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요정들의 공방]
한밤중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잠에서 깬 앤 할퍼드는 늘 곁에 있던 물방울 요정 미스릴 리드 포드가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창가에는 미스릴이 달빛을 받으며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는데, 평소의 장난기 어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기도하듯 달을 응시하는 그의 옆모습은 앤에게 생경한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앤은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가로지르다 긴 의자 위에 샤르의 담요만 덩그러니 놓인 것을 발견했다. 샤르 펜 샤르는 형제석 요정들이 도주한 이후 밤마다 공방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고, 앤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앤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미스릴은 평소처럼 활기찬 척하며 샤르가 밤마다 밖을 나가는 것이 앤을 향한 흑심을 풀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며 기정사실을 만들라는 엉뚱한 작전을 제안했다.
그 순간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샤르 펜 샤르가 문가에 나타났다. 달빛 아래에서 더욱 요염한 빛을 띠는 샤르는 미스릴의 황당한 망상을 싸늘하게 비웃으며 그의 목덜미를 낚아채 침대 위로 내던져 얌전히 재웠다. 샤르는 앤에게 내일부터 홀리리프 성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니 어서 자라고 재촉했다. 앤은 잠들기 전 품에 안은 미스릴이 평소보다 야윈 것 같아 걱정했지만, 샤르는 착각일 뿐이라며 앤의 어깨 위로 이불을 덮어준 뒤 가볍게 입을 맞추고 물러났다. 앤은 그 짧은 순간의 숨결이 착각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앤과 키스 일행은 드디어 새로운 시작의 장소인 홀리리프 성에 도착했다. 과거의 어두운 소문을 뒤로하고 새롭게 단장된 성은 1층 전체가 설탕 과자 제작을 위한 대규모 작업장으로 개조되어 있었으며, 성 안은 온통 성 앨리스 열매의 싱그러운 향기로 가득했다. 은설탕 자작 휴 머큐리와 은설탕사 캣의 도움으로 완성된 이곳에서 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캣은 요정 시장에서 실무를 처리하느라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며 돌아왔지만, 저녁 식사 메뉴인 호두 케이크를 놓치지 않으려 집념을 보였다. 키스는 앤에게 오늘이 그녀의 열일곱 번째 생일임을 일깨워주었고, 앤은 자신을 위해 준비된 조촐하지만 따뜻한 만찬을 즐기며 여러 사람과 나누는 행복의 크기를 실감했다.
식사 후 앤은 술기운도 깰 겸 밤 정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초여름의 짙은 풀 향기 속에서 앤은 내일부터 성으로 들어올 요정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질이 있는 요정에게는 장인이 될 기회가 열리지만, 그렇지 못한 요정들은 다시 시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때 샤르가 나타나 앤에게 예뻐졌다는 뜻밖의 칭찬을 건네며 키스를 선물로 주겠다는 농담으로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앤은 샤르의 농락에 가슴이 뛰면서도 복도 창가에서 미스릴과 닮은 작은 그림자를 본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방으로 돌아온 앤은 미스릴이 침대에서 자는 것을 확인했지만, 평소와 달리 코골이조차 없는 그의 모습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드디어 요정들이 도착하는 날 아침, 캣이 이끄는 마차가 성 마당으로 들어섰다. 마차 안에서는 남색 머리카락과 주홍색 눈동자를 가진 강렬한 인상의 요정 아렐 실 메이를 선두로 열다섯 명의 요정이 내렸다. 그들은 인간을 향한 깊은 불신과 경계심을 드러내며 앤과 키스의 환영 인사를 싸늘하게 외면했다. 아렐은 샤르에게 접근해 루이스턴에 있는 요정 시장을 습격해 자신들의 날개를 되찾아달라는 위험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샤르는 요정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미래를 위한 길이라며 그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노예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는 요정들에게 그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기 전, 휴 머큐리가 예고 없이 나타나 두 달 후 각 공방의 주요 장인들이 요정들의 실력을 참관하러 올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요정들이 장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실력이 부족할 경우 영영 배척당할 수 있는 위험한 시험대이기도 했다. 앤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요정들 앞에 서서 은설탕 요정 루루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요정들은 앤의 진심 어린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명령에만 기계적으로 반응했다.
작업장에서 시작된 첫 은설탕 반죽 실습에서 앤은 요정들의 탁월한 자질을 발견했다. 특히 아렐은 놀라운 손재주로 순식간에 반죽을 완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태도였다. 요정들은 스스로 판단하거나 열의를 보이지 않고 다음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인형처럼 멈춰 서서 앤과 키스를 압박했다. 앤은 요정들이 마음을 닫은 채 억지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결국 앤은 첫날의 작업을 일찍 마무리하며, 요정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보다 그들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이 훨씬 더 험난한 과제임을 통감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2장 두 번째 실패]
저녁 식사 자리는 무겁고 적막했다. 숙취에서 깨어난 미스릴 리드 포드는 요정들의 태만한 작업 상황을 전해 듣자마자 눈을 부라리며 고함을 질렀다. 앤과 동료들은 요정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었으나, 요정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이며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자 앤과 키스, 캣, 샤르, 미스릴, 벤자민은 1층 작업장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샤르는 요정 시장에서 끌려와 갑자기 설탕과자 수련을 강요받는 요정들이 의욕을 가질 리 없다고 덤덤하게 꼬집었다. 요정들은 은설탕 요정이 되어봤자 결국 설탕과자를 만드는 노예가 될 뿐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장인으로 인정받아도 즉시 날개를 돌려주지 않는 인간의 방식을 불신하고 있었다. 요정이 스스로 삶의 길을 정하고 인간과 대등하게 일하는 공방을 꿈꾸던 앤은 인간의 약속이 요정들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꼈다.
그때 미스릴은 자신이 직접 본보기를 보이겠다며 은설탕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앤의 얼굴을 만드는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과물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돌기들이 솟아난 늪지색 덩어리에 불과했다. 키스와 캣은 그것을 전위적인 오브제나 저주 도구라며 경악했고, 샤르는 허수아비보다 형편없다며 차갑게 비웃었다. 미스릴은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작품을 직접 맛보았으나, 이내 맹독을 먹은 듯 비틀거리다 속이 울렁거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굳어버렸다. 소동 속에서 샤르는 한 가지 실마리를 던졌다. 실제로 활약하는 요정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앤은 이미 날개를 되찾고도 스스로의 의지로 페이지 공방에서 일하고 있는 노아를 떠올렸다. 캣은 즉시 엘리엇에게 노아를 보내달라는 편지를 썼다.
그날 밤, 샤르는 홀로 뜰로 나갔다가 남빛 머리카락의 요정 아렐과 마주쳤다. 아렐은 인간과 대등한 관계라고 주장하는 샤르를 향해 철저히 조련당한 것이라며 멸시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아렐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으나 샤르는 이를 가볍게 제압했다. 샤르는 자유를 얻은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아렐은 오직 자유만을 갈망하며 입을 굳게 닫았다. 샤르는 아렐의 태도를 보며 어설픈 대책으로는 요정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직감했다.
요정들이 성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앤은 창밖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노랫소리에 잠이 깼다. 마당에는 엘리엇이 보낸 마차를 타고 밤새 달려온 노아가 서 있었다. 노아는 앤과 재회하며 환하게 웃었고, 엘리엇은 편지를 통해 노아를 자신의 공방 견습생이라 칭하며 배려 섞인 인사를 전했다. 작업장에 합류한 노아는 뛰어난 은설탕 반죽 솜씨를 선보이며 다른 요정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여성 요정 에메레는 노아의 솜씨에 감탄하며 자신도 날개를 되찾을 수 있을지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아렐은 노아를 향해 인간의 비위를 맞춰 날개를 구걸하는 재롱잔치라며 독설을 내뱉었다.

아렐의 공격적인 말은 앤의 정곡을 찔렀다. 장인이 되면 날개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요정들에게는 결국 인간이 목숨줄을 쥐고 부리는 오만한 제안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앤은 자신의 방식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그녀는 요정 상인에게 요정을 빌리는 기간 동안 날개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휴에게 요청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기간만큼은 요정들에게 날개를 미리 되돌려주어, 그들이 온전한 자유 의지로 은설탕과 마주하게 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식을 제안했다. 앤은 도망치지 않고 일주일간 수련에 임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고, 아렐은 그 진심에 반응하며 약속을 지키겠다고 답했다.
일단락된 상황 속에서 샤르는 정원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기운 없이 늘어져 있는 미스릴을 발견했다. 평소의 소란스러움은 간데없고 날개마저 축 늘어진 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미스릴의 모습에서 샤르는 기묘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때 앤이 나타나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휴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앤은 요정들에게 날개를 먼저 돌려주는 방식을 허락받기 위해 루이스턴으로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샤르는 요정들이 날개를 되찾자마자 도망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경고하면서도, 굳건한 결의를 보인 앤의 곁을 지키기로 하며 함께 성을 나설 준비를 마쳤다.
[3장 7일간의 약속]
은설탕 자작 휴 머큐리는 루이스턴에 위치한 자신의 별저에서 앤과 키스, 그리고 캣을 맞이했다. 국왕 알현을 마치고 돌아온 휴는 특유의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행을 대했으나, 요정 시장에서 데려온 요정들이 전혀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를 듣자 이내 냉철한 태도로 돌아섰다. 일행은 자유를 얻은 요정인 노아를 보여주며 설득하려 했던 시도가 실패했음을 알렸고, 휴는 자질이 없는 요정들은 시장으로 돌려보내면 그만이라며 냉정하게 대꾸했다. 앤은 요정 전체의 의욕이 바닥난 상태에서는 누구를 데려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판단하고, 휴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건넸다. 그것은 요정 상인에게서 날개를 함께 빌려와 요정들에게 이레 동안만 돌려주어 그들에게 자유를 약속하고 의욕을 끌어내자는 도박에 가까운 계획이었다.
휴는 날개를 되찾은 요정들이 도망치지 않을 리 없다며 어처구니없어했으나, 앤은 요정들과 직접 나눈 약속을 믿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만약 요정들이 도망쳐 국가의 자산에 손실이 생긴다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는 앤의 모습에 현장에 있던 동료들은 충격에 빠졌다. 키스와 캣은 앤이 죄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책임을 나누겠다고 나섰고, 벽에 기대어 상황을 지켜보던 샤르 역시 자신이 있는 한 단 한 명도 도망치게 두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휴를 압박했다. 결국 휴는 선택한 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며 요정 상인 레지널드 스토와 직접 협상에 나섰고, 요정이 도주할 경우 정식 가격으로 대금을 지불한다는 가혹한 조건을 받아들여 날개를 빌려오는 데 성공했다.
협상을 마친 다음 날 새벽, 일행은 요정들의 날개가 담긴 가죽 주머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요정들을 불러 모았다. 캣은 요정들에게 날개를 돌려주는 대신 이레 동안 견습 장인으로서 성실히 작업에 임하고, 자격이 없는 자는 다시 날개를 반납하고 시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약속을 상기시켰다. 앤은 요정들이 장인으로서 자립하여 인간과 대등한 위치에 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명 한 명에게 소중히 날개를 건넸다. 날개를 되찾은 요정들은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으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앤은 그들의 변화에 안도하면서도 혹시 모를 도주를 경계하며 늦은 밤까지 홀을 지켰다. 그런 앤에게 샤르는 감시는 자신의 역할이니 쉬라며 등을 떠밀었고, 앤은 샤르의 든든한 배려 속에 잠시 휴식을 취하러 자리를 옮겼다.
욕실에서 몸을 씻고 나오던 앤은 복도에서 키스와 마주쳤다. 키스는 앤에 대한 자신의 연심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백하며, 대답을 미루더라도 자신의 마음만은 잊지 말아 달라는 징표로 앤의 손등에 뜨겁게 입을 맞췄다. 앤은 키스의 갑작스럽고 강렬한 태도에 당황하며 방으로 돌아왔고, 침대에 누워 샤르를 향한 자신의 연심과 키스의 진심 사이에서 깊은 혼란에 빠졌다. 앤은 곁에서 잠든 미스릴을 안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려 애썼으나, 미스릴이 평소보다 유독 기운 없이 잠든 모습에 묘한 불안감을 느끼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 하지만 평온한 휴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 앤은 절박하게 어깨를 흔드는 노아의 손길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노아의 입에서 나온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앤이 이불을 걷어차고 달려 나간 요정들의 방은 이미 차갑게 식은 채 텅 비어 있었다. 오직 에메레만이 홀로 남아 밤사이 다른 요정들이 약속을 어기고 모두 떠났음을 알렸다. 앤은 요정들의 배신보다도 그들을 감시하겠다던 샤르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에 더 큰 공포를 느꼈다. 샤르가 묵묵히 그들의 도주를 방관했을 리 없다는 확신과 함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위협이 자신들을 덮쳤음을 직감한 앤은 무너져 내리는 다리를 간신히 지탱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텅 빈 복도를 응시했다.
[4장 자유의 끝, 나아가야 할 곳]
심한 충격 탓에 앤은 다음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 자리에 망연히 서 있었다. 노아와 키스, 캣, 벤자민, 미스릴이 복도를 달려와 방 안을 확인했을 때, 침대에는 에메레라는 이름의 요정만이 홀로 남아 있었다. 노아는 자책하며 앤의 소매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지만, 앤은 오히려 그를 품에 안아주며 다독였다. 미스릴은 사라진 샤르를 향해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고, 캣 역시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때 키스가 에메레에게 왜 도망치지 않고 남았는지 묻자, 그녀는 자유의 몸이면서도 이곳에 남은 노아를 보고 앤 일행이 말하는 미래를 믿어보기로 결심했다고 답했다. 열다섯 명의 요정 중 오직 한 명만이 그들을 믿어주었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감돌던 찰나, 샤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샤르는 도망친 요정들의 행방을 이미 파악했음을 알렸고, 앤은 샤르가 말없이 전해오는 기대를 직감하며 그와 함께 요정들을 뒤쫓기로 결심했다. 캣은 루이스턴으로 떠나 시간을 벌기로 했고, 키스는 성에 남아 노아와 에메레의 작업을 돕기로 했다.
샤르는 앤을 앞에 태우고 말을 달려 홀리리프 성 서쪽의 황량한 들판으로 향했다. 푸른 숲이 점차 사라지고 울퉁불퉁한 바위가 늘어나는 척박한 땅을 지나, 그들은 강변의 초원을 따라 숲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앤은 샤르의 뒤를 쫓으며 긴장 속에 숲을 헤맸고, 이윽고 두 사람을 포위하는 요정들의 기척을 느꼈다. 정면에서 나타난 남색 머리카락의 요정 아렐은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앤에게 샤르의 손목을 밧줄로 묶으라고 명령했다. 앤은 괴로운 마음을 누르며 샤르의 두 손목을 단단히 묶었고, 아렐은 앤의 손목까지 결박한 뒤 그들을 숲속 깊은 분지로 끌고 갔다.
숲속의 작은 연못과 동굴이 있는 분지에 도착하자, 앤은 아렐에게 억지로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니라 마중을 온 것이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아렐은 코웃음을 치며 앤과 샤르를 나무에 묶어버렸고, 요정들은 앞으로의 도망 계획을 세우며 혼란스러운 논쟁을 벌였다. 그 시각 홀리리프 성에서는 노아와 에메레가 은설탕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키스는 미스릴이 은설탕의 상태를 예민하게 파악해 장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탁월한 보조 능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키스는 미스릴에게 아주 먼 옛날 설탕사과나무에 색깔 물을 주어 빛깔 있는 은설탕을 만들던 색의 요정 역할을 제안하며, 요정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방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미스릴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 키스의 걱정을 샀다.
밤이 깊어지자 숲의 정적 속에서 요정들은 야수의 습격을 두려워하며 모닥불 주위에 모여들었다. 앤은 나무에 묶인 채 샤르와 밀착되어 묘한 긴장감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존재에 안도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자정 무렵 보초를 서던 아렐이 몰래 무리를 이탈해 홀로 떠나려다 샤르에게 들켰다. 아렐은 과거에 헤어진 머리색이 비슷한 여자 요정 파렐을 찾으러 가야 한다며 간절하게 호소했다. 그때 다른 요정이 잠에서 깨어나 아렐의 이탈을 의심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앤은 아렐이 밧줄을 점검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여 그를 위기에서 구했다. 아렐은 앤의 도움에 당황하면서도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 앤은 샤르의 가슴팍에 안겨 따뜻하게 잠에서 깼다. 아렐이 밤사이에 몰래 두 사람의 밧줄을 잘라준 덕분에 몸은 자유로워진 상태였다. 아렐은 인간의 옷과 노래를 동경해 마을에서 물건을 훔치다 도둑 요정으로 낙인찍혀 팔려 왔던 슬픈 과거를 털어놓으며, 목적 없이 도망치는 동료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샤르는 멸망해버린 요정의 문화 속에서 기적처럼 남은 유일한 유산이 바로 설탕과자 기술임을 강조하며 아렐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평화로운 대화도 잠시, 샤르는 안개 속에서 요정 사냥꾼들의 기척을 감지하고 날카로운 은빛 검을 손에 쥐었다. 앤과 아렐은 다급히 잠든 요정들을 깨우기 위해 달려 나갔고, 숲에는 순식간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5장 선택의 날]
자욱한 안개 너머로 잠든 요정들을 포위하듯 나타난 여섯 명의 사냥꾼은 쇠붙이가 달린 사슬을 휘두르며 위협적인 기세를 뿜어냈다. 이미 검을 뽑아 든 샤르는 한밤중 이동하던 요정들의 행렬이 목격되어 소문이 퍼졌음을 직감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앤과 아렐이 다급히 요정들을 깨우자, 공포에 질린 요정들은 샤르의 등 뒤로 모여들었다. 샤르는 요정들에게 연못가에 엎드리라 명령하며 배후를 차단한 채 홀로 적들을 응시했다. 수염이 덥수룩한 사냥꾼 우두머리는 전사 요정인 샤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탐내며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앤은 이 요정들이 은설탕 자작의 소유임을 외치며 저항하려 했지만, 사냥꾼들은 오히려 앤을 죽여 입을 막겠다며 살벌한 협박을 가했다. 샤르는 위험에 처한 앤을 제지하며 다시 한번 엎드리라 명령했고, 사냥꾼들의 흉포한 눈빛에서 죽음의 기운을 읽은 앤은 떨며 물러났다. 샤르는 자유를 잃고 황야에 내던져진 요정들의 비참한 현실을 떠올리며, 인간들이 남긴 유일한 희망의 씨앗인 설탕과자를 지키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의 은빛 날개가 팽팽하게 긴장하며 빛나기 시작하자, 사냥꾼들은 긴장 속에 일제히 공격을 감행했다.

샤르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사냥꾼 하나를 베어 넘겼고, 사슬에 검이 묶이자 이를 은빛 입자로 분해해 적들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기지를 발휘했다. 곧바로 우두머리의 목에 다시 형상화한 칼날을 들이댄 샤르는 모든 사냥꾼에게 무기를 연못에 버리라고 명령했다. 차가운 살의를 억누르며 사냥꾼들을 쫓아버린 샤르에게, 아렐은 왜 적을 살려두었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나 샤르는 요정이 사고팔리는 세계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살육은 무의미함을 담담히 설명했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앤은 요정이 스스로 일자리를 찾고 인간과 공공의 이익을 나누며 공존하는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샤르 역시 요정의 고유한 세계는 이미 멸망했음을 냉정하게 지적하며, 인간과 손을 잡고 수백 년의 세월을 들여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가혹하지만 유일한 길을 제시했다. 샤르의 진심 어린 설득과 결의에 감화된 아렐과 요정들은 마침내 고개를 숙이며 그를 따르겠다고 맹세했다. 샤르는 앤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는 자신의 오랜 연심을 재확인하며, 요정들과 함께 다시 홀리리프 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성으로 돌아온 요정들은 노아와 에메레의 환대를 받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캣의 협상 덕분에 연장된 일주일의 유예 기간 동안 필사적으로 작업에 매달렸다. 요정들은 은설탕 요정 후보로 선택받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설탕과자를 빚었으며, 앤 또한 그들의 절박함을 알기에 밤잠을 설쳐가며 지도에 전념했다. 마침내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자 앤과 캣, 키스는 무거운 침묵 속에서 아렐, 리시스, 슈레, 세레 네 명의 요정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의 순간, 에메레를 필두로 한 요정들은 약속대로 자신들의 날개 주머니를 순순히 내놓으며 작별을 준비했다. 선택받지 못한 요정들이 다시 요정 시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잔혹한 현실 앞에 앤은 죄책감으로 눈물을 흘렸으나, 요정들은 오히려 앤을 위로하며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였다. 앤은 이곳에 남은 네 명의 요정을 반드시 훌륭한 장인으로 인정받게 하겠다고 다짐하며 미래를 약속했다. 깊은 밤, 샤르는 나무 위에서 미스릴 리드 포드와 함께 달빛을 받으며, 스스로 결단을 내린 요정들의 뒷모습과 다가올 변화의 서막을 고요히 지켜보았다.
[6장 설탕사과의 흰 꽃]
다음 날 아침, 열한 명의 요정을 다시 요정 시장으로 돌려보낼 마차가 홀리리프 성을 떠났다. 초여름의 눈 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멀어져 가는 마차를 바라보며 앤은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앤은 그들의 결단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온 힘을 다하겠노라 다짐하며 곧게 허리를 펴고 표정을 다잡았다. 앤의 곁에는 키스와 노아, 그리고 아렐을 포함해 성에 남기로 한 네 명의 요정만이 남아 있었다. 키스의 격려에 정신을 차린 앤은 앞으로 지도해야 할 요정들과 함께 곧장 작업장으로 향했다.
성 앨리스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작업장에서 앤은 요정들에게 한 달 반 뒤면 머큐리 공방파와 래드클리프 공방파의 주요 장인들이 찾아와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라는 중대한 사실을 알렸다. 인간 장인들이 요정을 견습생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견학은 요정들의 뛰어난 기술을 증명해 그들의 인식을 바꿀 유일한 기회였다. 처음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아렐 일행도 곧 자신들의 어깨에 달린 책임의 무게를 깨닫고 긴장했지만, 앤은 그들의 재능을 믿는다며 강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 진심 어린 말에 아렐의 남색 날개가 힘차게 펼쳐졌고, 요정들은 열의에 찬 모습으로 은설탕 반죽 연습에 돌입했다.
그날부터 홀리리프 성의 일상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매주 요정 시장에서 새로운 요정들이 도착했고, 앤 일행은 그들의 자질을 선별해 지도하며 밤낮으로 기술을 전수했다. 특히 아렐은 놀라운 감각을 보여주었는데, 인간이 수년은 걸려야 얻을 기술을 단 한 달 만에 본능적으로 깨우치며 은설탕 실을 뽑아내고 천을 짜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훌륭한 기초 실력에도 불구하고 설탕과자를 완벽한 형태로 빚어내는 것은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한 문제였다. 이 무렵 앤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미스릴 리드 포드였다. 그는 종종 자취를 감추었다가 밤이 되면 기진맥진해 돌아와 잠들곤 했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입을 굳게 다물어 앤의 불안을 키웠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은설탕 자작 휴가 성을 방문했다. 평소의 격식은 온데간데없이 편한 차림으로 나타난 휴는 장인들이 방문할 날짜가 열흘 뒤로 앞당겨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앤과 키스, 캣은 아직 요정들이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낼 단계가 아니라며 당황했지만, 휴는 오직 기술로 장인들을 납득시키라는 명령만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났다. 뾰족한 대책 없이 시간만 흐르던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앤은 촛불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샤르가 나타나 앤에게 밤 산책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말을 타고 달빛이 쏟아지는 설탕 사과나무 숲으로 향했다.
숲에는 작년과 달리 생명력이 넘치는 하얀 설탕 사과 꽃들이 안개처럼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만개한 꽃들 사이에서 샤르는 애쓰는 앤을 위로하며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달빛을 머금은 샤르의 아름다운 모습과 눈부시게 빛나는 설탕 사과 꽃을 번갈아 바라보던 앤은 그 순간 결정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굳이 짧은 시간 안에 억지로 형태를 빚어내려 애쓸 것이 아니라, 요정들이 가장 잘하는 은설탕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정교한 실잣기 기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는 확신이었다. 앤은 기쁨에 겨워 샤르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다음 날 캣과 키스를 설득해 남은 기간 오직 반죽과 실잣기 수련에만 매진하기로 결정했다.
열흘의 시간 동안 요정들은 자신감에 차서 수련에 몰두했다. 이상한 낌새를 보이던 미스릴 역시 요정들을 돕느라 바쁘게 움직였고, 앤에게 나중에 '색의 요정'이 되어 함께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이야기하며 앤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샤르 또한 자신의 마음속에서 앤을 향한 강렬한 지키고 싶다는 감정을 재확인하며 그녀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마침내 견학 당일이 되자, 머큐리와 래드클리프 공방파의 수많은 장인이 마차를 타고 성으로 몰려들었다. 긴장감 도는 분위기 속에서 휴가 장인들에게 자유로운 견학을 선언하자, 앤은 요정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요정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신들만의 찬란한 은설탕 작업을 시작했다.
[7장 잔물결의 노래]
장인들이 성 안 작업장으로 들어서자 발소리와 헛기침 소리가 고요했던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지만, 앤은 그 소란 속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했다. 요정들 또한 크게 개의치 않고 은설탕을 작업대로 나르며 평소와 다름없이 손을 움직였고, 미스릴 리드 포드는 냉수 통이 부족하다며 리시스와 슈레를 불러 작업대를 재빠르게 정돈했다. 휴를 선두로 들어온 장인들은 능숙하게 움직이는 요정들의 모습에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설탕과자 제작 공정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본능적으로 벽 쪽으로 몸을 피하며 요정들의 동선을 존중했다. 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곳이 비로소 제대로 된 공방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음을 느끼며 뿌듯함에 젖어들었다.
앤은 무리 끝에 서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요정들의 작업을 바라보고 있던 조나스에게 다가가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조나스는 여전히 퉁명스러운 말투로 앤이 또 이상한 일에 휘말렸다며 타박했지만, 그동안 성실하게 수련해 이제는 플라이휠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은근히 내비쳤다. 앤은 그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미소 지었고, 조나스는 당황한 듯 볼을 붉히며 일이나 하라고 핀잔을 주며 고개를 돌렸다. 앤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작업대로 돌아가 키스, 캣과 함께 본격적인 색 조율에 들어갔다. 노아와 아렐 일행이 은설탕에 찬물을 더해 윤기 있는 반죽을 빚어내자, 앤과 키스, 캣은 각자 맡은 색가루 병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며 요정들의 반죽에 섬세한 색조를 입혔다. 세 일류 장인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만들어낸 색채의 조화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은설탕 반죽이 마무리될 즈음 노아와 아렐을 비롯한 요정들이 플라이휠을 꺼내 들자 장인들 사이에서 큰 술렁임이 일어났다. 요정들의 절반이 넘는 이들이 능숙하게 플라이휠을 돌리며 바늘처럼 가늘고 고른 은설탕 실을 뽑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앤은 요정들이 정성껏 잣은 실 뭉치를 들고 현관 홀로 향해 2층 난간에서 바닥을 향해 거대한 장막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붉은색에서 시작해 노란색과 초록색을 거쳐 보랏빛으로 돌아오는 완벽한 무지갯빛 그라데이션 장막이 공기의 흐름에 따라 오로라처럼 일렁이자, 뒤따라온 마커스 래드클리프와 존 킬레인 등 장인들은 그 압도적인 광경 앞에서 숨을 삼켰다. 마커스는 요정들이 지닌 기술의 정밀함에 결국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고, 조나스는 요정들이 만든 설탕과자 작품을 직접 보고 싶다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작업장 안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플라이휠의 회전 리듬에 맞춰 노아가 흥얼거리기 시작한 단순한 선율이 아렐과 다른 요정들에게로 번져나갔다. 그것은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요정들의 노래였으며, 잔물결처럼 번져나가는 그 고요한 기쁨의 소리에 앤은 벅찬 감동을 느꼈다. 2층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샤르 역시 요정들이 잃어버렸던 노래를 되살려내는 모습에 깊은 상념에 잠기며, 앤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더는 억누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장인들이 떠나고 밤이 깊어지자 샤르는 작은 홀 계단 끝에서 앤을 불러 세웠다. 그는 앤을 향해 사랑스럽다는 말을 건네며 갑작스레 그녀를 품에 단단히 끌어안았다. 샤르는 인간과 요정의 수명 차이가 가져올 불행마저 상쇄할 만큼의 행복을 주겠다며, 앤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연인으로서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진심 어린 고백을 전했다. 앤은 기쁨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에 휩싸여 대답을 망설였으나, 그 순간 키스의 다급한 비명이 성 안에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이 달려간 방 안에는 미스릴 리드 포드가 빛을 잃은 채 축 늘어져 누워 있었다. 벤자민은 요정의 수명이 다한 걸지도 모른다며 절망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신을 차린 미스릴은 앤을 울리고 싶지 않아 자신의 상태를 숨겨왔음을 고백하며, 앤과 샤르를 만나 하이랜드에서 가장 행복한 요정이었으니 울지 말라고 다독였다. 하지만 앤은 절대 그를 보낼 수 없다고 울부짖으며, 문득 죽음의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귀석 요정 라팔을 떠올렸다. 설탕과자 외에 요정의 생명을 연장할 강력한 힘이 존재할 것이라 확신한 앤은 라팔이 나타났다는 길름 주로 향해 그 비밀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캣과 키스는 공방의 뒷일을 자신들에게 맡기고 떠나라며 앤을 격려했고, 앤은 샤르와 함께 미스릴의 생명을 잇기 위한 새로운 여정을 결심하며 다가오는 가을의 밤바람 속에서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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