배웅 나온 장인들과 미스릴을 뒤로하고 언덕을 내려가는 길에 나무 뒤에 숨어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지켜보는 브리짓의 모습을 보았으나 앤은 모른 척 지나쳤다. 한편 성에 남은 브리짓은 자신을 다정하게 안아주는 글라디스에게서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차갑지만 엄격했던 샤르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 한구석의 답답함을 떨치지 못했다. 사우스 세인트에 도착한 앤과 샤르는 수소문 끝에 항구 근처 언덕의 빨간 지붕 집에서 캣을 찾아냈고, 그곳에서 요정 벤자민과 함께 지내고 있던 캣은 처음에 국왕이나 국교회를 위한 일은 하지 않겠다며 앤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나 샤르가 휴에게 진 빚을 언급하며 캣을 자극하자, 앤은 휴가 캣에게 가진 권리를 자신이 양도받아 철회시켜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결국 캣으로부터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루이스턴으로 급히 돌아온 앤은 성 홀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던 휴와 마주했다. 앤은 곧장 휴에게 캣에 대한 권리를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요구했으나, 휴는 캣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휴는 오히려 앤을 도발하며 은설탕 자작으로서의 실력을 걸고 승부를 제안했고, 앤은 겁에 질리면서도 장인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승부 방식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 기력을 잃어가는 요정 노아를 위해 설탕과자를 만들어, 노아가 누구의 것을 먹느냐에 따라 승패를 가리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기한은 내일까지로 정해졌으며, 앤은 페이지 공방의 운명과 캣의 조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은설탕 자작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당당히 맞서기로 결심했다.

 

 

[6장 요정은 보고 있었다]

 

 

은설탕을 말리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서관 2층에서 땀을 흘리며 작업하던 엘리엇은 앤에게서 은설탕 자작인 휴 머큐리와 대결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입을 떡 벌렸다. 앤은 자작이 코린즈 씨를 불러오라 명령했으며, 모레 아침까지 이곳에 머물며 작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음을 전했다. 엘리엇은 일개 장인이 자작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다며 자신이 직접 자작을 만나러 가기 위해 채비를 마쳤다. 그는 앤에게 부지깽이와 가죽 장갑을 건네며 다른 장인들에게 캣이 당분간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달라고 당부하고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는 격려와 함께 방을 나섰다.

 

 

앤은 옆방에서 맷돌을 돌리는 장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올란드와 킹, 나디르와 발렌타인은 온몸이 땀과 상처로 얼룩진 채 거대한 맷돌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디르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발렌타인은 다리를 떨었으며, 올란드는 손바닥의 물집이 터져 고통스러워했다. 요정 미스릴이 달려와 진통제를 챙겨줄 만큼 상황은 처참했지만, 그들은 오직 설탕과자를 완성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앤은 장인들에게 캣을 데려오기 위해 자작과 승부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으나 올란드는 앤을 장인장이라 부르며 믿고 맡기겠다고 선언했고, 장인들은 다시 힘을 내어 맷돌을 돌리기 시작했다.

 

 

성 안은 대결 준비로 분주해졌다. 휴 머큐리는 동관 3층에 머물며 루이스턴에서 가져온 도구와 은설탕으로 작업을 준비했고, 앤은 1층 작업실에서 휴에게 받은 은설탕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앤은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노아의 방을 찾았다. 노아는 여전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쇠약해진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고, 그 곁을 요정 샤르가 지키고 있었다. 샤르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설탕과자라면 요정의 본능적인 욕망을 자극할 수 있을 거라 말하며, 노아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주인이었던 하버트뿐일 것이라고 암시했다.

 

 

다음 날 아침, 앤은 휴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며 그가 성 루이스턴 벨 교회에서 빌려온 금서를 읽고 있는 것을 보았다. 휴는 노아를 다시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침대에 누워 있는 노아에게 자신이 은설탕 자작임을 밝히며 정중하게 질문을 던졌다. 휴는 노아가 하버트와 함께 즐겼던 놀이인 ‘피프’에 대해 물었고, 하버트가 그 놀이에 서툴렀다는 대답을 듣자 무언가 확신을 얻은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섰다.

 

 

앤은 조바심을 느끼며 작업실로 돌아왔지만, 하버트의 어떤 모습을 형상화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단순히 초상화 속 주인의 모습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노아가 그것을 먹게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앤은 노아가 늘 머물던 작은 홀의 초상화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샤르가 경계하는 인물인 글라디스와 마주쳤으나, 글라디스는 묘한 말을 남긴 채 브리짓과 함께 사라졌다. 앤은 노아의 시선이 머물던 궤적을 쫓아 초상화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해질녘이 되었을 때 앤의 곁으로 샤르가 다가왔다. 앤은 노아가 왜 이 상처투성이 초상화를 그토록 소중히 여겼는지 고민하다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앤은 샤르의 도움을 받아 벽에서 거대한 초상화를 내려 뒤집었다. 그러자 캔버스의 뒷면에서 밀즈랜드 왕가가 금기시하며 지워버렸던 체임버 가문의 화려한 문장이 나타났다. 노아는 초상화 뒤에 숨겨진 이 가문의 자부심을 홀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 금지된 문장을 설탕과자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샤르는 왕가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라며 우려하면서도, 앤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다. 샤르는 앤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이유를 알 수 없는 깊은 애정을 드러냈고, 앤의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이며 영원히 곁에 머물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7장 은설탕 자작과의 대결]

 

 

샤르의 다정한 속삭임에 귓불이 짜릿해진 앤은 마치 그 부위에 보호 마법이라도 걸린 듯한 용기를 얻었다. 샤르의 감정이 사랑에 가깝다고 느껴져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그 기대가 빗나갔을 때의 아픔이 두려워 앤은 서둘러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덧 해가 져 어두워진 작업실에서 앤은 램프를 켜고 작업을 서둘렀다. 낮잠을 자다 깬 미스릴은 설탕과자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당황하며 달려와 능숙하게 찬물을 나르며 앤을 도왔다. 앤은 미스릴에게 보라색과 빨간색 등 다섯 가지 색가루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하며, 국왕이 멸문시킨 체임버 가문의 문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스릴은 잠시 놀랐지만 이내 앤의 결정을 믿고 따르며 쉼 없이 찬물을 가져다주었다. 앤은 문장 속에 하버트의 마음이 깃들어 노아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밤새도록 반죽을 반복했다. 노아의 눈동자 색과 닮은 자수정 빛 보라색 사자를 빚고, 은빛 방패와 감색 리본을 정성껏 구현해 나갔다. 이 문장이 기억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 노아가 삶의 의지를 찾길 바라며 앤은 똑같은 모양의 문장을 열다섯 개나 완성했다.

 

 

아침 햇살이 비칠 무렵, 작업을 마친 앤은 휴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휴 역시 밤새 작업을 마친 상태였으며, 그는 노아의 방으로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샤르가 지키고 있는 노아의 방으로 향했다. 침대 위에서 기운 없이 일어난 노아는 주인의 명령 때문에 다른 이가 주는 것은 먹을 수 없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휴가 가져온 설탕과자의 천을 벗기자 노아는 숨을 삼키며 다가갔다. 그것은 과거 하버트와 노아가 함께 가지고 놀던 피프 보드와 조각들이었다. 휴는 하버트의 조각을 만들었던 장인의 스케치를 토대로 15년 전의 물건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휴는 하버트가 사실 피프의 명수였으며, 노아와 게임을 하기 위해 실력을 숨기는 핸디캡을 정해두고 순수하게 그 시간을 즐겼던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추억의 조각을 마주한 노아는 주인의 진심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며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휴는 노아가 조각을 직접 손에 쥐어 설탕의 향기와 단맛에 이끌리도록 세심하게 유도했다.

 

 

 

 

이어 앤이 자신이 만든 문장을 노아에게 보여주었다. 휴의 압도적인 실력 앞에 자신의 작품이 초라해 보인다고 생각하며 위축되었던 앤의 걱정과 달리, 노아는 문장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 노아는 조심스럽게 문장을 집어 들었고, 그 순간 노아의 양 손바닥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더니 문장이 녹아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주인의 명령을 어기고 설탕과자를 먹어버렸다는 사실에 노아가 당황하자, 휴는 문장을 하나 더 건네며 하버트 공은 결코 화내지 않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앤 역시 노아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다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노아는 문장을 꽉 쥐며 하버트가 정말로 자신과 함께 이곳에 존재했음을 느끼고 오열 섞인 미소를 지었다. 노아를 샤르에게 맡기고 방을 나온 휴는 앤에게 패배를 인정했다. 휴는 은설탕 자작이라는 직위 때문에 국왕이 금기시한 문장을 차마 완성할 수 없었지만, 앤은 자유로운 장인으로서 두려움 없이 문장을 만들었기에 노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휴는 과거 힘이 없어 여동생을 잃었던 기억 때문에 권력을 쫓아 은설탕 자작이 되었음을 고백하며, 캣을 부를 수 있는 권리를 앤에게 넘겨주고 성을 떠났다. 앤은 실력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분한 눈물을 흘리면서도 더 훌륭한 은설탕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캣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후 앤은 노아의 방을 다시 찾아가 그를 위로했다. 노아는 하버트가 자신을 소중한 친구로 여겼을지도 모른다는 앤의 말에 활짝 웃으며 잠이 들었다. 앤은 노아의 곁에서 잠결에 하버트의 영혼이 안심하고 성을 떠나는 목소리를 들었다. 한편 브리짓은 글라디스가 휴의 피프 조각들을 흡수하며 힘을 회복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글라디스는 자신의 정체가 요정임을 드러내며 브리짓을 이용했음을 조소했고, 브리짓이 날개를 쥐고 위협했음에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며 그녀를 압박했다.

 

 

정원으로 나간 샤르는 글라디스와 마주쳤다. 글라디스는 자신의 진짜 이름이 라팔 펜 라팔임을 밝히며, 샤르가 태어난 흑요석 옆의 오팔에서 자신이 태어났음을 알렸다. 라팔은 태어나기 전부터 샤르와 함께할 운명이었다고 주장하며 인간을 버리고 자신과 함께 가자고 유혹했다. 그러나 샤르는 앤과의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정체를 드러낸 라팔은 과거 마차를 습격했던 은색과 붉은빛의 요정으로 변해 샤르와 대치했다. 라팔은 은설탕 자작의 과자를 먹고 힘을 회복했다며 샤르를 갖기 위해 앤을 빼앗겠다고 협박한 뒤 안개처럼 사라졌다. 불안감을 느낀 샤르가 노아의 방으로 달려가 잠든 앤을 품에 안아 보호하며 결의를 다지는 순간, 성관 안에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